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절기

• 주님 오시는 그 곳

오늘은 12월 첫 주일, 성탄을 이십 여일 남겨둔 대림절 두 번째 주일입니다.

성탄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신 날이지요. 누군가가 내게 온다는 일, 시인 정

현종은, 그건 ‘어마어마한 일이라’ 읊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

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하물며 성탄이랴! 성탄은 실로 하나님이 사람을 찾아 오신 어마무시한 일입니

다. 주님은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십니다. 죄악의 어두움으로 길을 찾지 못

해 죽어 가는 인생들에게 생명의 빛을 비추어 주십니다. “나는 빛으로 세상에

왔나니 무릇 나를 믿는 자로 어둠에 거하지 않게 하려 함이로라”(요12:46)

그것을 상징해서 강단에는 촛불 두 개가 켜졌습니다. 성탄절까지 다섯 개의

촛불이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등불 하나를 밝히면 천 년의 어두움이 스러진

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 어두움은 빛을 이기지 못합니다. 촛불이 하나씩 켜

질 때마다 우리 마음에 깃든 어두움, 이 땅에 가득한 흑암의 권세가 물러가기

를 소망합니다.

그런데 성탄의 빛은 누구에게 비취는가? ‘기다리는 자에게’. 그래서 ‘대림절’입

니다. 기다릴 대(待), 임할 임(臨). 주님의 임하심을 기다리는 절기이라. 주님은

아무 곳에나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오시지 않습니다. 우연히 실수로 만나는

법이 없으십니다. 주님을 만나고파 뽕나무에 올라간 삭개오에게, 간절한 마음

으로 주의 옷깃을 만진 여인에게, 감사함으로 향유 옥합을 깨뜨린 마리아에게,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회개하는 세리에게 찾아 오십니

다. 그렇게 기다리는 자에게 성탄으로 오십니다.

• 엄마만 있어도

저는 어릴 때 엄마를 그렇게 기다렸어요. 시장 가신 엄마, 언제 오시나? 숙제

는 다 했는데, 배는 고프고 돼지들도 밥달라고 꿀꿀꿀 아우성 쳐대는데, 해는

지고 어두워져서 무서운데. 방구석에 갇혀서 대문 쪽에 귀를 쫑긋이 세우고

엄마 인기척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장아~”. 엄마 목소리에 용수철처럼 맨발로 튀어 나가 엄마 치맛자

락을 붙잡고는 엉엉 울었어요. “왜 늦게 오시냐고.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그러면 “엄마가 미안해 울 애기 배고팠지 잠깐만 기다려”.

그후에는 신납니다. 엄마가 계셔서. 고구마도 삶아 주시고, 밥도 해 주시고,

돼지들도 평정하고. 그 품에서 평안한 잠을 잤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봐요. “엄마만 있어도 이렇게 좋은데, 예수님 만나는 건 얼마

나 좋을까?” 엄마는 있다가 때가 되면 떠나시던데, 영원히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성경은 그것을 혼인집 신부가 신랑을 만나는

것, 방황하다 굶어 죽어가는 잃은 양 한 마리가 목자를 만나는 것으로 비유합

니다.

♬나 무엇과도 주님을 바꾸지 않으리 다른 어떤 은혜 구하지 않으리

오직 주님만이 내 삶에 도움이시니 주의 얼굴 보기 원합니다

주님 사랑해요 온맘과 정성다해 하나님의 신실한 친구되기 원합니다

그러므로 성탄절은 2천년 전의 일회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그날의 성탄을 회

고하며 축하하는 절기만도 아닙니다. 2021년 오늘 다시 실존적으로 성탄하시

는 하나님을 체험하는 절기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염두에 두십시오. 해마다 12월 대림절은 생각보다 빨리 갑니

다. 벌써 둘째 주일, 두어 주일 지나면 성탄이고 송년주일에 자고 일어나면 도

적같이 새해가 와 있을 것입니다. 들뜬 크리스마스와 바쁜 연말연시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성탄은 늘 정신없이 지나가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성전을 중심

으로 예배하고 하루하루 말씀과 기도로 묵상하면서 그 날을 준비할 때, 내 있

는 그곳이 성탄이 임하는 거룩한 마굿간이 될 것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