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인생

​⦁ 광야의 추억

 이젠 기억이 아니라 추억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네요. 2007년 성지순례때

광야에 갔던 때가 가뭇없이 희미합니다. 광야는 상상한 것보다 훨씬 절망적

인 곳이었지요. 아침부터 사람들로 가득한 피라미드에 비하면, 광야는 인적

이 끊겨 초라합니다. 피라미드가 인간이 쌓은 위대한 걸작품이라면, 광야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입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아무런 작품도

의미도 생명도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참 생명은 죽은 왕 파라오의 무덤인

피라밋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광야에 있었습니다. 광야에서 하나님이 나타나

셨고 말씀하셨고 역사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피라밋에서 시작된 출애굽 여정을 따라 홍해, 즉 지금의 수에즈 운

하를 건너서 마라의 쓴물에 도착했습니다. 밤이 되어서는 르비딤에 내려서

함께 기도했습니다. 반석에서 물이 나왔던 곳, 아말렉과 싸워 승리했던 곳이

지이요. 그때 그 수르 광야, 신, 시내, 바란, 유다 광야들.

가도 가도 끝없는 그 곳, 모래 언덕 밖에 없는 광야는 정말이지 소망 없는

땅이었습니다. 사람이 살 곳이 아닌 거반 사막입니다. 우리 간 때가 날씨가

좋은 때인데도 마라에 잠시 서 있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모래바람이 숨을

막았습니다. 가이드가 말하기를 여름이 되면 온도가 50도까지 치솟는데 그때는

야채나 채소가 그냥 녹는다 하지요. 밤에는 추위로 가득하고 맹수와 전갈, 독

사의 위험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자주 불평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 아이들의 울음소리, 어미들의 아우성 소리, 아비들의 절망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버스로 편안하게 지나가는 것이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간밤의 피곤함 때문에 잠들려 하는 성도들을 마구 깨웠던 기억이 생

생합니다. 가이드도 마치 여기는 볼 것은 없으니 그냥 지나치려 하는 눈치였

지만, 그래도 성도들을 자꾸 다그쳐서 하나라도 보게 하고, 캄캄한 광야 한

가운데 르비딤에서는 내려서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천년

전에 돌 하나만 찾아도 난리치는 세상인데, 그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 인

도하시고 역사하셨던 그 자리에서 놀래야지요, 감격해야지요.

   
   (영락카페, 자유게시판, 20071203, 사진:권완중, 이금선 글에서 발췌)                  

​ ⦁ 광야를 읽다

 근간에 그 광야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광야를 읽다>이진희 저 -두란노-

성지에서 오래 살던 이진희 목사님께서 그 경험을 담았습니다. 그는 “인생

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는 광야를 지나는 것과 더 많이 닮았다”고 말합니다.

공감되지요. 산에 오르는 것과 광야를 지나는 것,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

른 사건입니다. 산은 정상이 보입니다. 그러나 사막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

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산은 어떻게 올라가야 할지

대강 감이 잡힙니다. 올라가는 길들도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얼마나 걸릴지

도 압니다. 그러나 사막에는 길이 없습니다. 어떻게 통과해야할지 막막합니

다. 얼마나 걸릴지도 모릅니다.

 ​산에 올라갈 때는 지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막을 지날 때는 지도가 없습

니다. 산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사막은 그렇지 않습니다. 산

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막은 변화무쌍합니다. 산에 올라갈 때는 모든

것이 대체적으로 예측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막을 지날 때는 모든 것이 불확

실합니다. 산에 오르는 사람은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막을 지나는 사

람은 자신의 무능력을 절감합니다. 산은 도전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사막은

순종의 대상입니다. 산에 올라갈 때는 올라가다 힘들면 내려오면 됩니다. 그

러나 사막을 통과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더 깊숙이 사막으로 들어가는 것

입니다.

 그러니 광야에서 필요한 것은, 번쩍거리는 황금이 아니라 목마른 갈증을 해

갈해 주는 생수입니다. 금을 팔아서라도 생수를 사야 합니다. 케이크가 아니

라 만나를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곳간을 채워 달라는 기도 보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며 그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시내산에서 내려오다가, 유연자 권사도 보인다, 낙타가 지나갈때 얼른 찍으라 했었다^^)

 ⦁ 광야 인생

 사람들은, 인생이 광야를 지나는 것인데 산에 오르는 것으로 착각하고 삽니

다. 결혼하는 것은 산을 정복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광야를 지나는 것과 같

고, 아이를 낳는 것이 산에 오르는 것이라면 아이를 키우는 것은 광야를 통

과하는 것입니다. 직장에 취직하는 것도 산을 정복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광야를 지나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광야가 더 많이 펼쳐져 있음을 안다면

사람들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려고 발버둥치지 않을 것입니다. 더 빨리

올라가려고 애쓰지도 않을 것입니다. 광야인 줄도 모르고 산을 오르는 것처

럼 살고 있기에 힘들고 지치고 낙심하는 것입니다.

“사막에서는 성공이 목표가 아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무사히 빠져 나가는 것이 목표다.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광야에서는 살

아남기만 해도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광야를 지날 때는 복을 구하지

말고 은혜를 구하라. 광야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살아 남을 수 있는 곳이

다...”

(<광야를 읽다> 중에서)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