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손

• 손에 대한 기억

우리 몸의 지체 중에 손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

‘손을 쓰는 인간’입니다. 어릴 때는 그 손으로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하고 강

가에서 물고기를 움켰습니다. 풀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기도 하고 들녘

을 다니며 쑥이며 나물을 캐기도 했습니다. 이런 겨울이면 고드름을 따던

손, 개구리 잡아서 빼대기 치던 것도 이 손이었습니다. 엄마 손은 약손이었

지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그렇게 배가 아팠는데 엄마가 손으로 배를

쓸어 주시면서 기도하셨습니다. 정말이지 신기하게 나았습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 아버지는 자주 내 손을 가져가 당신의 따스한 호주머니에 찔러 넣으

셨지요. 지금도 고향에 가면 자주 아버지 어머니 손을 만져 드립니다. 거칠

고 힘이 다 쇠한 그 손. 그 손으로 식구들을 먹여 살리셨고, 그 손으로 기도

하셔서 우리가 복을 받았습니다. 실로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우주와 나

사이에 손이 있었습니다. 내 모든 활동과 일을 이 손이 해냅니다.

명저 <침묵>의 저자 엔도 슈사꾸. 그는 <인생론>에서 참 신비한 손의 체험

담을 말합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옆방의 폐암 환자가 밤새도록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간호사에게

묻습니다. “환자가 극심한 고통으로 시달릴 때 무엇을 합니까?” 이에 간호사

는 간단한 대답을 합니다. “우린 독한 진통제를 금합니다. 그저 환자의 손을

꼭 잡아 주지요. 한동안 그러고 있으면 통증이 차차로 가시기 때문에 간호사

들이 교대로 손을 잡아 줍니다.” 그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아니 강력한 진

통제를 맞아도 고통이 가시질 않아 울부짖는데 그까짓 손을 잡아 준다고?”

그로부터 1년쯤 후, 엔도 슈사꾸 자신이 중병에 걸려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

술 후 고통 때문에 견딜 수 없었습니다. 진통제를 달라고 소리쳤지만 중독을

염려한 의사가 금합니다. 그는 짐승처럼 신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입니다.

간호사가 가만히 침대 곁에 앉아 그의 손을 꼭 잡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리고 다른 간호사가 또. 그러자 믿겨지지 않는 체험을 합니다. 그 지옥 같던

아픔이 조금씩 가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손이 마음을 대행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손에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

• 예수님의 손

예수님의 손은 어떻게 생겼을까? 30년간 목수의 아들로 사셨으니 거칠고 상

처도 많으셨을 것입니다. 정호승은 손에 굳은살이 박여 있으셨을 거라 말합

니다. 그러나 그 손으로 병든 자를 고치셨습니다. 친히 진흙을 개어 소경의

눈에 발라 주심으로 보게 하셨습니다. 풍랑 이는 바다 속에 빠진 베드로에

게 그 손을 내미사 건져 주셨습니다. 뱃세다 들녘에서 보리떡 다섯 개와 물

고기를 가지고 손을 들어 축사하실 때 수많은 무리들이 배부름을 얻었습니

다. 부활하신 후 40일간 제자들과 함께 계시다가 승천하실 때 베다니 앞까

지 가시어 손을 들어 제자들을 축복하셨습니다. 이 축복의 손은 아직까지도

내리지 않고 여전히 우리를 축복하고 계십니다. 또한 얼마나 큰 권능의 손

인지 그 손으로 나병환자를 만져 주시면서,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

라” 하시자 즉시 나병이 떠났습니다. 그 손은 또한 사랑의 손이셔서 마지막

날 밤에 웃옷을 벗으시고 대야에 물을 떠오사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습니

다. 가룟유다의 발은 더럽다고 지나가지 않으셨습니다. 24개의 발을 모두

씻겨 주신 사랑의 손입니다. 때론 분노의 손이어서 성전에서 장사를 하며

이득을 챙기는 자들의 좌판을 둘러 엎으셨습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시

는 손입니다. 사랑과 동시에 정의의 손이셨던 것입니다. 간음하다 잡힌 여인

앞에서는 그 손으로 땅에 글씨를 쓰시지요. 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의 흥분

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보게 하는 지혜로운 손 글씨였습니다. 무엇보다 주님

의 손은 십자가에 못박인 구원의 손입니다. 우리의 허물과 죄악 때문에 예

수님 손에 큰 못이 박히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피 흘리신 손이 우리를 만지

실 때 우리 죄도 깨끗이 사함 받고 보혈의 공로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

집니다.

    
• 손의 문제

그러므로 예수님의 하신 일이 중대함은 결코 병을 고쳤다든지, 물에서 건졌

다든지, 기적을 일으켰다는 결과가 아닙니다. 그 분이 가진 손, 생명까지 주

시는 사랑의 마음이 담긴 손에 있습니다. 그 손을 우리에게 펴고 계십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종일토록 손을 펴신 하나

님’(사65:2). 하나님은 우리를 향해 사랑의 손을 넓게 펴고 계십니다. 그것

도 종일토록. 그 주님의 손이 내게도 향하고 계십니다. 당신은 누구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습니까? 지금도 내밀고 계신 주님 손을 붙잡으십시오. 주님

의 손으로 만져주심을 경험하십시오. 그리고 주님처럼 손을 내미십시오.

    
<손의 문제>

손은

두 사람을 묶을 수도 있지만

서로를 밀어낼 수도 있다.

    
손가락은

두 사람을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접으면 주먹으로 변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색하게 두 손을 내린 채로 서서

서로를 붙잡지 못하고 있다.

    
지혜와 어리석음이 모두

손에 달려 있다.

    
E. M. D. 수프라노비치의 시인데, 마음에 와 닿지요. 내 손은 어떤 손일까?

묶어 내는 손일까 밀어내는 손일까? 연결하는 손일까 주먹쥔 손일까? 그의

손을 잡지 못하고 어색하게 손을 내린 채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주님은 오

늘 내 손을 사용하기 원하십니다. 내 손을 빌려 나병환자 같은 사람들을 만

져 주기를 원하십니다. 물에 빠진 사람의 손을 잡아 건져 주기를 원하십니

다. 서로 갈라진 사람의 손을 잡아 연결해 주기를 원하십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