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숨바꼭질

• 숨는 인생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술래가 담벼락에 얼굴을 묻고 노래하면 나머지 친구들은 숨었지요. 그때부터

평범했던 공간이 비밀 아지트로 보입니다. 전봇대 뒤는 너무 뻔했고, 장독대며

헛간 겨울들녘 짚더미까지. 숨은 친구들을 술래가 다 찾아내기까지 가쁜 일들

이 벌어집니다. 숨을 때의 기대감, 수색(?)의 망이 좁혀올 때 두근두근, 찾았

을 때의 기쁨과 실망.

예. 어릴 때 숨바꼭질이지요. 동네 골목이며 논밭이 놀이터이던 시절, 아이들

남녀 없이 엉켜서 즐겨하던 놀이. 잘 숨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꼭꼭 숨

어서 못 찾아도 낭패입니다. 혹시 그런 적 있으세요? 숨바꼭질하다 술래가 못

찾은 때. 10분 30분 1시간, 해가 져서 모두 집에 돌아가고 혼자가 되었던 때.

그래서 조용필이 불렀나 봐요. “못찾겠다 꾀꼬리... 하나둘 아이들은 돌아가

버리고... 전봇대에 기대앉아 얘들아”

돌이켜 보면, 삶에 숨바꼭질 같은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요. 어른이 되어도 여

전히 숨바꼭질을 하며 삽니다. 내 안에 울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숨고 싶을

때, 아무에게도 내보이고 싶지 않을 때. 내 속을 누가 알아? 나를 찾지 못하도

록 마음에 빗장을 칩니다. 나만의 공간에 틀어 박힌 자녀, 입을 다물어 버린

아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교회에 오르신 그 성도가 그렇지 않을까.

혼자 하는 숨바꼭질은 비극입니다. 친구가 필요하지요. 부모가 알아 줘야 합니

다. 남편이 술래가 되어 찾아줘야 할 일입니다. 누군가 그 마음을 알아주고 찾

아줄 때 우리 속에 꽁꽁 언 얼음이 녹게 됩니다.

삼척에 초등학교 권일한 선생님이 쓰신 책 <선생님의 숨바꼭질>. “마음을 꼭

꼭 숨긴 아이들과 술래가 된 선생님의 아름다운 숨바꼭질 이야기”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하지마, 교사’에서 ‘무슨 일 있어, 교사’로 바뀌는 중이라,

는 글은 이 시대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아닐까 싶습니다.

“슬픈 마음, 두려운 마음, 화난 마음, 외로운 마음을 감추고 누군가 찾아주기

를 기다린다. 마음이 아파 숨었지만 혼자 남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아무도 아

이 마음을 찾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어른들이 바빠서 아이 마음을 모른다

면, 자기들 일에 빠져 아이 마음을 살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놔둔다면...

아이들이 ‘저 여기 있어요. 이리로 오세요. 여기 있다고요’ 하고 소리친다. 구

석빼기에 숨어 자기를 봐달라고, 제발 찾아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마음을 읽어

달라고 외치는 아이, 아무도 듣지 않아 서서히 마음을 닫아버린 아이, 기다리

다 지쳐 웅크린 아이, 누군가 다가와 손 내밀어주기를 기다리는 아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을 만나 숨바꼭질을 즐기는 어른으

로 자라나면 좋겠다”

-<선생님의 숨바꼭질> 중에서

• 찾아 오시는 하나님

하나님도 그렇지 않으실까. 친히 술래가 되시사 숨어있는 인생을 찾아 오십니

다. 슬픔과 두려움에 빠진 이, 홀로 외로운 이, 길잃고 헤매는 이에게.

에덴에 아담하와가 죄짓고 두려워하여 나무 사이에 숨지요. 하나님이 술래가

되사 찾아 오십니다. “네가 어디 있느냐”(창3:9). 인간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을 피해 숨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숨어있는 인간에게 찾아 오십니다.

애굽에 종살이하는 이스라엘에게 찾아 오시고, 광야길에, 바벨론 포로지에까지

찾아 오셨습니다. 여호와 삼마(Jehovah-shammah)라.

무엇보다 우리가 기다리는 이 성탄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찾아 오신 사건입니다. 갈릴리에서 두려워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가난하

고 병든 이들에게, 길잃어 죽어가는 잃은 양 한 마리에게 찾아 오셨습니다. 오

늘날에도 예배할 때 말씀과 기도의 자리에, 여러 삶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에

게 찾아 오십니다.

(계3:20)“볼지어다 내가 문밖에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우리는 얼마나 마음 깊은 곳으로 숨어 들어가 있는지요. 문 두드리는 소리를

외면합니다. 그러고는 나는 혼자이다, 하나님이 없다, 합니다. 믿음이란 내 마

음에 찾아 오사 문을 두드리시는 주님 음성을 듣고 문을 여는 것이라.

• 하나님을 찾아라.

어느 날 하나님께서 존경받는 한 선생에게 찾아가 의견을 물으십니다. “나는

사람들과 숨바꼭질하며 놀고 싶다. 천사들에게 어디 숨으면 제일 좋겠냐고 물

었더니, 어떤 천사는 바다에 깊숙이 숨으라고 하고, 산꼭대기에 숨으라고도,

어떤 천사는 동굴 어둠 속에 숨으라 했지. 자네는 무엇이라 하겠나? 어디에

숨으면 사람들이 나를 찾아내지 못할까?”

그러자 그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숨으십시오. 사람들은 설

마 하나님이 거기 계시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숨바꼭질. 사실은 찾아내라고 숨으시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미 우리

마음에 계시는 하나님이지만 쉬 찾아내지 못합니다. 너무 가까이 계셔서, 너무

쉬운 곳에 계셔서.

아, 나는 먼 곳에서 힘들게 하나님을 찾으려 하면서도 정작 내 안에 계신 분

을 찾는 데는 게으르지 않았던가.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을 두고 너무 먼 곳만

바라보지 않았던가. 내 눈에 비늘이 앞을 가려 찾아내지 못하며 사는 것은 아

닌가.

기다림의 대림절기, 주께서 숨바꼭질 술래가 되사 우리를 찾으러 오십니다. 너

무 깊이 숨지 마셔요. 나는 혼자라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고, 주님 너무

멀리 계신다고 포기하지 마셔요. 내 마음에 계신 주님, 그 주님을 깊이 기다리

다 주님을 찾고 주께서 찾으시는 은총의 절기가 되길 빕니다.

“내가 주의 영을 떠나 어디로 가며 주의 앞에서 어디로 피하리이까 내가 하늘

에 올라갈지라도 거기 계시며 스올에 내 자리를 펼지라도 거기 계시니이다 내

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주할지라도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시139:7-10)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