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추운 산

지난 주간 저는 이 땅에서 가장 추운 산에 다녀왔습니다.

어디일까요? 대관령? 백두산?

논산입니다. 실망하셨나요. 막내가 논산훈련소에 입대했어요. 큰 애도 2월 말

논산 군번, 그날도 눈보라가 휘몰아쳤는데 지난 월요일도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날이 추워서일까요 마음이 추워서일까요. 30도를 오르내리는 삼복더위 7, 8월

에 입대했어도 논산은 춥지 않았을까요. 짧은 머리가 어색한 아들에게, 그 아

들을 보내는 어미아비에게. 저들 몸도 마음도 얼어 붙었으리라.

걱정은 안합니다. 첫 애도 아니고 두 번째 보냅니다. 시간 금방 간다잖아요.

현기와 준수가 지금 군에 있는데, 동병상련 위로 받으려고 엄마 집사님들께

전화했어요.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시간 금방 가요 목사님”.

근데 위로는 잘 안됩니다. 그 두 놈은 이제 곧 여름에 제대라니ㅎㅎ

“집사님, 금방 가긴요. 5년은 된 거 같은데 이제 겨우 5일 지났어요”

훈련소 대기석에서 있던 가족들, 이제 마지막 아들과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병들, 부모님께 인사하고 연병장에 집합!”

이곳저곳에서 통곡 소리가 납니다. 왜 아니겠어요. 어떤 아들인데, 어느 가정

에서나 금쪽같은 내 새끼이니. 부모 눈에는 아직 어리기만한 철부지 같으니.

엄마도 아들도 서로 부둥켜 안고는 눈시울을 적십니다. 저도 콧등이 시큰해졌

습니다.

연병장에 모인 수많은 장병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너희들이 세상을 녹이는 불이구나”

아마도 올해 우리 교회 표어, <성령의 불을 붙이는 교회>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엄동설한에 나라 지키란다고 이불 속에서 불려 나왔습니다. 아빠 세대들이

이리 춥게 만든 세상에, 남북을 냉전 시대로 만들어 놓고, 연평도에서는 포탄

이 오간다는데, 6,25이후 가장 위험한 때라는데. 저 아이들에게 이 추위를 막

으라 녹이라 사지로 내몰고 있으니.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느새 얼굴은 굳어지고 그 어색한 거수경례,

“아빠 엄마, 군대 잘 다녀올게요”.

연병장으로 달려가는 아이 등 뒤로 휭한 겨울바람이 몰아칩니다.

“주님, 저 아이와 동행하소서. 건강하게 지켜 주소서. 어차피 가야 할 길, 뭉

그적대던 이불을 걷어 치우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게 하소서.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는 저기 저 불꽃들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기도할 뿐입니다. 군에 간 모든 아들들, 건강히 돌아와 엄마 품에 안기길 두

손 모을 뿐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