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내는 교회

• 얼죽아? 얼죽냉!

요즘 많은 분이 맛집을 찾아요. 강원도에 와서는 막국수를 먹게 되었지만, 서

울에서는 냉면을 좋아했어요. 냉면 좋아하시는 분들은 전국 어디를 가도 냉면

집을 찾습니다. 고기 먹은 후에 나오는 냉면은 공짜라도 안 먹습니다. 서울 오

장동에 냉면집이 즐비해도 한두 군데만 갑니다. 다른 집은 맛이 없대요. “그건

냉면이 아니야 쫄면이지”.

섬기던 어느 교회는 평양냉면을 그렇게 먹어요. 평양노회에 속한 교회였습니

다. 장로님들을 비롯해 많은 교우가 이북이 본관이시고 냉면을 많이 드셨어요.

얼죽아? 얼죽냉!. “전도사님, 원래 냉면은 겨울에 먹었어요. 온돌로 뜨끈뜨끈

한 방에서 냉면으로 속을 식혔다는 것”이에요. “냉면은 절대 가위로 잘라서는

안된다, 양념 넣지 말고 맹맹하게 먹으라, 식초를 넣으려면 국물이 아니라 면

에 뿌려야 한다, 나무젓가락으로만 먹으라”.

부교역자의 중요한 사역, 냉면집을 잘 알아 두는 일이에요. 정책당회를 했다,

무슨 모임을 했다, 냉면을 꼭 먹습니다. 냉면이 맛있었다, 그해 당회다 무슨

모임은 일사천리입니다. 냉면이 맛이 없었다, 회의를 아무리 잘했어도 분위기

가 싸아～ 합니다. 어떤 분은 40년 다니던 냉면집이 문을 닫는데, 어머니 돌

아가셨을 때보다 더 울었다는.

• 맛집 교회

교회를 생각해 봤어요. 우리 교회는 맛이 있는 냉면집인가? 겉으로 허름해 뵈

도 “그 교회 맛이 있어”, 원주 지역에 칭송을 받고 있나? 원주 맛집교회 검색

하면 영락교회가 뜨나? 예배의 맛, 말씀의 맛, 교제의 맛, 누가 찾아 와도 사

랑으로 섬기는 맛, 영적인 맛.

교회도 제맛을 내는 냉면집과 같지요. 맛이 있으면 어디에서든 찾아옵니다. 좋

은 소문이 납니다. 지역에 칭송을 받습니다. 목사 혼자 맛을 낼 수 없겠지요.

늘 말씀드리지만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입니다. 복음으로 새로워진

성도들을 통해 세상에 맛을 내는 교회, 지역에 칭송받는 교회가 되는 일입니

다.

처음 교회 예루살렘 교회는 그렇게 맛을 내서 칭송받는 교회였다 하지요.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

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

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

하게 하시니라”(행2:44-47)

우리가 이렇게까지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만, 내 소유를 팔아

서로의 필요를 나눠 주기 위해 헌금하며 선교하고 있습니다.

• 우리가 돕는 선교지

국내외 대표적인 두 곳을 소개합니다.

국외에 <필리핀 나보타스 선교지>입니다. 마닐라에서 북서쪽 10km 나보타스

해변 마을에 있습니다. 필리핀에 보라카이 같은 멋진 휴양지가 있는 반면, 이

곳은 쓰레기 해변입니다. 물보다 쓰레기가 많은 슬럼가. 도심에서 쫓겨난 빈민

들 5천여 명이 여기에 나무 기둥을 박고 바다 위에 판자촌을 형성해 살고 있

습니다. 박선호 선교사가 20여 년 전에 들어가서 교회처소를 세우고 예배와

주민교육 직업자활 어린이집 공부방 자전거 공급 등등의 사역을 하고 있습니

다.

국내 선교지로는 귀례에 <작은예수공동체>. 해외 선교보다 국내 농어촌 선교

가 사실은 더 어려워요. 해외 선교는 명예라도 있는데 농촌선교는 이름도 빛

도 없어요. 손주완 목사님이 30여 년 전 신학교 졸업하고 귀례에 공동체 교회

를 세웠습니다. 지금까지 무의탁 노인들 30여 명과 함께 공동체 생활하고 있

습니다. 코로나로 사역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유정란 등의 영농조합운

동을 겸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 나를 통해 기도 응답이

<새해의 기도>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조아리고

새해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 자신과 내 가족의 행복만을 위해 기도하지 말고, 한 번이라도

나 아닌 사람의 행복을 위해 꿇어 앉아 기도하게 하소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도가 시냇물처럼 모여 들어

이 세상 전체가 아름다운 평화의 강이 되어 출렁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스스로 깨우치게 하소서

내 배 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다는 것을

내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다는 것을

내 이마에 햇살이 닿을 때 누군가의 등에는 그늘이 지고 있다는 것을

새해에는 알게 하소서

안도현의 시인데요,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요. 예, 올 한 해 우리 삶이 누군가

가 드리는 기도의 응답이 되기를 바랍니다. 배고픈 이에게 밥을 대접하고 외

로운 이의 벗이 되고 어둠 속에 방황하는 이들의 빛이 되어 주는 것이지요.

그 밥과 벗과 빛은 저들이 하나님께 간구한 기도의 제목입니다. 하나님은 나

를 통해 이 교회를 통해 그 기도를 응답해 주시기 원합니다.

선교비를 작정하는 오늘, 이를 통해 이 땅이 더 따스해지고 교회가 더 거룩한

맛을 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