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과 기도의 한 주간

-헌재 결정을 앞두고

• 분명한 신앙

이번 주간은 우리 대한민국에 참으로 중요한 때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

판소의 결정이 나올 듯합니다. 무엇보다 걱정은 이 사회입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바, 온 나라가 둘로 딱 갈라져 갈등하고 있지요. 80년이 되도록 갈라져

있는 남북분단도 가슴 아픈데, 매일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보혁(保革)이야 언제나 있어왔고 그 긴장과 토론을 통해 사회가 발

전함이 역사의 법칙이지만, 극단적인 세력이 문제입니다. 나라의 기강인 법원

을 공격하고, 헌법재판소를 부정하는 등 폭력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나라를 혼

란에 빠뜨리는 이들입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일부 교회들도 이 정치 선동에 앞장서서 극우세력의

온상지가 되어 있습니다. 교회가 정녕 극우의 핵심인가? 이는 하나님의 영광

을 가리는 일임에 분명하여, 복음을 훼손하며 교회의 선교와 전도를 가로막아

양식있는 이들로 하여금 교회를 등지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주영락교회 담임목사로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아무리 태극기나 성조

기를 흔들고 기도회를 표방한다 해도, 광화문 전광훈 류나 여의도 손현보 류

의 집회를 반대합니다. 세이브 코리아, 캡틴 코리아, 신사도운동 등은 극단적

인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극우 파시즘(Fascism) 세력들입니다. 저들이 결코 대

한민국 기독교의 대표일 수 없습니다. 우리 교회 성도들 한 사람도 이런 집단

에 동요되거나 참여해선 안됩니다.

이것을 분명히 하는 이유는,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침묵하거나 옳고 그른 것을

분명히 말하지 않을 때, 악의 세력이 숙주(宿主)처럼 자라서 교회를 더럽히고

성도들은 혼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늘 온유하고 겸손하셨지만, 악에 대해서는 언제나 분명하셨습니다. 하

나님 뜻에 벗어나는 바리새인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아’(마12:34) ‘화있을진저’

(눅11:42-), 성전을 문란케 하는 이들에게 상을 엎으시고(요2:15), 심지어 최고

권력자인 헤롯 왕에게 ‘여우에게 가서 이르라’(눅13:32) 하시며 질책하셨습니

다.

• 금식과 기도의 한 주간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한교총이 3,1운동 제106주년 한국교회 기념 예배에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은 한국교회 95%가 참여하는 최

대연합체이자 보수적인 단체입니다.

성명서 내용은, “보수 진보 모두 함께 살아야 할 하나의 대한민국이라는 것,

우리는 극단적 보수와 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헌법재판소가 법리에 따

라 숙고하여 무엇을 결정하든 그 결정을 존중할 것, 모든 교회가 나라를 위하

여 기도할 것” 등입니다.

이 선언은 이 땅에 건강한 대부분 교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언이

며 고백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그 성명서 전문을 아래에 올립니다.)

아울러 우리 교회는 이번 한 주간을 나라를 위한 금식기도회로 삼겠습니다.

하루 최소한 한 끼, 금식하고 기도하면서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일입니다. 새

벽에 기도하러 오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가정에서도 매일 진도에 따라 신약을

통독하고 기도하는 일입니다. 내가 옳다 네가 그르다, 할 말은 많지만 차분히

기도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법에 순응하여 안정과 평화를 회복하는 대한민국

을 소망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사순절(Lent)을 시작하는 첫머리에 더욱 뜻깊

은 일이라 생각하며 온 교우에게 고하는 바입니다.

• <한국교회총연합회 성명서>

한국교회총연합은 3.1 만세운동 106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 기념 예배를 드

리며 다음과 같이 성명한다.

1. 1919년 3.1만세운동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주권 침탈에 항거하는 비폭력

적 의거로서, 왕조시대의 구습과 문화를 마감하고 국민의 나라를 세우고자 하

는 소망으로 자유대한민국의 기초를 놓았다.

2. 민족 대표 33인은 종교와 신분과 사상과 지역의 차이를 극복하고 오직 나

라의 주권을 되찾고자 뜻을 모아 목숨을 바친 숭고한 희생으로, 빛나는 대한

민국 지도자의 모범이 되었다.

3. 작금 대한민국은 남북의 분열도 가슴 아픈데,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의

대립, 지역과 계층, 세대와 남녀의 부조화로 갈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른 책임은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그 가장 큰 책임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음을 지적한다.

4.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분열과 대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당리당략적 노림수

를 내려놓고, 대화와 타협으로 통합된 대한민국 회복을 위해 앞장서기를 바란

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도록 구축되어 위임받은

정부와 법원과 검찰과 국회는 이기적 권력으로 군림하려 하지 말고 각각 주어

진 권한을 행사하되, 민주적 의무와 책임을 다함으로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이

혼란을 속히 수습하기를 바란다.

5. 우리 모두는 3.1운동의 정신을 기억하며 온 마음으로 서로 협력하여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야 한다. 우리는 보수와 진보 그 어느 쪽에 속하더라도 함

께 살아야 할 하나의 대한민국이다. 서로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것으로는 평화

로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서로 용납하며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

야 한다.

6. 한국교회총연합은 극단적 보수와 진보를 지지하지 않으며, 이미 적시한 대

로 헌법재판소가 법리에 따라 숙고하여 무엇을 결정하든 그 결정을 존중하며

존중할 것이다. 모든 교회는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되 권한을 가진 이들이 나

라와 국민의 유익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리도록 기도하기 바란다.

106년 전 분연히 일어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선진들을 그리워하

며.

2025년 2월 23일

한국교회총연합 3.1운동 106주년 한국교회 기념 예배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