주여, 이 나라를 불쌍히 여기소서 

• 군에 간 아들

요즘 군에 간 막내 아들의 볼멘 소리가 높습니다. 이 최악의 더위에 여름 훈

련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훈련이라면야 당연하겠지만, 계획에 없

던 비상훈련이 잦고, 그것도 더욱 세졌습니다. 전단지와 확성기 재설치로 남북

에 긴장 국면이 계속되고 있지요. 특히 전방부대는 훈련 강도가 높아져서, 오

전 9시에 시작될 즉각 대기가 새벽 4시 반부터 종일 진행됩니다. 이 뙤약볕에

하루 서너 시간 밖에 못 잔다니 마음이 적잖이 쓰입니다.

얼마 전에는 국방부 장관 명으로 일요일인데도 전군에 근무 명령이 내려졌고,

휴가병력은 귀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북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입니다.

북은 오물 풍선을 보내고 남쪽은 7년 만에 서해 사격훈련을 재개했습니다. 어

렵사리 만든 군사합의서는 휴지 조각이 되었고, 오물 풍선을 격추하자는 말이

국회의원 입에서 오르내립니다. 제정신인가요. 그 포탄은 누구머리에 떨어질까

요. 전쟁이라도 하자는 건가요. 이러다 연평도 사태라도 재연될까 심히 염려됩

니다

수년 전에 군에 갔던 형 영운이는 남북에 훈풍이 불던 시절인지라, 훈련 강도

나 군기가 좀 누그러졌었지요. ‘그게 군대냐’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 마음은 그게 아니지요. 오히려 제대 후 진로 준비를 할 수 있

게 해서, 수능을 다시 보고 대학을 바꾸는 기회를 잡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선제타격하자느니, 본때를 보이자? 쌀, 돈을 넣은 페트병이나

전단지를 보내면 안 됩니다. 저들을 돕는 일이라? 아니요. 그 의도와 결과는

눈에 보듯 뻔합니다. 북측을 자극하는 일이지요. 이 땅을 격랑으로 내몰고 군

에 간 자녀들, 군화 못 벗고 휴가 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도발을 부추기는 말

이나 행동은 자제해야 합니다.

북한이 두렵거나 옳아서가 결코 아닙니다. 한반도 한 켠에서 한 운명공동체로

묶여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얼마 전 작고한 가수 김민기는 <작은

연못>이란 노래에서, 남과 북을 작은 연못 안에 사는 두 마리 붕어로 비유했

지요. 한 마리가 죽어 썩으면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승리한 붕어도 같이 죽

게 되는, 그게 이 땅의 운명이라고.

한반도는 핵무기가 밀집된 세계 최대화약고여서, 잘 관리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상호신뢰를 구축해 군비를 줄이고 경제에 사용하고, 군에 간 자

녀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부모 품에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과

정부, 아니 모든 부모의 큰 임무 중 하나입니다.

• 불공정한 나라

이런 마음으로 작금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군대뿐만이 아닙니다. 정치

경제 외교 국방 환경 역사 의료, 모든 분야가 불안정해졌습니다. 물가는 올라도 너

무 오르고 경제는 바닥입니다. 오늘이 8, 15 광복절인데 경축식이 반토막 났

지요. 불필요한 이념 몰이로 좌우 갈등이 심해지고 역사가 퇴행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원전이나 댐 건설에 주력해서 탄소중립정책은 요

원합니다. 사회적으로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 등으로 눈물 짓는 이들을 국

가가 보듬지 못합니다. 특정 권력이 나라를 좌지우지 해서 오랫동안 피를 흘

려 얻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70년대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손바닥에 왕(王) 자를 새기고, 점이나 무속인에게 영향을 받는 것은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우상이요, 성경에서 철저히 금하는 계율입니다.

이 모든 것이 지극히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일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의 하나님은 공의(체다카)와 정의(미쉬파트)의 하나님이십니다. 구약 곳곳

에서 불의한 권력을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사야 나단 아모스 미가 등 선

지자들을 세워서 철퇴를 내리십니다.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

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5:24)

또한 신약에 예수님은 힘없는 민중들(오클로스, ὄχλος) 편에 서셨습니다. 최

고 권력자 헤롯왕이 잘못된 길로 갈 때 ‘여우’라 질책하시고(눅13:32), 성전일

지라도 부패할 때 채찍을 들어 ‘강도의 소굴’(마21:13)이라 몰아 내셨습니다.

• 정의와 공의의 하나님

주님은 오늘도 성도가 옳고 그른 것을 잘 분별하여 바르고 분명한 편에 서기

를 원하십니다.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

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마5:37)

우리 원주영락교회와 성도들이 그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따라 살아야 합니

다. 옳고 바른 길에 서셨던 예수님의 뒤를 따라야 합니다. 2차대전 시 나치에

저항했던 본회퍼는 말합니다.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게 악이다. 그리스도인은

기도해야 하고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 정의를 행해야 한다”. 성경에 공의와

정의의 하나님을 철저히 믿고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따르는 성도로서 시대가 어두울수록 더욱 기도

하며 행동함으로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정의와 공의의 하나님, 대통령과 권력자들이 부디 바른길을 가게 하소서. 그

렇지 못할 때 믿음과 양심의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잘못된 길을 멈추게 하옵소

서. 이 땅이 생명과 평화가 충만한 곳이 되게 하소서. 주님, 어지러운 이 나라

를 불쌍히 여기소서. 키리에 엘레이손(Kyrie eleison)”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