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이 있는 인생

• 어떤 말을 하십니까?

가끔 궁금한 게 있어요. 성도들은 밖에서 누구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목사인 저야 만나는 지인들 대부분이 목회자들입니다.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뻔해요. 교회이야기, 목회이야기. 제가 교회밖 모임이 딱 하나 있는데, 저들

대화를 들어 보면 놀라운 것을 발견해요. 대화의 반이 먹는 이야기라는 것이

에요. “밥먹자, 술먹자”. 먹방, 모르는 곳이 없어요. 그 다음엔 건강 이야기,

어디 놀러갔다 온 이야기, 남자들은 정치 주식 증권. 여자들은 자녀들, 다이어

트 등등.

사람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말로 합니다. 내가 경험한 것이라면 더

욱 목소리를 높이지요. “내가 먹어봤어 가봤어 해봤어. 그랬더니 좋더라”. 그

가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인지 웬만큼 알 수 있

습니다.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마12:34)

우리 성도들은 그런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하실까? 성도로서 가끔은 세상 사람

과는 좀 다른 말을 하실까? 어디 여행 한 번 같이 갔다 와도 사진에 블로그에

할 말이 많은데, 내 인생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신앙 여정 인생길

에 할 말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해 들어 수요일예배 때는 <내가 좋아하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나

누고 있습니다. 성도가 설교자가 되어 ‘내가 좋아하는 말씀’을 정하고 삶의 이

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어릴 때 경험, 예수 믿게 된 연유, 살면서 힘들었을

때, 지금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굽이굽이 인생길에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은혜

를 전합니다. 설교 시간에 강단에서 선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작년 임직자들

중심으로 지금까지 잘 감당해 주고 계십니다. 때론 목사의 설교보다, 같은 성

도의 처지에서 고백한 간증이 더 힘이 있습니다. 서로 살아 온 자리는 다르지

만 고민하며 아파한 삶의 내용은 비슷하기에, 그 간증에 공감하며 은혜를 받

는 것입니다.

• 간증에 대하여

예 간증입니다. 干證, 국어사전에는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함으로써 하나

님의 존재를 증언하는 일”이라 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만난 하나님은 이런

분이다, 그 하나님을 만나 변화되었다, 그 하나님과 함께 이렇게 인생의 문제

를 이겨가고 있다”는 것을 전하는 일이지요. 영어로는 Confession인데, 이것

이 하나님께 말할 때는 신앙고백이요 사람에게 할 때는 간증입니다.

신앙생활에는 간증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자는 자기 안에

증거가 있”다 했습니다(요일5:10). 믿음은 들음에서 시작되지만, 예수님에 대

해 들어서 머리로 알게 된 지식이 전부가 아니지요. 예배를 통해 주님을 나의

구주로 고백했다면 그 고백대로 나아가 살아낸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말씀을

통해 주님이 어떤 분이고 어떤 길을 가셨는지 알았다면, 삶에서 주님과 함께

한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인생이 변화된 이야기, 복

음의 능력이 나타난 이야기, 폭풍치는 인생의 바다에서 믿음으로 이겨내는 이

야기.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한 가지가 간증입니다. 성도가

믿음이 깊어갈수록 주님과 함께 한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간증이 많은 교회는

살아 있습니다. 설교도 일종의 간증이라 할 수 있지요. 목사가 만난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지요. 하나님은 우리가 모두 하나님의 메신저가 되어 간증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노라”(행4:20).

• 삶의 이야기

물론 간증할 때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자신을 너무 앞세우는 것, 신비적으로

흐른다든지, 큰 체험만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부흥회 때면 유명인들을 초빙해

서 ‘큰 간증’을 듣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했더니 중병에서 고쳤다, 죽

었다 다시는 사는 기적을 체험했다”, 엄청난 사역의 열매, 성공한 영웅담들을

말합니다. 여기에 직접 계시 등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가미되면 자칫 환상에

젖게 됩니다. 너무나 크고 먼 이야기, 현실에 돌아오면 좌절감이 더해지지요.

“왜 내게는 저런 역사가 없지?”

그래서입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간증이 귀합니다. 삶에서 주

님이 함께하신 소소한 은혜 말입니다. 매일 말씀을 보고 그 말씀대로 살았을

때 찾아오는 기쁨, 예배드리며 깨닫게 된 하나님의 뜻과 섭리, 어제와 똑같은

날인데 유난히 감사와 기쁨이 가득했던 하루,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소망 가운데 버텨가는 이야기. 이런 건 어떨까요? ‘이생망’으로 살아가는 청년

들이 세상적인 성공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버텨가는 이야기.

지난 수요일 간증하신 권사님은 자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 자녀로 인해

부모 속이 여간 썩는 게 아닙니다. 간증이라 하면 보통은 그런 탕자 같았던

아이가 하나님 은혜로 돌아와서 잘 되었다는 게 패턴이지만, 돌아오기는커녕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그런데도 담담히 그 이야기를 전하는 데 은혜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그 속에서 깨닫는 것이 있다고, 낙심하지 않고 믿음으로 가고 있다고, 그

옛날 신천지 깊은 수렁에서 건져 주신 하나님께서 이 또한 회복해 주시리라는

소망때문입니다. 추천하신 (벧전5:7절) 말씀 그대로 주께 맡기고 간다는 고백,

우리 모두 그 고백을 통해 은혜를 받습니다.

(벧전5:7)“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저는 이렇게 축복했어요. “그 옛날 신천지에 빠졌을 때도 건져 주신 주님을

오늘 간증하듯, 언젠가 그 아들이 주안에서 복있는 인생이 된 것을 간증하는

날이 올 줄 믿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간증이 부담스럽고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흔히 특별한

간증거리가 없어서 못한다고 하는데, 특별한 사람에게만 간증거리가 있는 게

아니지요. 누구에게나 간증거리는 삶 속에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느끼지 못

할 뿐, 지나쳐 버리기 때문이지요. 느끼려고 영적으로 민감해 보면 모든 것이

간증거리입니다.

어릴 때 어머니는 똑같은 일을 당해도 저와 달랐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왜 그

러시는지 모르겠다며 불평하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감사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있으시다, 낙심하지 않고 기도하며 나가셨습니다. 끝내는 그 일이 변해

간증거리가 되었지요. “거봐라, 하나님께서 이렇게 인도해 주시잖니...”

• 간증이 있는 신앙

이렇게 본다면 성경은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의 간증, 삶의 이야기라 할 수 있

겠지요.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광야에서 바벨론에서 하나님 은혜로 산 이

야기, 하나님 아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시사 죽어가는 인생들을 만나신 이야

기. 초대교회가 성령충만해서 스데반 베드로 사도바울 등을 중심으로 복음의

증인이 되어 산 이야기.

가정의 식탁에서 부모가 어린 자녀들에게 이런 간증을 할 수 있다면,

교회에서 예배와 설교 만남을 통해 주님과 함께 한 간증이 가득하다면,

교회학교 선생님이 성경을 ‘가르치기’ 보다 이야기처럼 들려 준다면,

성도들이 하나되어 서로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면,

그래서 나와 우리 교회를 통해 많은 이들이 삶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혹여 세상 이야기에는 목소리가 높은데 하나님과 함께한 삶의 이야기에는 입

을 다물고 계신 것 아닙니까? 고난 중에 믿음으로 이겨낸 이야기가 있으십니

까? 아직도 풍랑 한가운데 있지만 소망 중에 가고 있다는 간증은 어떠십니까?

간증이 있다는 것, 하나님 앞에서 살고 있다는 표시와 증거입니다.

요즘 구역예배를 새로이 시작했는데요, 구역예배와 모임은 내가 만난 하나님

을 간증하기에 너무나 좋은 공간입니다. 그가 하나님을 만나 동행한 간증을

듣는 시간, 나도 간증자가 되어 그것을 고백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삶의 이야기를 간증으로 주고받으며 함께 걸어가는 인생의 도반(道伴)들입니

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