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 의심에 대하여

의심의 사람 도마. 그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모습이기 때문 아닐까?

근대 철학의 명제인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말은 ‘나

는 회의(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뜻입니다. “모든 진리는 절대적인 것이

없고 상대적이니 의심해야 한다, 그때에 비로소 내가 살아 있는 것이다”. 보이

지 않고 확실하지 않으면 믿지 않는 과학적이며 이성적인 현대인의 모습입니

다. 과학과 철학은 이러한 의심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신앙의 세계에서는 어떨까요? 의심은 나쁜 것일까? 교리도, 어떤 말씀인지도

잘 모르면서 무조건 믿는 것이 좋은 신앙일까? 의심은 정말 마귀인가? 의심이

들 때마다 회개하고 빨리 떨쳐 버려야 하나?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요20장)을 보면, 주님은 의심하는 도마를 책망하시

지 않으십니다. 그 의심을 풀어 주심으로 도마의 신앙은 더욱 굳건해 졌습니

다. 의심을 억지로 묵살하면 안 됩니다. 의심을 위한 의심은 불신으로 인도하

지만, 건강한 의심은 더 깊은 신앙으로 인도합니다. 성경에 믿음의 사람들도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의심했습니다. 모세가, 기드온이, 그리고 세례 요한도

감옥에서 주님이 메시야인지 의심하지요. 이 시대 기독교 최고 지성이라는

C.S.루이스도 <순전한 기독교>에서 솔직히 고백합니다.

“기독교를 믿으라는 것은 잘 추론해 본 결과 기독교를 믿을 증거의 무게가 충

분치 않은데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믿음은 그렇게 생기지 않

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면서도 도무지 사실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220-221쪽 중에서).

• 의심하라

그러나 저들은 이러한 의심의 과정을 통해 굳센 믿음이 되어, 모세는 출애굽

의 지도자로, 기드온은 3백용사로 미디안을 물리치고, 도마는 훗날 인도에까지

가서 선교하는 위대한 믿음의 사람이 됩니다. 의심이 불신으로 가면 잘못이지

만, 어떤 의심은 하나님을 더 깊이 아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은 의심

위에서 세워진다? 예, 정직한 의심은 믿음을 강화시킵니다.

    
저는 오히려 의심 보다 무관심이 문제라 생각해요. 좀 의심해도 좋습니다. 오

히려 ‘하나님을 의심하라, 성경을 의심해 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업

계약서는 그렇게 꼼꼼히 따져 보면서 왜 영생의 문제, 참된 진리의 문제는 설

렁설렁하신가? 내가 무엇이 믿겨지지 않는지, 걸리는 말씀은 무엇인지, 그것을

가지고 교회로 오십시오. 자꾸만 물으십시오. 하나님께 묻고, 목회자에게 묻

고.

얍복강가의 야곱이 떠오지요. 천사와 밤새 씨름합니다.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않으면 가게 하지 않겠나이다”(챵32;26). 하나님의 바지자락을 붙잡고 늘어졌

습니다. 결국 ‘하나님의 승리’라는 이름 이스라엘을 얻고서야 놓아 주었습니

다. 야곱은 그 밤에 의심을 파고듦으로 확신에 거하는 브니엘의 아침을 맞은

것입니다.

         
• 왜 의심이 오는가?

첫째, 확실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의심합니다. 당연하지요.

“그 옛날 불·구름기둥처럼, 예수님 시대처럼 눈에 보이면 무조건 믿을텐데...?”

인간은 봐야 믿습니다. 이단들이 하는 방식, ‘천사를 천국을 보여 준다’는 것

입니다. 기적을 보여 준다고 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갑니다. 그러나 신앙

은 ‘보면 믿는다’ 가 아니라 ‘믿으면 본다’입니다. 확실하면 믿는다가 아니라

믿으면 확실해진다는 역설입니다. (수3장)요단 앞에서 이스라엘을 보세요. ‘물

이 갈라지면 발을 들여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발을 내딛어라 그러면 갈라지

리라’(수3:13). 보이지 않는 말씀을 믿으면 보이는 역사가 일어나리라.

    
둘째,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의심이 듭니다.

“왜? 열심히 믿어 보려고 하는데 왜 이런 어려움이 생기는가?”

우리 모두의 경험이지요. 몸도 하는 일도 현실이 너무나 힘듭니다. “왜 하나

님? 왜 이런 고통을 해결해 주시지 않는가?” 그러나 거기에 하나님의 뜻이 있

으십니다. 하나님은 편안한 애굽 왕자 모세가 아닌 고난의 미디안 광야 목자

모세를 사용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몸을 찌르는 가시의 고통을 통해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발견합니다. 어려움을 겪을 때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할 때 믿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셋째, 기도 응답이 더딜 때 의심합니다.

“들으시기는 무슨? 벌써 오랫동안 기도하고 있는데 도대체 살아 계신거야?”

그러나 신앙은 하나님을 내 방식대로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림 받는 것

입니다. 하나님의 방식과 기한이 있습니다. (요11장)나사로가 죽어 간다고 하

는데 바로 가지 않고 이틀 더 유하시지요. 그래서 나사로가 죽었습니다. 그러

나 주님은 다 뜻이 있으셨습니다. “이는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라(요11:15).

끝내는 나사로를 살리심으로 더 큰 믿음을 갖게 하셨습니다.

    
넷째,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도저히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면 악인이 잘되고 의인은 힘들게 되는 모습을 왜 가만히

두시나...?”

어려운 문제이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의인의 고난 받는 그 속에서 살아 계십

니다. 함께 아파하시고 고통 받으십니다. 그것을 확증하신 것이 십자가입니다.

2천 년 전에 십자가 지시고 끝이 아니라 오늘 내가 지고 가는 십자가에 내가

함께 하리라, 약속하십니다. 2차대전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목매달려 죽어

가는 소년을 보며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탄식하지요. 그때 한 랍비의 고

백이지요. “저기 저 죽어가는 소년, 바로 저기에 살아 계시지 않소”.

    
다섯째, 믿고 있는 신앙과 실제 현실과의 차이 때문에 의심합니다.

“믿으면 만사형통한다더니, 교회나오면 좋은 일만 생긴다더니..,”

신앙은 신앙이되 바른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바른 사회관, 바른 교회관입니

다. 신앙을 갖는 목적이 세상적인 욕심을 이루는 것이었다면 영락없이 의심이

찾아 올 것입니다. 하나님은 내 기대대로 움직이시는 분이 아닙니다. 제자들이

십자가 앞에서 도망하고 배반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주님의 길을 깨닫지 못했

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십자가 죽음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셨지요. 그러

나 제자들은 왕이 되어 권좌에 오르시는 길로 오해 했습니다. 구약때부터 하

나님 말씀은 메시야가 오시면 어린 양처럼 찔리고 상하고 징계와 채찍을 받는

다고 예고하지요(사53:5-6). 하나님 말씀에 기초한 바른 신앙이 되지 못하면

낙심하고 의심에 빠집니다. “내가 그날에 도무지 그를 알지 못하니”(마7:23).

    
여섯째, 하나님과 함께하는 예배, 기도 시간이 적어질 때 의심이 들어옵니다.

“...도마는 예수께서 오셨을 때에 함께 있지 아니한지라”(요20:24)

부활하신 주님께서 다락방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무슨 이유인지 도마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평소에 신앙적 모임에 잘 참여하지 않은 것입니다. 주

님을 만날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러자 의심이 찾아 왔습니다. “교회는 뭘 가,

마음으로만 믿으면 되지...?” 이런 마음이 확신한 믿음일 수 없습니다. 사랑은

자꾸 만나고 눈을 마주치며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야 지속됩니다. 그래서 “모

이기에 힘쓰라”(히10:25)고 권면하지요. 초대교회가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행2:46) 쓰자, 굳센 믿음으로 사자굴 카타콤 속에서도 의

심치 않고 굳센 믿음을 견지할 수 있었습니다.

•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그렇게 본다면, 이 코로나 시국은 우리 신앙을 지키기 참으로 어려운 때이지

요. 교회에 쉬 오르지 못하고 신앙공동체 모임을 하지 못한지 오래입니다. 의

심이 들어 올 때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힘든 때이지요. 그러나 이제 백신도 맞

기 시작했고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주님은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

되도다”(요20:29) 하십니다. 주님이 보이지 않으시기에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들, 성령님을 통해, 말씀을 통해, 기도를 통해 교회공동체를 통

해 분명한 신앙 위에 서시길 빕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