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다림
고향에 구순(九旬)의 아버지. 제가 매일 전화 올린다 했습니다.
뭘 매일 전화를 하나? 드릴 말씀이 그리 많아서?
이유는 하나입니다. 기다리시기 때문에.
혹 시간을 놓쳐서 밤 10시가 넘었어도, 전화 드립니다.
아내는 주저하지요.
“혹 주무실지도 모르는데 넘 늦지 않았어요?”
아니요. 제가 압니다. 안 주무십니다.
막내 아들 전화를 받고서야 주무십니다.
한때는 쩌렁쩌렁 산을 울렸었는데 이젠 다 쇠하신 목소리로,
“어~~ 막내구나 뭘 전화했어 피곤한데”
“예 아버지 늦었어요 이제 주무셔야지요”
“그래 자야지 하루 수고했다 편히 잘자라”
기다리는 전화가 있다는 것, 아버지가 살아 계신 이유 중 하나 아닐까.
언제까지 제 전화를 기다리실까요.
그 기다림이 사그라들 때 생명의 불꽃 또한 사그라들 것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누군가에게 기다림이 된다는 것,
애닯고도 행복한 일입니다.
/사랑으로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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