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 끊어질 때

• 온라인 성도

요즘 코로나로 인해 주일 예배 빈자리가 늘어납니다. 속히 회복되어서 함께

성전에서 예배하는 날이 오길 소망하는데요, 그래도 감사한 것은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함께 예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굉장한 일이

지요. 핸드폰, 유튜브, SNS, 네트워크를 통해 성도들이 함께 예배하고 만나고

있습니다. 작년에 우리 교회에 계시던 백효민 목사님, 이제 한남대학교 교목으

로 가셨는데요, 세종시에서 한동안 주일에 우리 교회 영상으로 함께 예배드리

셨습니다. 얼마 전엔 30여 년 전 전임전도사로 시무하던 성문교회 청년들이

소식이 왔어요. 나정희 강승미 두 사람은 임원이었다 콩깍지가 씌워져 결혼했

는데요 가끔 교회 영상과 홈피에 찾아온다고 합니다.

“목사님, 저희도 가끔 영락교회 영상 예배 드려요”.

“그래 반은 우리 교회 성도다. 온라인 성도”.

그 순간만큼은 한 곳에 있든 멀리 떨어져 있든, 1990년대에 만났든 2020년대

에 만났든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예, 사람은 날 때부터 누구나 어딘가에 연결되어 살아갑니다. 처음 잉태되어

엄마와 탯줄로 연결되어 열 달을 살지요. 태어나서는 부모형제의 줄로 연결되

어 자라게 되고, 점점 친구와 직장 동료 이웃, 우리 같은 성도는 교회와 관계

를 맺고 살아갑니다. 개인과 개인으로부터 국가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너와

나, 몸과 마음, 하늘 땅 사람, 따로 떨어져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카톡이

나 SNS를 하는 이유,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갖기 위함이지요. 네트워크라 하

지요. 그것을 통해 정보를 얻고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합니다. 코로나19가 준

교훈이 있으니,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뿐만 아니지요. 개인적으로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끈이 있으니, 건

강의 끈 물질의 끈 일터의 끈 기억의 끈입니다. 모두 중요하지요. 기억의 끈만

해도, 치매가 두려운 이유가 그것이지요.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끈인

데, 그 연결끈이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끈이 끊어진다면? 이 연결끈

들이 하나씩 끊어진다면 존재를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줄이 끊어질 때”.

• 연을 날리며

어릴 때 이렇게 바람 부는 날이면 동네 언덕에 올라 연을 날렸습니다. 여기저

기에서 하늘을 수놓은 연들이 가득할 때면, 누가 더 높은지 시합하기도 하고

때론 연싸움을 해서 연줄 끊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의 연줄과 서로 엇갈

리게 해서 끊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리도 높았던 연이라도 바람에 밀려 금방

땅에 곤두박질칩니다. 연을 아무리 멋지게 만들고 하늘 높이 날린다 할지라도

연줄에서 끊어지면 소용없습니다. 연의 생명, 얼레에서 나온 연줄에 연이 연결

되어 있어야 한다!

제가 교육전도사를 했던 안산제일교회 고훈 목사님. 이제 은퇴하셨지만 늘 시

를 쓰셔서 시집이 나오면 한 권씩 주셨습니다. 그분의 시 <연을 날리며>입니

다.

<연을 날리며>

-고훈-

나는 허공에 시한부 생명으로 서서

당신 손길에 연명하는 연입니다.

받음이 얼마나 큰 은총이랴만은

받을수록 (무거워서) 추락하는 비천한 몰골

당김이 얼마나 큰 아픔이랴만은

당길수록 비상하는 소망이여

바람을 안고서야 살아나는 고된 목숨

나는

떠나려 해도 갈 곳도 없어

당신 향해 가고 있는

당신 손길에 연명하는 연입니다.

<흔들리는 것은 네가 아니라 바람이었다> 중에서

• 신앙의 줄

예. 신앙은 그런 것이지요. 하나님은 얼레, 주님은 연줄, 나는 연입니다. 연줄

이 없으면 연은 날 수 없습니다. 주께서 나를 붙잡고 계시기에, 내가 주님 안

에, 주님과 연결되어 있기에 하늘을 오릅니다. 연줄이 답답하다고 묶여 있다

고,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연줄에서 끊기면 추락합니다. 주님이 생명의 줄입니

다. 주께서 당기실 때 바람을 안는 것이 힘들지만 그 바람을 통해 더 가까이

더 높이 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연결되어 있으십니까? ‘줄이 끊어질 때’, 세월 갈수록 세상의

줄은 하나씩 끊어질 테이지만, 주님과의 영적인 줄이 견고한지 점검할 일입니

다. 사순절 또 한 주간, 거룩과 경건으로 주님과 깊이 연결되어 더 높이 나는

인생이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