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스치우는 밤

• 별이 빛나는 밤에

2020년 성탄절을 앞두고 별들의 우주쇼가 있었어요. 목성과 토성이 800년 만

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다나요.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별이고 토성은 예

쁜 고리를 지닌 별입니다. 두 별이 마치 하나처럼 보이게 되니, ‘크리스마스

별’이라는 별칭도 붙여지고, 동방박사를 인도했던 그 별이라는 학설까지 나왔

습니다. 마치 성탄의 선물처럼 밤하늘을 수놓는 목성과 토성의 만남, 정말이지

‘별이 빛나는 밤’이 되었습니다.

별은 인간에게 오래된 길잡이지요. 어두운 바다를 항해 하거나, 사막의 대상들

은 북두칠성 북극성을 보고 길을 찾았습니다. 또한 별은 시간을 알려 주었지

요. 초저녁에 뜨는 별, 오밤중에, 새벽녘에 뜨는 별. 하늘의 별을 보고 지금이

어느 시각인지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별은 마음의 고향이지요. 견우와 직녀, 서로 헤어진 사람들이 달이나

별을 보고 마음을 달랬습니다. 어릴 적 땅거미가 진 동네 들판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은 별천지였습니다. 군대 GOP 근무 시절, 하늘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

들과 함께 깊은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 속에 사랑하는 식구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미래를 그려 보기도 했지요. 마음속에 별이 살아 있는 사람, 희망이 있

는 사람이라.

그래서입니다. 수도 없는 시인들이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고 노래했지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예.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만 보아도 추억이 깊어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때

가 있었습니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을 보이시면서

축복을 약속하셨지요. 야곱은 벧엘 골짜기에서 별을 보고 하나님의 계시를 받

습니다.

• 나는 별이 좋아

이 시대는 별을 잃어버린 시대이지요. 별이 있지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별에

관심 없습니다. 세상의 별에만 관심합니다. 스타(STAR)이지요. 성탄이 되어도

성탄의 별이신 예수님에 관해서는 관심 없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그랬지요. 헤롯왕은 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당황합

니다. 그 별을 죽이려 합니다. 이 땅의 사람들은 참 생명과 진리에 관해 관심

이 없습니다. 오직 땅의 것에만 관심하고 그것을 얻으려고 힘을 씁니다.

나폴레옹이 60번의 큰 전쟁을 했는데, 그중에 두 번 모스크바 전쟁과 워털루

전쟁에서 패했습니다. 그 이유가 늦게 일어나 새벽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

해요.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비평가 루카치의 탄식입니다.

유치부 아이가 집에 와서 엄마에게 신나서 말합니다.

“엄마 이번 성탄절 연극에 내가 나와”.

“오 그래. 무엇을 맡았는데?”

“별이요”.

“별? 아무 말도 없이 가만 있는 별?”

“아니 가만 있지 않아, 동방에서 베들레헴까지 이리저리 움직여”

“무슨 대사라도 있니?”

“아니 없는데”.

“마리아나 요셉, 아니면 동방박사를 하지 웬 별을 맡았냐?”

엄마는 좀 서운해합니다. 그러자 아이가 가만히 말합니다.

“엄마, 나는 별이 좋아. 내가 없으면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찾지 못했을

거야”

• 어둠 속에 빛나는 별

그런데 별은 언제 빛날까요? 어두움 속에서 빛납니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라’. 맞지요. 밝은 대낮엔 별을 볼 수 없습니다. 해가 지고 어둔 하늘에서만

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 캄캄한 밤의 별이 가장 잘 보입니다.

지금 인생의 대낮인 사람에게는 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잘되고

인생에 부족한 것이 없어서 이 땅이 천국 같은 사람에게는 새벽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대낮인 사람은 오히려 어둡습니다. 별이 없기 때문이지요.

<별>

-정진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그렇지요. 해가 지고 어두워지지 않으면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탄은 어둠의

세상에 샛별되신 주님이 오신 사건입니다. 연약함과 어두움을 배경으로 빛 되

신 주님이 오신 것이지요. 인생의 짙은 어두움 속에 있는 이들, 캄캄한 밤하늘

에도 별을 응시하는 사람들, 그 어두움을 찢고 새벽을 깨우려는 사람들에게

별이 나타납니다.

지금도 그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 별이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하고 계십니

다. 성탄의 별, 그 별을 바라보십시오. 동방의 박사들처럼, 그 별을 품고 그

별이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인생이 되십시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웁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