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9장을 쓰는 교회

• 고 김응락 장로

서울 영락교회에 가면 본당 입구 옆에 조그만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고 김

응락 장로 순교비. 조성기 목사가 쓴 <한경직 평전>에 보면 그분에 관한 이야

기가 나옵니다. 1948년부터 장로로 시무한 고인은, 본당 건축이 시작되자 온

몸을 바쳐 성전 준공에 힘을 썼습니다. 곧이어 발발한 한국 전쟁에 장로님은

성전을 지키기 위해 피난을 포기합니다. 끝까지 교역자와 교우들의 생활을 살

피면서 홀로 교회에 남았다가 끝내 순교하셨습니다.

“그 결과 서울의 많은 건물이 파괴되었지만 교회는 보존되어 다시 교우들을

맞게 되었다... 이 피의 대가 위에 다시 시작된 영락의 역사는 부흥과 발전의

일로였다” <한경직 평전> 중에서.

교회는 순교하신 그 자리에 순교비를 세워 고인을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 또한 고귀한 순교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시사 그 자녀들을 축복하

셨습니다. 장남은 김영걸 포항공과대학교 교수이고 차남은 김영철 숭실대학교

명예교수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우리에게 교회는 무엇일까?’. 내 영혼의 안식처? 혹은

내 소망을 채워 주는 곳? 우리가 항존직(恒存職)이라는 표현을 하지요. 사실은

두려운 말씀입니다. ‘항상 존재하는 직분’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때는 함께 하

는 것은 쉽지요. 그러나 실패하고 무너지는 고통의 순간에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가? 교회 항존직 일꾼이 된다는 것, 제일 먼저 교회를 생각하고 나중까지

교회에 남아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 가슴 뭉클한 일

지난 주일 첫 번째 선거를 은혜 가운데 마쳤습니다. 피택되신 분들이 계시고

그렇지 못한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말 해요. “당선된 분에겐 위로를, 그렇지

못한 분에겐 축하를!”. 왜냐하면 직분이 사회처럼 무슨 명예나 높은 자리가 아

니라 십자가를 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직분자가 존경 받는 교

회’를 더욱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는 이번에, 누구는 다음에”, 때가 되면 봉

사와 섬김으로 내 신앙을 깊게 하고 주의 몸된 교회를 부흥시키는 직분자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교회가 선거로 인해 후유증을 겪는데, 감사하게도 은혜로이 지나가고 있

습니다. 피택된 분들은 부담스러운 자리, 겸손하게 받아 주셨습니다. 피택되지

못한 분들, 물론 사람이어서 아쉬움도 있지요. 그런데 담임목사가 전한 위로의

메시지에, 모두들 감사함으로 답을 주셨습니다. 잘 수용하고 계신 것입니다.

어제 교회 김장을 했어요. 쌀쌀한 날씨인데 적지 않은 분들이 오셔서 수고했

습니다. 주방에 내려갔는데 감사해요. 거기에는 변함없이, 한결같이 봉사의 자

리 지키는 일꾼들이 계셨습니다. 담임목사인 제게는 순교하신 그 어떤 분 만

큼이나 귀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가슴을 뭉클해지게 하는 분들도 보였어요. 거

기에는 피택 되신 분 뿐만 아니라 피택되지 못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아예 후

보에도 못 오르신 분도 오셨습니다. 이번 선거로 인해 마음고생깨나 하신 분

도 계셨습니다. 마치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훌훌 털고 고사리손을 보태시는

성도들.

“그래 교회는 그런 곳이지. 잘난 손 못난 손 할 것 없이, 위도 아래도 없이,

고단하고 아픈 인생들이 한데 모여, 서로 위로하며 어우러져 맛을 내는 곳이

지”. 본회퍼의 말이 새롭습니다. “교회는 Sanctorum Communio 거룩한 성

도들의 교제이라”. 주의 성령께서 거기 계셨습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하나로

묶으시고 교회를 세우게 하십니다.

• 네가 쓴 성경은?

요즘 주일마다 <사도행전 29장을 쓰는 교회>라는 주제로 말씀을 보고 있지요.

초대교회와 사도바울을 통해 (행28장)까지 기록했다면, 그 다음 (행29장)은 영

락교회와 성도들이 기록하라는 뜻입니다.

훗날 주님 앞에 갔을 때를 상상해 봅니다.

“성경 쓴 것 좀 보자”.

“아, 성경필사요? 여기 있어요”.

“필사? 그래 잘 썼구나”.

쭈욱 들춰 보십니다. 특히 사도행전 1장부터 28장까지.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사도행전 29장은 어디 있니?”

“예?”

“너로 인해 예수 믿은 사람들 말이다, 복음을 전한 역사, 주님을 닮아 이웃에

게 복을 나눠 준 일, 무엇보다 봉사하고 충성해 영락교회를 지키고 세운 이야

기, 그거 어디 있니?”

“아 그건 목회자들이, 최목사님이 했는데요”

“아니 최목사는 최목사고 너는?”

오늘까지 피택자 선거를 합니다. 감사와 위로의 선거, 충성과 열심의 일꾼들로

가득한 교회, 그래서 사도행전 29장을 써나가는 교회와 성도들이 되기를 소망

합니다.

“무거운 발길을 옮겨 골고다로 향하신 피어린 주님 발자국 따라 생을 다하고

의의 길 택하시오며 모진 붉은 돌에 쓰러지시올때 스데반의 미소 또한 그 광

채 만면에 사무치고 마지막 한 방울 피 흘리시도록 영락의 제단 부둥케 안으

사 숨을 거두셨으니 베다니 뜰에 첫 번 맺은 순교의 원공은 장하시다.”

<고 김응락 장로님 순교 비문 중에서>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