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전문>

행복한 가정(1) 잘 듣는 집

(사55:3/약1:19)

□들어가는 말

5월 둘째 주일, 우리가 가정의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은 어린이 주

일이었지요. 다 컸어도 자식을 생각하는 때입니다. 세 놈들 모두 집을 떠나니

텅 비었어요. “신발 정리 좀 해 이 **들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현관

에 들어서면 썰렁합니다. 정리할 신발이 없어요. 가만히 애들 헌 신발 꺼내서

이리저리 던져 놨습니다. 그때가 좋았습니다. “요놈들아 엄마랑 신혼처럼 살거

다(?)”, 큰 소리 쳤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김동호 목사님의 책 <자식의 은혜를

아는 부모>, 예 자식이 주는 은혜 기쁨 복이 있습니다.

오늘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이때마다 부모님에 대한 설교는 늘 부족합니다. 그

큰 사랑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시를 통해 부

모님을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먼저 아버지입니다.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어머니에 대한 시는 참 많은데요, 이승하 시인의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리며> 를 골랐습니다.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 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이승하,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 드리며)

그러고 보니 86세에 돌아가신 엄마에게도 90이 되신 아버지에게도, 저는 발톱

한 번 깍아 드리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어머니(어버이) 은혜라는 노래가 있어요. 예전에 어린이 찬송가 99장이었습니

다. 윤춘병 목사님 작사 박재훈 목사님이 곡을 붙이신 노래입니다. 함께 부르

겠습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버이 은혜

푸른 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 같아

□행복한 가정

<행복한 가정>, 5월 설교 큰 주제인데요, 행복한 가정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

지요. 노력하고 힘써야 합니다. 가정은 하나님의 축복임이 분명하지만, 그 축

복은 잘 관리하지 못하면 고통이 됩니다. 아름다운 정원을 위해선 물도 주고

거름도 가지치기도 잡초도 뽑아 주어야 하듯,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

력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 행복한 가정, 그 첫째로 ‘잘 듣는 집’입니다.

말도 중요하고 돈도 있어야 하지만, 그 이전에 잘 들어야 합니다.

□본문1 하나님 음성을 들으라

먼저는 하나님 말씀을 잘 들어야지요.

(사55:3절)“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내게로 나아와 들으라 그리하면 너희의 영혼

이 살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영원한 언약을 맺으리니 곧 다윗에게 허락한

확실한 은혜이니라”

(2절)“... 내게 듣고 들을지어다 그리하면 너희가 좋은 것을 먹을 것이며 너희

자신들이 기름진 것으로 즐거움을 얻으리라”

성경은 듣는 것을 중시하지요. ‘들으라’는 말이 구약에 무려 1천 번, 신약에 4

백 번 이상 나옵니다. “쉐마, 이스라엘아 들으라”,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

다”. “듣는 자가 복되도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

로 말미암느니라”(롬10:17). (마13장)씨뿌리는 비유에 밭들이 나오지요. 열매

맺는 밭 옥토, 열매 맺지 못하는 밭 길가돌밭가시떨기. 둘로 나뉘는 기준은 다

름 아닌 들음입니다.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니”

(마13:23). 그래서 “귀있는 자는 들으라”(마13:9) 말씀합니다. 심지어 성도는

죽은 다음에도 할 일이 있어요. 주님 재림의 음성을 듣고 일어나는 것입니다.

“무덤 속에 있는 자가 다 그의 음성을 들을 때가 오나니”(요5:28).

하나님 말씀이 들릴 때 부흥이 일어납니다. 듣지 않으면 영적으로 침체가 옵

니다. 예수님도 아버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새벽 미명 한적한 곳에 가

사 기도하셨습니다. 하나님 음성을 잘 듣는 집, 그 음성이 들려지는 집, 행복

한 가정의 첫 걸음입니다.

□본문2. 서로의 말을 들으라

그런데 들어야 할 것이 하나님 음성만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가정이 행복 하

려면 가족의 말 또한 잘 들어 주라 하십니다. 부부간에, 부모자녀간에, 형제간

에.

(약1:19)“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

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속히 할 것이 있고 더디 할 것이 있습니다. 듣는 것은 속히 많이 하고, 말하

는 것은 더디 적게 하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뭘까요?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라는 책에 이런 대화가 나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맞지요. 칼로 그 사람을 강제할 순 있어도 마음은 빼앗아 올 수 없습니다. 돈

으로 그 사람을 살 순 있어도 마음을 얻을 순 없습니다. 잘 들어줌으로 마음

을 얻습니다. 이청득심(以廳得心)이라. 청(廳)과 같은 의미로 들을 문(聞) 자가

있어요. 문문(門)+귀이(耳). 귀가 마음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지요. 잘 들음

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간다.

가정에서 부모님 말씀,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해도 문제의 반은 해

결됩니다. 치유와 화목, 평화가 임합니다. “목사님, 듣기만 하면 안되지요. 잘

가이드 해야지요(?)”. 아니요. 잘 들어 주면 길은 스스로 찾습니다. 그래야 그

길이 진짜 내 길이 됩니다.

우리 시대 가장 큰 불행은 듣지 않는데서 비롯된 것 아닌가? 용산에 계신 대

통령부터 여야 노사 진보보수, 동네 경로당 어르신들, 교회 성도와 성도들, 그

리고 우리집에 이르기까지. 대화와 소통의 문제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서로가 귀를 막고 듣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나님이 사람 만드실 때 입은 하나, 귀는 두 개 만드신 이유가 있다고 하지

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두 배로 하라”.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한 말입

니다. 미국의 철학자 죤 듀이는 또 이렇게 말해요.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사

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언제 중요한 사람이 될까? 좋은 차를 탈 때? 1

등할 때? 더 외로와 하던데요. 잘 들어 주는 사람이 있을 때입니다. 곁에서

잘 듣고 알아 주는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집 밖을 배회하지 않습니다. 잘 듣

는 가정입니다. 그래서 행복한 가정이 되시기 바랍니다.

□경청해서 들으라

문제는 여기 있어요. 듣는 게 쉽나요? 어려워요. 쉽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문

제예요. “걔는 말을 하라 해도 안해요”. “엄마아빠하곤 말이 안 통해요”

우리가 말하는 훈련은 좀 하는데 듣는 훈련이 부족해요. 말하는 것 보다 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은, 배우는데 2년, 듣는 데는 60년 걸린다”(공자)

해요. 60세 이순(耳順)이지요. ‘듣는 것에 순해진다’.

근데 제가 올해 육십인데요 자연스레 이순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귀가 열려 있으니 그냥 듣는 건 쉽지요. 근데 말이 들린다고 다 듣는 건 아닙

니다. TV나 핸드폰을 보면서 “말해, 듣고 있어”. “야 그게 힘든거냐 나는 옛

날에~”. “당신 잘 들어. 여자들은 군대를 안 갔다 와서 잘 몰라”.

혹은 이런 대화 보세요.

“엄마 나 이번 시험 1등 했어”

“자만하지마. 다음 시험 준비해. 한 방에 훅 간다.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아~ 엄만 외계인이구나. 나랑 다른 행성에 사시는.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훈련병 수백 명 중에서도 엄마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안다지만, 오히려 조

용한 집 안에서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부부간에도, 형제

간에도 마찬가지예요. 같이 살아도, 목소리가 들려도,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경청’해야 합니다. 그냥 듣는 것과 경청은 달라요. 경청(傾聽), 기울 傾. 몸을

기울여서 듣는 거예요. 귀를 가까이,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열어서, 공감하고

지지해 줍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소리내 줍니다. “정말? 진짜? 그렇구나, 힘들

었겠네”.

“엄마 나 한 등수 올랐어 39등”

“진짜? 전체가 몇 명이지”

“40명”

“그래, 우리 딸 얼마나 좋을까 엄마도 이렇게 좋은데. 아빠한테 전화하자”

그 아이는 다음 학기에 38등 이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못해도 구

김살 없이 자라 주변에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잘 듣는다는 것은 ‘말’만 듣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말에 담긴 ‘마음’을 듣는 것입니다.

그 마음에 담긴 ‘감정’을 듣는 것입니다.

그 말 마음 감정 속에 담긴 ‘메시지’를 듣는 것입니다.

그리할 때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핵심에 도달합니다.

그는 위로 받고 힘을 얻어 길을 찾을 것입니다.

여러분 가정에서 그렇게 경청하고 계십니까?

□결론

주님을 보세요. 만나는 이들마다 아우성 칩니다. “낫기를 원하나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딸이 죽게 되었나이다”. “개도 주인 밥상의 부스러기를

먹습니다”.

주님은 그 수많은 말들을 잘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시지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라”. “오늘 네 집에 유하리라” “내 믿음이 크도다, 믿음대로

될지라”.

그러자 그 집에 구원이 임했습니다. 회복되었습니다. 인생이 변화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 음성을 잘 듣고, 가정에서 그의 말을 잘 들을 때, 이런

변화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날 줄 믿습니다.

∴하나님 음성을 듣고자 힘쓰는 가정이 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서로의 말을

잘 들어 주는 가정, 그래서 행복한 가정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