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 오래된 질문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근본적인 질문이지요. “나는 누구

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손봉호 교수는 <나는 누구인가> 책에서 말해요. “인생에 근본적인 질문 세 가

지가 있으니,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가운데 첫 질문이 중요하다 해요. ‘나는 누구인가’, 자기 정체성(self

identity)이지요. 이게 분명해야 그 다음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가

분명해집니다.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의 질문이지요. “성도는 누구인가?”. 그리

스도인의 자기 정체성, 이것이 분명할수록 인생의 의미를 찾고 목표를 분명히

하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 부르신 존재

성도는 누구일까요. 물론 “하나님 자녀이다 구원받은 백성이다”,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지만, 우리는 먼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부르심을 받은 존재이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부르시는 분입니다. 성경은 하나님 부르심의 책입니

다. 세상 종교는 사람이 신을 찾지요. 무당 굿하는 게 귀신을 부르는 거잖아

요.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이 먼저 사람을 찾아 오사 부르십니다.

“아담아, 아브라함아, 사무엘아, 모세야, 마리아야, 베드로야, 사울아”.

요즘 매일 성서일과는 에스겔서이지요. 하나님께서 에스겔서을 부르십니다.

(겔2:1)“그가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네 발로 일어서라 내가 네게 말하리라”

하나님은 에스겔서에서 93번이나 ‘인자야’ 하시며 에스겔을 부르십니다.

저는 이 한 단어에 은혜가 되었어요. ‘인자야’. 저들만 부르시나? 그때만 부르

셨나? 그렇지 않지요. 오늘 나도 부르시지요. “현장아”. “최목사야” 주께서 내

이름을 아시고 나를 부르십니다.

• 부르시는 하나님

살면서 내 이름이 불려지지요. 별 의미 없는 부름이 많아요. “최현장 고객님”.

직업 직분 때문에 불릴 때도 많아요. 최현장씨, 최대리(?). 필요해서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천국에 가신 어머니가 어릴 때 부르시던 음성이 들립니다. ‘장아’

이 음성에는 사랑이 담겨 있지요. 어떤 계산이나 사심이 없어요. 오직 나만 생

각하고 잘되기를 바라시는 목소리입니다.

하물며 내 영혼의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이시랴. 오늘 나를 부르십니다.

“최현장, 최목사야(?)”

장난스럽게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예수님 곁에 계신 엄마가 주님께 말씀하

십니다. “주님, 쟤는 ‘장아’, 부르면 좋아하는데요”. 그러자 주께서도 부르십니

다. “장아”. “예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 보내심

그런데 나를 부르신 하나님은 세상으로 보내십니다.

성도는 누구인가? 보내심을 받은 존재이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은 그냥 우연이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나를 ‘딱’ 여기 이곳

에 보내셨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 P. Sartre)는 말해요. “인간은

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이다”. ‘피투’(彼投)라 하지요. 내 선택 의사와 상관없

이 던져진 존재입니다.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갈 뿐이지요. 이게 사르트르 인간

이해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백합니다. 아니다, 나는 ‘내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보내심을

받은 존재’라. 하나님께서 계획과 목적이 있어서 내 있는 이곳에 보내신 사람,

그리스도인입니다.

이 말씀에 도전을 받습니다. ‘아, 나는 보냄을 받은 자이구나’. 이 교회에, 가

정에, 일터에, 그곳 그 사람에게. 저기 아프리카로 파송 받는 선교사만이 아니

에요. 주님은 우리를 삶의 현장에 보내십니다.

“아 그래서 내 이름이 현장인가?”

우리가 이 마음으로 교회에 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를 예배에 보내셨

다, 그 부서 그 사람에게 보내셨다. 봉사하고 섬기도록 보내신 존재이다”.

이 마음으로 오늘 집에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주께서 나를 이 집에 보내셨

다”. “이 놈의 집구석, 들어가서 보자(?)”. 아니요. “그래 그래서 나를 보내시

잖아. 나를 통해 예수 믿게 하라고, 화평 복이 임하게 하라고”. 나는 가정으로

파송된 선교사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일하는 일꾼들이 가득한 회사는 흥할 것입니다. “망할 놈의 회

사 일만 죽어라 시키고(?)” 아니요. “주께서 나를 이 일터에 보내셨다”. 나는

일터에 파송된 선교사입니다.

음식점 가면 저 사람이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대충 구분이 가잖아요. 어느 날

음식이 너무 맛있었어요. 나가면서 카운터에서 “맛있어요. 잘 먹었어요”. 근데

별 반응이 없어요. 말 한 사람이 오히려 멋쩍어요. 나가면서 생각합니다. “종

업원이군”. 잘못된 건 아니지요. 그는 내 일만 하면 됩니다. 주인이라면 어떨

까요. “맛있다니 감사합니다. 다음에 꼭 다시 오십시오”. 이 가게를 위한 목표

와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내심을 받은 자입니다.

• 팔려온 인생? 보내신 인생!

보내심을 받은 인생으로 산 대표적인 사람은 요셉이지요.

(창45:5)“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

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두 단어가 비교됩니다. 팔았다, 보내셨다. 팔려진 인생, 보내진 인생. 세상은

말할 거예요. ‘요셉은 억울하게 팔려진 존재라’. 형들에게 광야 구덩이에 피투,

내던져진 존재입니다. 상처와 분노, 용서할 수 없지요.

그런데 요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팔려 온 인생’이 아니라,

‘보내신 인생이라’. 하나님께서 뜻이 있으셔서 먼저 보내셨습니다. 불평 원망

이 있을 수 없지요. 형들을 용서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까지 참고

기다릴 뿐입니다. 끝내 성공합니다.

팔려온 인생을 사십니까? 보내신 인생을 사십니까?

보내심을 받은 인생은 사명(mission)이 있어요. 상황이 어두워도 낙심하지 않

습니다. “보내신 분이 하나님이신데, 그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는데”, 그 목

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뿐입니다.

하나님은 보내시는 분입니다. 성경은 보내심의 역사입니다. 아브라함을 본토

친척 아비 집에서 불러서 가나안 땅으로 보내십니다. 가나안에서 때를 따라

사사들을 보내시사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패역한 백성들에게 선지자들을 보

내사 돌아오라 하십니다.

무엇보다 가장 위대한 보내심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

신 일입니다. 구원과 영생, 참된 행복의 길을 열어 주시기 위해. 주님은 이 땅

에서 보냄 받은 자임을 분명히 알고, 보내신 자의 뜻을 따라 사셨습니다.

(요6:38)“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그리고 승천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씀하십니다.

(요20:21)“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 간증

저는 이 부르심과 보내심의 정체성이 누구보다 분명합니다.

모태로부터 목사로 부르심을 받았어요. 어머니가 태중에서 서원하셨던 것이지

요. 어릴 때 엄마는 무릎에서 늘 확인하셨습니다.

“울 애기는 목사님이 되어야 해” “응, 나는 목사님이 될 거야”

중3 때였어요. 고향 청주동산교회 부흥회입니다. 마지막 날 밤새 뜨겁게 합심

기도를 하고는 강사 목사님이 그 쉰 목소리로 말씀합니다.

“여기 어린 학생들, 목사님 될 사람 나와라. 안수기도해 주겠다”.

저는 샌님처럼 수줍음이 많은 아이여서 사람들이 그리 많으면 쪼그려 있을 뿐

인데, 어디서 담대함을 얻었는지 당당하게 걸어 나가 엎드렸습니다. 부모님께

받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내 결단으로 분명히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주님은 저를 신학교 장신대로 부르시고 보내셨습니다. 면

접할 때 교수님이 묻습니다. “하나님 부르심의 소명이 있는가?” 저는 자신 있

게 대답했습니다. “예”. 모태로부터 지금까지 일들을 간증했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목회자로 부르셨고, 저는 때마다 응답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성문교회 전임전도사로, 도림교회 부목사로, 그리고 때가

되어 이곳 원주영락교회로 왔습니다. “내가 이력서 내서 갔다?”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시고 그곳에 그리고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그 부르심과 보내심이 늘 맘에 든 것은 아니었어요. 때론 “왜 이런 곳에?”.

요나처럼 부르심에 도망 하기도, 모세처럼 이리저리 핑계댈 때도 많았어요. 그

러나 하나님은 부르시고 또 보내시사 당신의 일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이 찬양이 참 좋습니다. 지난날들 돌아보며 드리는 저의 고백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네

내가 이 자리에 선 것도 주의 부르심이라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결코 실수가 없네

나를 부르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네

날 부르신 뜻 내 생각보다 크고

날 향한 계획 나의 지혜로 측량 못하나

가장 좋은 길로 가장 완전한 길로

오늘도 날 이끄심 믿네

그렇게 하나님은 부르시고 나는 응답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언제일

지 모르지만, 그날에 하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것입니다. 그때까지 부르시

고 보내신 곳에서 충성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주께서 부르신 사람, 이 땅에 보내신 사람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