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곁이 되어

• 한 해 끝자락에서

삼백예순다섯 날, 하루하루 지나 온 날들이 쌓여 어느새 한 해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징검다리 아래 물처럼 세월은 무심히 흘렀지만, 이 땅은 정말이지

폭풍을 건너 왔습니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것이지요.

불과 몇 개월만의 일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저 이스라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계속되었고, 대홍수 가뭄 산불 폭염 등 기후재난에, 큰 사건사고가 줄

을 이었습니다.

여러분 개인적으로는 어떠셨습니까? 연초에 봉헌하신 기도제목표를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소망을 담은 글자들이 깨알같이 담겨 있었어요. 마치 예언하신

듯, 그 기도제목이 그대로 이루어진 분이 있습니다. 여전히 힘든 가정도 많습

니다. 감사와 아쉬움, 두 마음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송년의 시간입니다.

아, 저는 어땠냐고요?. 담임목사인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감사와 아쉬움.

“그때 그렇게 할 걸. 그 말을 왜 했을까, 다른 길로 갈 걸.”

무엇보다 떠나간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당장 어제 성탄 장식 철거하

는데 아쉽더라고요. 트리며 별이며 긴 현수막도 너무 예뻤어요. 사람이라면 오

죽하랴, 돌아가셔서, 이사하셔서, 이런 저런 이유로 교회를 떠난 분도 계십니

다.

그래서입니다. 오랜 세월, 묵묵히 곁에 계신 분들을 기억합니다. 예배의 자리

에, 기도하는 자리에, 봉사하는 자리에서. 곁이 되어 주신 분들. 따스한 곁을

내어주신 분들.

• ‘곁’에 있어 준 당신

살아보니 곁에 누군가 필요한 인생입니다. 삶이 얼마나 고단해요. ‘서울 자가

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류승룡이니까 용서하지 전체 10%이내에 드는 상위

층이 뭐가 힘들어? 모두가 꿈꾸는 인생인데, 무슨 말이 많아?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 드라마에 공감하더군요. 말이 좋아 대기업 부장이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사회가 규정해 놓은 성공 기준에 맞추기

위해, 비교하고 비교 당하며 사는 인생. 그게 내 모습이라.

행복하지 않습니다. 김부장이? 아니, 서울은커녕 지방도시 원주에 사는 우리

가. 변변하게 집도 회사 명함도 하나 없이 사는 우리가.

그래서일까요. ‘곁에’(beside)라는 말이 새삼스럽습니다. 내 곁에, 마음 한 곁

에.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 가만히 곁을 지키는 사람.

세상에 불쌍한 이는, 곁에 아무도 없는 사람입니다. 당연하다 여겨서 등한시하

며 살지만, 명세빈은 아니어도(?) 매일 집에서 무심히 보는 아내와 가족, 주일

마다 함께 예배하는 성도, 있는 듯 없는 듯 수고하는 일꾼. ‘곁에 있는 그 사

람’에게 감사할 일입니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코끝에 와 닿아있다

때문에 우리는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살결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발 밑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단단하게 딛고 서있는 것이다

-차진배, <정작 감사한 것들> 중에서

• 서로의 곁이 되어

주님을 생각합니다. 십자가 앞에서 “너희도 가려느냐” 하셨던 주님 마음은 얼

마나 아프셨을까요. 마지막까지 십자가 곁을 지키던 여인들, 얼마나 고마우셨

을까요.

그러고 보면 가장 큰 감사를 우리 주님께 드립니다. 사람은 떠나도 주님은 늘

내 곁에 계셨습니다. 내 외롭고 고단한 삶에 사랑의 ‘곁’을 내어주셨습니다.

그것을 확증하신 사건이 성탄이었지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한 주간 마음에 와 닿았던 찬양입니다.

<예수 늘 함께 하시네> (Jesus, Always With Me)

고단한 인생길 힘겨운 오늘도 예수 내 마음 아시네

지나간 아픔도 마주할 세상도 예수 내 마음 아시네

하루를 살아도 기쁨으로 가리 예수 늘 함께 하시네

후회도 염려도 온전히 맡기리 예수 늘 함께 하시네

믿음의 눈 들어 주를 보리 이 또한 지나 가리라

주어진 내 삶의 시간 속에 주의 뜻 알게 하소서

믿음의 눈 들어 주를 보리 이 또한 지나 가리라

주어진 내 삶의 시간 속에 주의 뜻 알게 하소서

한 해를 보내며, 우리의 ‘곁’이 되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서로의 ‘곁’이

되신 분들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하늘 아버지 뜻대로, 서로의 ‘곁’을 지키는

당신이,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마12:50) 입니다.

복있을지라. 서로의 ‘곁’이 되어 살아간 사람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