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

얍복강가, 그곳은 항복의 자리

평생 남의 발꿈치를 잡으며 속이고 살던 야곱을 불러

환도뼈를 쳐서 절게 하신다.

그리고 주신 새 이름 ‘이스라엘’, 브니엘의 아침을 열다.

호렙산, 그곳은 항복의 자리

애굽 궁궐에서 싸우다 사람까지 쳐죽인 모세를 불러

네 신을 벗으라 하신다.

그리고 주신 허름한 지팡이, 홍해를 가르다.

욥바를 떠난 지중해 고래 뱃속, 그곳은 항복의 자리

니느웨가 아닌 다시스로 도망치던 요나를 불러

밤낮 삼일을 기도하게 하신다.

그리고 이르른 니느웨, 좌우를 분변 못하는 십이만을 살리다.

게네사렛 호숫가, 그곳은 항복의 자리

밤새 그물을 던졌으나 빈 배로 돌아온 베드로를 불러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

말씀에 순종할 때, 만선의 기쁨을 누리게 하시다.

베데스다 못가, 그곳은 항복의 자리

서른 여덟 해 소망없이 주저 앉은 병자를 불러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할 수 없다는 고백, 마침내 자리를 들고 걷게 하시다.

다메섹으로 가는 길, 그곳은 항복의 자리

최고의 이력으로 승승장구하던 핍박자 사울을 불러

땅에 엎드러져 눈이 멀게 하신다.

그리고 비늘이 벗겨진 눈, 세계 선교의 땅끝을 보다.

아~

항복하는 자리가 은총의 자리이거늘

싸워서 이기려다 그 복을 빼앗긴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행복하려면 항복해야 하거늘

항복은 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고 불평하던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하나님께는 항복하고 세상과는 싸워야 하거늘

하나님께는 싸우고 세상과는 항복하던 때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완악한 바로왕도 열 재앙 끝에는 항복했거늘

수없는 세월을 거치고도 깨닫지 못하는 나는

도대체 얼마나 어리석은가

내가 주인 삼아 섬기는

욕망과 안락 때문에

야망과 자존심 때문에

‘두어 움큼 보리와 두어 조각 떡’(겔13:19) 때문에

현실에 항복하고

돈에 항복하고

쾌락에 항복하며 살았으니

예배는 항복이다

기도는 항복이다

십자가는 항복이다

신앙은 곧, 항복이다

항복하심으로 십자가를 지신 주님

항복하심으로 세상을 이기신 주님,

내 몸을 쳐서 항복하오니

연약한 나를 다스려 주옵소서.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