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묵상

• 존재감 없는 이삭

요즘 매일 말씀은 계속해서 창세기를 보고 있지요. 창세기는 모두 50장인데,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원역사와 족장사.

(1-11장)는 창조와 타락, 홍수와 바벨탑 사건이 나옵니다. 인류의 처음, ‘원역

사’(the primeval history)라 해요. (12-50장)은 믿음의 선진들, 아브라함 이

삭 야곱 요셉 이야기예요. ‘족장사’(the patriarchal history)라.

족장들 모두 위대하지요.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입니다. 복의 근원, 이스라엘

의 시조예요. 야곱은 파란만장합니다. 팥죽부터 벧엘, 외삼촌댁 20년, 얍복강

가. 야곱의 바뀐 이름 이스라엘이 민족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요셉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이지요. 꿈을 꾸고 모함 받아 팔려 갑니다. 십수 년 고초 끝에

애굽 총리가 되어 애굽과 이스라엘을 구해 냅니다.

거기에 비하면 이삭은? 뭐 특별한 게 없어요. 창세기에 아브라함은 열 네 장,

야곱과 요셉은 열 두 장씩 할애 되는데, 이삭은 겨우 두 세 장입니다. 그것도

대부분 아브라함 야곱 요셉과 연관해서 나올 뿐, 평범합니다.

그런데 이삭이 참 좋아요. 아브라함의 복도 귀하지만 이삭의 복이 욕심납니다.

이삭처럼 살고 싶고, 이삭이 받은 은총을 받고 싶습니다. 이삭은 어떤 복이 있

었고 어떻게 받은 것일까? 이삭의 힘이란!

• 저물 때에

그것을 (창24:63절)에서 찾아 봅니다.

“이삭이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눈을 들어 보매 낙타들이 오는지라”

이삭이 나이 마흔, 장가를 못 갔어요. 아버지 아브라함이 노종에게 명합니다.

“고향에 가서 사람을 구해오라.” 멀리 메소포타미아 고향에는 하나님을 잘 믿

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노종 엘리에셀이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

의 아들 브두엘의 딸 리브가를 데려오는데, 본문은 이삭이 아내를 맞이할 때

의 장면입니다.

‘이삭이 저물 때에’. 상징하는 바가 깊지요. (23장)어머니 사라가 죽었어요. 나

이는 어느새 마흔, 아내 될 여자가 누구일지, 언제 올지. 나를 통해 축복의 계

보가 이어진다는 하나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건지. 지금 마음이 해 질 무렵처

럼 어둑어둑합니다.

이때가 중요하지요. 저물 때에. 성경에도, (막4)제자들이 풍랑을 만나는데 ‘저

물 때’입니다. (눅24)엠마오로 가던 낙심한 제자들이 말합니다. “때가 저물어

가고 날이 이미 기울었나이다”. 반면에 (막1)사람들이 저물 때에 병자들을 주

께 데리고 나왔습니다.

우리에게도 저물 때가 있어요. 풍랑을 만날 때, 병들 때, 낙심할 때. 실제로

해질 무렵, 마음이 급하고 어둡지요. 빈 마음에 무엇을 채울까? 흥청이기 쉽

상인 시간.

그때가 중요합니다. 세상 헛된 것을 채우면 헛된 인생이 되고, 은혜를 채우면

복된 인생이 됩니다.

♬날이 저물어 갈 때, 빈들에서 걸을 때, 그때가 하나님의 때

내힘으로 안될 때 빈손으로 걸을 때 내가 고백해 여호와 이레

• 묵상의 힘

그래서입니다. 이삭이 귀합니다. 그때 이삭은, 묵상했다고 전합니다.

‘이삭이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하루를 돌아보고 감사한 것입니다. 결혼 문제, 삶의 문제를 하나님께 맡깁니

다. 가만히 하나님의 뜻을 찾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립니다. 결국 묵상의 그 끝

에서 아내 리브가를 만나지요. 믿음의 계보를 잇는 약속의 조상이 됩니다.

묵상의 힘이라.

이삭은 야곱처럼 밤새워 씨름한 적은 없지만, 매일 하나님을 묵상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특히 이삭이 묵상한 장소가 ‘들’입니다. 일하던 밭.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일터 그 삶의 자리에서 묵상한 것입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기도’가

정해진 장소 골방에서 한다면, ‘묵상’은 삶의 자리에서 합니다.

밀레(J.F.Millet)의 그림, <만종>이 있지요. 경건한 부부가 보입니다. 하루를 마

감하는 시간, 농기구들이 옆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하루종일 땀흘려 일했던

밭, 땀 냄새와 피곤함이 밀려왔을 것입니다. 그날 소출이 많았을까요, 혹시 얻

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지도 모르겠지요.

그러나 부부가 서로를 마주하고 섰습니다. 모자를 벗고 두 손을 모았습니다.

하루를 지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오늘 밤 평안하길 기도합니다. 저 멀

리 교회에서 저녁 종소리가 울립니다. 만종(晩鍾).

• 저녁 묵상법

이삭의 본을 따라, 저녁 묵상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온몸에 힘을 다 빼고 가만히 하루를 돌아보라.

둘째, 하루를 지켜 주신 하나님께, 함께 한 이들에게, 모든 일에 감사하라.

셋째, 잘못이 있으면 용서를 구하고, 해가 지도록 분은 품지 말라(엡4:26).

넷째, 오늘 밤을 주께 맡기며 쉼과 평안함을 주시길 간구하라.

다섯째, 그러나 그날이 하루 더 가까이 왔음을 계수하라.

여섯째, 내일 아침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라.

일곱째, 그리된다면 마지막 나팔 소리를 듣고 다시 깨길 기도하라.

이것이 저녁 묵상의 내용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며 마음과 영혼을 붙잡는 시

간이지요. 하루에 감사가 있고 오늘 밤을 맡기며 내일의 천국의 소망을 분명

히 하는 시간, 마음에 평안함이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저녁, 이 묵상으로 하루를 마감하시면 어떠시겠습니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