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 목숨 걸라

• 뭣이 중헌디

세간에 한참 유행했던 말이 있었지요. “뭣이 중헌디”. 무슨 영화 대사라 하는

데요, 중요한 것이 있고 사소한 것이 있으니 잘 분별해서 중요한 것을 하라는

말일 터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집무실 옮기는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

합니다. 사람이 문제요 관계가 문제이지 장소의 문제였던가? 코로나19를 비롯

해 시급한 난제들이 가득한데 자칫하다 5년에 한 번씩 청와대가 옮겨지는 일

이 생길까 걱정됩니다. 실로, 뭣이 중헌디?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 미국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R. Carlson)이 쓴

책인데요, 절친이 결혼 직전에 죽는 것을 보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작고 사소

한 일에 초연하라! 알고 보면 모든 일이 사소한 일이다”. 우리 살면서 경험하

지요. 그때는 중요한 줄 알고 목숨을 걸었는데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닌 일이

적지 않습니다.

신앙에서는 어떨까요? 성경도 사소한 것에는 목숨 걸지 말라 하셨을까? 물론

대수롭지 않은 일, 성경에서 명하지도 않은 ‘아디아포라’(adiaphora)로부터는

자유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분명하게 말

씀하십니다.

(눅16:10)“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

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 사탄의 타켓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80여 년이 된 묵

은 책인데요, 교활한 악마가 조카에게 쓴 31가지 편지 모음입니다. 경험 많고

노련한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Screwtape)는 하급 악마인 조카 웜우드

(Wormwood)에게, 어떻게 하면 인간을 무너뜨려서 성공적인 유혹자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 줍니다. 마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함으로써 우리 성도들에게

악마의 유혹과 속임수를 알게 하려는 책이지요. 악마가 인간의 본성과 숨겨진

욕망을 이용하여 멸망케 하는 서른 한 가지 속임수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모든 선택이 사소하다고 믿게 해라.

내 편 네 편을 나누게 해야 한다.

실망감을 이용하라.

불화하는 습관을 형성하라.

기도의 습관은 막아라.

세상을 목적, 믿음은 수단으로 만들라.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친구들을 붙여 주라.

죄의 심각성을 사소한 것으로 여기게 하라.

맞는 교회를 찾아 헤매게 하라. 세련된 비평가가 되도록.

교회에서 좋아하는 기호식품을 주지 않을 때 짜증 부리게 하라.

정치를 이용해 하나님을 수단으로 만들라.

새것이 주는 쾌락에 젖게 하라. 변화가 없으면 답답하게 하라.

고난이 왔을 때 기도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라.

기도가 성취되어도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어’라고 생각하게 하라.

내게 해당되는 것이 있습니까? 가만 보면 엄청나게 큰일들은 아니지요. 그런

데 환난과 핍박과 같은 큰 사건으로는 교회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더 열심히

기도하며 단단해져서 이겨냅니다. 총칼로 핍박당할 때가 더 큰 부흥이 일어났

습니다. 오히려 아주 시시껄렁하게 보이는 것으로 교회가 흔들리고 신앙이 무

너집니다. 우리가 작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 이유입니다.

“기도순서에 내 이름이 누구 뒤에 있는 것. 친교실에서 사소한 뒷담화 한 마

디. 나는 인사했는데 인상이 신통치 않더라 눈에 힘이 들어갔더라고? 머리하

고 왔는데, 오랜만에 보았는데 알아주지 않을 때.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일주

일내내 마음을 찌르고. 왜 카페에서 혼자 비싼 거 시켜?. 커피들 마시러 갈

때 나만 빼먹고 간 것, 목사님이 설교 때 누구만 칭찬하시대?”

•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

성도에게 예배와 신앙고백, 헌신과 봉사 등이 중요하지요. 이러한 큰 믿음들이

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교회도 주를 향한 큰 결단, 대규

모 집회, 민감한 사회 사안들에 무슨 성명서를 내는 것도 곧잘 합니다. “스코

틀랜드를 내게 주소서. 아니면 죽음을 주옵소서” 존 낙스의 고백, 한국교회 성

도들은 이런 류의 고백을 잘하고 이런 일에 은혜를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작고 소소한 일, 가정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싶은 일, 삶에

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일에 실패합니다. 거기에서 넘어져서 구천을 헤매

다닙니다.

“교회에서 서로에게 친절하게 인사하는 일, 좀 헤프다 싶도록 밝고 환하게 웃

는 일, 축복송때 고개를 꺽고 손을 쭉 내밀어 진심으로 축복하는 일, 가깝지는

않지만 힘든 성도에게 따스한 전화 한 통, 장례 마친 이 손을 꼭 잡아 주는

일, 별거 아닌 일인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일, 오늘 참 멋져 보인다는 말 한

마디. 맛난 반찬을 그를 위해 절제하는 것”.

우리 경험하지요. 다른 것보다 이런 작은 일에 기뻐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일

에 가까워지고 감동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실패하는 흔한 경우가 사소한 일

이라고 사소하게 생각해서 대처하는 경우입니다. 수백 년 풍진을 겪어 온 나

무가 작은 딱정벌레들이 갉아 먹어 꺽이듯, 사소한 일이 교회의 기둥을 흔듭

니다. 그러므로 사소한 일은 사소한 게 아닙니다. 사소한 일이 큰일입니다. 사

소한 배려가 큰 신앙입니다.

• 교회 다니시는 분이셨죠?

주님은 들판에 꽃 한 송이, 참새 한 마리를 귀히 여기시사 그것을 비유로 큰

진리를 말씀하셨습니다. 작은 어린아이들을 안아주시며 천국의 주인이라 하셨

습니다. 우리에게도 신앙적으로 거창한 것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평범

한 일상에서, 먹고 마시는 일로부터 사람을 만나 서로 말과 마음을 나누는 일

까지. 지극히 작은 일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타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어디 멀리 아프리카에 가지 못하더라도, 내 삶의 자리가 주께서 다스리시는

곳이 되게 하는 일입니다. 그곳이 주님 부르신 곳임을 깨닫고 하나님 나라 백

성으로 사는 일입니다. “심겨진 곳에서 꽃을 피우라”. 겨자씨 한 알이 큰 나무

를 이룹니다. 작은 누룩이 밀가루 서 말을 부풀립니다. 몇십만 톤 되는 배라

할지라도 작은 키가 그 방향을 결정하고 좌지우지합니다. 신앙은 사소한 것들

의 집합입니다. 사소한 것이 신앙을 복되게 하고 교회를 은혜롭게 합니다.

오늘 교회 가려고 성경책을 끼고 나오다가 이웃에게, “그럴 줄 알았어요. 교회

다니시는 분이셨죠?” 하는 말을 듣는다면 주님 기뻐 춤추실 것입니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가 아닙니다. 민족 복음화를 위해, 원주를 그리스도에게로, 영적

대각성 통곡 기도, 저 멀리 원시림 선교활동 가서 이런 말 듣는 것 보다, 가

까운 사람에게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정이 중요하고 가족이 어렵습니다. 부부가 서로의 잔소리와 짜증을

따스함으로 받아내 주는 일입니다. 때론 남편의 발광을 참고 인내함으로 수납

하는 일입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덮

는 일입니다. 하루 세끼 밥 먹고 빨래하고 설거지하는 일, 가족들에게 ‘사랑한

다’고 말하는 일, 더러운 셔츠를 마음대로 벗어놓지 않는 일.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

이 그 목에 달려서 깊은 바다에 빠뜨려지는 것이 나으니라(마 18:6)”

• 작은 일에 충성하라

예. 함께 인생 길을 가고 있는 이들에게 따스한 미소로 대하는 일입니다. 하루

30분 정도 운동하는 일을 작고 사소하다고 무시하면 그는 건강을 잃어 병상에

눕게 될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 주일 예배에 참석하기, 매

일 성경 말씀 묵상하기, 단 10분이라도 하나님 앞에 엎드려서 기도하기. 10분

은 사소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10분이 10년 쌓이면 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스가랴서에 이런 말씀이 있어요. (슥4:10)“작은 일의 날이라고 멸시하는 자가

누구냐”. 바벨론 포로 후에 스룹바벨을 중심으로 세운 제2 성전을 작다고 멸

시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과거 솔로몬 제1성전의 영광과 웅장함을 보았었

기 때문이지요. 하나님은 저들을 책망하십니다. 성전이 큰 것 보다 그 안에 하

나님이 계시는가, 이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지요. 오늘날도 교회가 크냐, 직분

이 높으냐, 큰일을 하느냐, 이것보다 작고 사소한 일에 충성하는 종들이 필요

합니다. 사소한 일에 목숨걸지 말라? 아니요. 작고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십

시오.

(마25:40)“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