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담임선생님

얼마 전에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어요. 아버지가 초등학교 6

학년때 담임선생님을 기억하고 계신 거예요. 그것도 이름까지 또렷이.

한정식 선생님.

굉장하지요. 구십이 넘으신 분이, 이젠 손주들 이름도 깜빡깜빡 하시는 분이,

80여년 전 선생님 이름 석 자를 분명히 기억하고 계신 것입니다.

“아니 아버지 어떻게 아직도요?”

고향 먹뱅이 그 산골짜기에 가정방문(?)까지 오셨다는 겁니다. 동네에서 같이

어울리기도 하셨다는 거예요. 그 선생님이 너무 좋았다고. 평생 이름을 기억하

며 살았노라고.

저는 그 때 알았어요. 제가 초6때 담임선생님 노민우 선생님 이름을 여전히

기억하는 게 머리가 좋아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 아버지 유전자를

받아서(?).

중3때는 정방래 담임선생님. 그 마지막 수업때 칠판에 한자로 크게 쓰신 글

자, <務實力行>. 도산 안창호 선생의 좌우명이지요. 저는 평생 이 한자어를

기억하며 살았습니다.

교회학교도 마찬가지예요. 청주동산교회 주일학교때 선생님들.

이용근 선생님, 한상진 선생님. 지금도 살아 계세요. 그 교회 은퇴 장로님들입

니다. 또 서정국 선생님, 여기 원주 남광교회 목사님이시지요. 그땐 인기 많은

청년 선생님이셨어요.

아직도 그 학교, 그 교회 분반공부하던 그 자리,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분들

이 제 인생의 나무에 물을 뿌려 주심으로 자라 온 것입니다.

오늘 청년교사주일에, 선생님들을 축복합니다. 사랑으로 잘 가르쳐 주셔서 아

이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는 이름이 되시길 바랍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