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보기도, 목회의 힘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제가 원주영락교회 처음 올 때였지요.

2003년 11월 어느 주일 저녁, 청빙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감사와

함께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이제 7년간 정들었던 도림교회는 물론이고 오

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낯선 곳 강원도 원주로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

려 왔습니다.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처음 만난 원주영락교회

그래 기도하자! 저는 아내와 함께 며칠 휴가를 받아 신림 명성기도원에 갔

습니다. 그 전에도 여름 휴가때 자주 들렀던 곳이기도 했지만, 이젠 무엇보

다 원주에서 가까우니 더욱 마음에 끌렸습니다.  

기도원 자그마한 방에서 또는 개인기도실에서, 우리는 이후의 사역을 하나님

께 맡기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기도하던 중, 어느 날 밤에 갑자기 교회에 가보고 싶어졌습니

다. 아직 서먹서먹하지만 내 교회, 원주영락교회.

내비게이션이 없던 때였지만, 여기 신림에서 원주가 멀지 않으니 금방 찾아

갈 수 있으리라. 밤이 늦어 아무도 없을 테니 살짝 보고만 오자고.

그 밤에 아내와 함께 기도원을 빠져나와 교회로 향했습니다. 기억은 가물가

물하지만 아마 신림에서 치악재를 넘어 금대리를 지나 오른쪽 산머리에 있

는 밝은 달을 끼고 원주로 달렸을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진 그 길

을 말이지요.

설교하러 처음 왔을 때 기억을 더듬어 결국 봉산동 여기를 찾아 왔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한겨울이고 밤이 늦은 시간이어서 교회 주변에는 아무도 없

어 적막하기만 했지요.

우리는 누가 볼세라 차에선 내리지 못하고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돌고.

“여보, 맞아 담이 없었지. 대신 나무들 돌들로 빙둘러 있네. 야아~ 붉은 벽

돌 교회 참 오랜만이다. 저 뒤에가 예전 사택 건물이라 했어...”

차안에서 교회를 한참이나 둘러보다, 마음이 점점 먹먹해 졌습니다.

“어떤 교회일까? 어떤 분들이 계실까? 앞으로 어떤 일들이 있을까?”

•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

그러다 문득 본당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혹시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내 아버지 집에 들어가 인사는 하고 가야지”

살짝 차를 주차해 놓고 본당문을 여는데, 다행히 문이 열렸습니다. 그때만

해도 문을 열어 두던 때였잖아요.

저는 캄캄한 교회 본당에 도둑고양이처럼 들어와 맨 뒤에 앉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저 강단 앞에 십자가. 가만히 그 십자가를 한참이나 바라보

았습니다. 태어나 처음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처럼 호동그란 눈을 하고서.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다짜고짜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멀리 나갔던 탕자

가 집에 돌아온 듯한, 목자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잃은 양 한 마리처럼,

오랫동안 기다리신 아버지 품에, 목자의 품에 안긴 듯 한 마음이었나봐요.

그때 보았던 어둑신한 십자가를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 보니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깊은 밤에 본당안에

저 말고 또 누가 있었던 것입니다. 강단 앞쪽에서 사람 소리가 났습니다. 깜

짝 놀라 숨을 죽이고 가만히 들어 보니 기도소리였습니다.

“아버지, 서울서 이제 오시는 담임목사님을 지켜 주시사...”

• 내 목회의 힘

잘 알아듣기도 힘든 구성진 할머니의 기도소리가 본당 안에 울려 펴지고 있

었던 것입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지며 타령조로 또 넘어가는 그

익숙한 소리. 오래 기도하신 노년의 어르신들에게서 나는 소리.

예. 그 옛날 어머니 무릎에서 듣던 간절한 기도소리였습니다.

아~ 그 분은 아직 부임도 하지 않은 저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보나마나 그 분은 그때 어머니처럼 무릎을 꿇고 몸을 연신 앞으로 굽혔다

세웠다 흔드시면서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고(故) 김정이 권사님.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그 추운 겨울밤인데도

찬바닥에서 밤을 새며 교회를 위해 중보기도 하고 계셨습니다.

그때 그 기도소리, 저는 아직도 그 기도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고인 뿐 아니었겠지요. 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위해, 또한 저를 위해 기도하

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기도소리는 새벽마다 예배 때마다,

또한 성도들 각각의 기도자리에서 하늘로 올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제가 지난 십여 년이 넘도록 원주영락교회에서 이만큼 목

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기도 때문이리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부

족한 목사를 위해 중보기도 해 주시는 성도들의 사랑 때문인 것을.

그 기도가 나를 지탱해 주는 목회의 힘입니다.

“한 번은 침대에 누워 지내는 한 여인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여인은 나에게 약 2

백 장 정도 되는 사진이 들어있는 앨범을 보여주었다. 여인은 앨범을 한 장씩 넘기면

서 그 사진들을 보고 기도한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십대 소년이었지만 그 어린 나

이에도 불구하고 내가 서 있던 바로 그 침대 곁이 거룩한 곳처럼 여겨졌다.”

(리처드 포스터 <기도> 중에서)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