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

• 윤며들다

윤여정, 그녀는 요즘 한국은 물론이요 전 세계에서도 가장 핫한 여성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계로는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지요. 무

엇보다 그녀의 솔직하고 담백한 화법, 품위 있고 정곡을 찌르는 말들은, ‘윤며

들다’는 유행어가 만들어질 정도입니다. 윤여정에게 스며들다!

영국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에서, ‘고상한 척(snobbish) 하는 걸로 유명한 영

국인들’이란 뼈있는 유머로 화제가 되었지요. “인기? 그건 식혜에 둥둥 뜬 밥

풀 같은 것이라”, “최고나 1등 같은 말 보다 다 같이 중간만 하고 동등하게

살면 어떨까?”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다. 배우는 돈이 급할 때 연기를 잘하고

명작도 배고플 때 나온다. 그래서 예술이 잔인하다”.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는

촌철살인의 말들, 우리는 어느 순간 일흔 네 살, K-grandma의 매력에 푹 빠

져 버렸습니다.

특히 오스카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열등감과 절박함이라”. 세계

최고 배우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지요. 그녀는 “그리 예쁜 얼

굴도 아니고 연기를 전공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열등감이 있었다 합니다. 결

혼과 이혼을 통해 두 아이를 양육해야 할 ‘생계형 배우’였기 때문에 절박했다

고 합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연기를 했고, 그 덕에 연기 폭이 깊고 넓어졌

습니다. 이 열등감과 절박함, 실로 자신의 삶을 무너 뜨릴 수도 있었던 인생의

짐이 오히려 연기의 동력이 된 것입니다.

• 절박함

저는 그 말에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절박함’이라는 말을 되새겨 봅니

다. 절박함이 이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된 비결이라. 배부른 것이 아니라 배고픈

것이, 평탄한 길이 아니라 낭떠러지에 선 것이, 풍요로움이 아니라 결핍이. 그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이 절박함이 성공으로 이끄

는 길이 되었습니다. 물론 내 지금 사는 것도 그냥 괜찮습니다. 이렇게 살다

가도 그만입니다. 그러나 때론 배가 고파야 합니다. 길이 막혀야 합니다. 구덩

이에 빠져 봐야 합니다. 결핍을 경험하는 것이지요. 파부침주(破釜沈舟)라 하

지요. 타고 온 배를 가라앉히고 솥을 깨뜨리는 일입니다.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결단이 일을 이룹니다.

그러므로 간절함이 성공의 씨앗이고 기적을 이루는 원천입니다. 여우가 토끼

를 쫓았지만 잡지 못했다면 이 또한 간절함의 차이이겠지요. 여우는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뛰었지만, 토끼는 살기 위해 뛰었기 때문입니다. 과학에서 ‘임계

점’이라 하지요. 물이 끓어서 수증기로 변하는 100도의 순간입니다. 그 지점에

도달하지 않으면 겉으로는 결과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도중에 포

기하는 이유이지요. 자전거로 언덕을 오를 때 일정한 힘이 받쳐 주지 않으면

뒤로 밀립니다.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페달을 밟는 힘, 어떤 일을 성취하느냐

못하느냐의 분기점은 바로 이 임계점을 넘느냐 못 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심상사성(心想事成)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분명

히 이루어진다”.

• 신앙의 절박함

신앙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당한 믿음으로 하나님을 만난다? 천만에요.

값싼 은혜는 없습니다. 절박한 믿음, 간절한 기도가 필요합니다. “나를 사랑하

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나리라”(잠8:17)

코로나 시대, 회복되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교회의 회복, 가정의 회복, 일터

의 회복, 일상의 회복.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회복되어야 할 근본적인

것이 있으니, 절박함이라. 라오디게아 교회처럼, “스스로 부자라 부요하여 부

족한 것이 없다(계3:17)”면서, 내 이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간절>

-이재무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절박함이 힘입니다. 간절함의 크기가 결과를 만듭니다. 간증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절박함 아니겠어요? 절박함 때문에 주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

었고, 그 매달림이 회복으로 열매를 맺었습니다. 톨스토이가 말했다지요. "인

간의 절망은 하나님께 기회이고, 인간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이다“. 카일 아이

들먼(Kyle Idleman)도 이런 책을 썼습니다. <나의 끝 예수의 시작>.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 하

셔서 더 가까이 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을 붙이고 서있는 나를 절

벽 아래로 밀어버리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

다. 그런데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영우,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중에서

• 절박한 사람들

이런 마음으로 성경을 보니 성경은 절박했던 사람들의 간절한 이야기 모음집

입니다.

딸을 살리기 원해 개 취급을 참아내던 수로보니게 여인의 간절함, 그녀의 말

은 윤여정에 비할 수 없습니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마15:27)

여리고의 시각장애인 바디매오, 주님이 지나 가신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절박한 부르짖음, 그를

살립니다.

혈루병 여인도 절대절명이었습니다.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

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막

5:26). 그렇게 열 두 해 고통 가운데 지내던 절박함,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

다는 그 간절함이 주님의 옷깃을 향하게 했습니다. 그날 무리가 예수님을 에

워싸 밀기도 하였으니(막:31),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옷깃을 만졌을 것입니

다. 그러나 능력이 나간 것은 오직 한 사람, 절박한 여인에게 입니다.

시아버지를 통해서라도 대를 이어야만 살 수 있었던 다말도, 목숨을 걸고 정

탐꾼을 살려 주었던 라합도, 남편 잃고 시어미를 따라 낯선 땅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던 룻도, 처녀의 몸으로 임신한 채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마리아

도, 모두 절박한 인생들이었습니다. 그 절박한 곳에서 하나님을 바라보았고 간

절함으로 기도하며 일어섰습니다. 저들은 모두 (마1장)예수님의 족보를 잇는

위대한 이름들로 기록되었으니, 이들에게 그 절박함이란 운명을 이기는 힘이

요 죽음에서 살아오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 절박함이 사라지는 시대

돌이켜 보니 절박했던 때가 있었지요. 간절함이 사무치던 때입니다. 그때 교회

가 힘들었을 때, 그때 그 문제로 절벽 위에 섰을 때. 그 기도 부탁을 받고 눈

물로 기도할 때, 죽음의 언저리에서 그 절박했던 목소리들, 그 간절한 마음들.

곁눈질 하지 않고 오로지 한 분 한 곳만을 바라보던 때.

그런데 조금씩 자리가 잡히면서 주님 향한 그 간절함이 식어들기 시작했습니

다. 그것이 은혜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간절함이 은혜의 통로라 말합

니다. 은혜는 간절함을 지나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간절함을 통해서 옵니다.

실로 이 시대 가장 큰 문제는, 영적인 절박함이 사라진 것 아닌가? 구원에 대

한 절박함, 십자가에 대한, 은혜에 대한, 재림에 대한 절박한 신앙 말입니다.

간절함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그 간절함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은혜’입니다.

그래서 매 주일 하나님께 나아오지만 하나님으로 빈 곳을 채우려 하지 않습니

다. 고작해야 하나님 임재의 빵 부스러기로만 만족하게 되었다. 공같이 튀는

탄력이 없어지니 높이 오르지 못합니다. 맹맹합니다. 기적이 나타날리 만무합

니다. 풍요는 분명 축복이지만 때로는 하나님과의 만남에서는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풍요를 누릴수록 하나님을 향한 간절함이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그래

서 예수님은 지난 산상수훈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른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보니 신앙적인 면에서 이 시대는 간절함이 사라진 시대라 말할 수 있

겠지요. 물질적으로 절박하지 않습니다. 배가 부릅니다. 하나님 자리에 돈이

대신하고, 편안함이 들어와 있습니다. 더 이상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습니다.

주님 오시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보입니다. 이 세상의 것들로 가득

채우고 굶주림을 충족시키며 삽니다. 그냥 천국만 보장 받을 수 있다면(?)

• 절박함이 있는가?

묻습니다. “나는 그 절박함이 있는가? 그 간절함이 있는가?” 기적의 또 다른

이름은 간절함입니다. 간절함이 답입니다. 신앙의 간절함이 사라지면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간절함으로 가득 찬 신앙의 열망을 잃어버리면 살아 있으나

죽은 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간절함의 열망이 우리로 주님의 심장을 갖고 살

게 하는 생명의 끈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풍요가 아닌 절박함 아닐까요? “주님 절박

한 믿음을 주소서. 주님만 바라보겠다는, 주님 아니면 안된다는, 주님을 더욱

사랑한다는 절박한 믿음을 내게 주시옵소서”.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