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기경하는 사순절

• 심장이 딱딱해 졌으면 좋겠어

몇 년 전 드라마인데요, 김선아와 현빈의 <내 이름은 김삼순>. 거기서 나온

명대사가 있습니다.

“심장이 딱딱해 졌으면 좋겠어”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는 서른 살의 삼순이가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신의 마

음을 표현한 대사이지요. 이 말이 많은 청춘들의 마음을 흔들어 입에 오르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딱딱해 질 수도 없고 딱딱해 져서도 안 되는 것이 심장이지

요. 혹 ‘심장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심장

에는 암이 발생할 수 없습니다. 심방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하

며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암이란 다름 아닌 내 몸이 단단해져서

생기는 병일진대, 오직 한 곳 암이 발생하지 않는 곳이 심장입니다.

만약 심장이 딱딱해지면 신체 구석구석으로 피를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사

람이 살기 어렵겠지요. 피가 덜 통하게 되면 점점 몸이 굳어져서 뇌경색, 협

심증, 심근경색, 중풍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혈관이 굳어지는 것을 동맥경화라 하고, 간이 굳어지는 것이 간경화

입니다. 대부분의 신체 부위는 차가와지고 단단해지면 문제가 됩니다. 허리

나 어깨나 가슴 등이 뻣뻣해지면 이상신호입니다. 하다못해 변이 딱딱해져

도 변비가 되어 고생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우리가 운동을 하는 것은 딱딱하게 굳어져가는 온 몸을 풀어주기 위해서 입

니다. 굳어가는 근육을 풀어 주어야 혈액순환이 잘되고 온 몸의 신체와 모

든 장기들이 부드러움을 유지합니다.

유능승강(柔能勝剛)이라! 점점 굳어가는 내 몸을 부드럽게 하는 것, 그것이

살 길입니다.

• 밭을 갈아 엎어야

사람 신체뿐만이 아니지요. 고기도 질기고 단단하면 상품(上品)이 아닙니다.

굳은 고구마는 맛이 없습니다. 과일도 설익어서 딱딱하면 먹기가 쉽지 않습

니다. 고기나 과일도 부드러워야 합니다.

자연만물도 마찬가지이지요. 꽃샘추위가 살짝 와 있지만 요즘 봄기운이 온

땅에 완연합니다. 제 방에 석부작(石附作)에도 새 싹이 피어올랐습니다.

참 신기하지요. 어떻게 자기 때인 줄 알고 싹을 틔울까요? 추운 겨울 동안

나뭇가지는 수분이 빠져서 메마르고 단단합니다. 그러나 봄과 함께 수분이

들어가면서 부드러워 집니다. 가지가 부드러워져서 잎을 내고 꽃을 피울 수

있게 됩니다.

김수복 집사님 네를 비롯해 농사짓는 식구들은 이제 바빠지게 됐습니다. 겨

우내 굳어있던 흙을 갈아 엎어서 파종을 준비해야 하겠지요.

힘들다고 밭을 갈지 않고 씨를 뿌리는 농부는 없습니다. 땅이 굳었으면 식

물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서 꽃과 열매를 내기 위

해서는 땅이 부드러워야 합니다. 지혜로운 농부는 겨우내 굳어진 땅을 기경

해서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부드러운 땅이 씨앗을 받아야 생명을

냅니다.

사람이든 자연만물이든 굳어지는 것은 병든 것입니다.

• 심경화(心硬化), 가장 큰 병

그러나 그보다 더욱 위험한 병, 어리석은 것이 있습니다. 심경화, 즉 마음이

굳어지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강퍅’, 혹은 ‘완악’으로 쓰여지기도 하지요.

가끔 우리 마음이 굳어지는 때가 있습니다. 마음에 화를 품을 때 이렇듯 굳

어지지요. 미움을 품을 때, 상처를 품을 때, 절망과 낙심을 품을 때 굳어집

니다.

마음이 굳은 사람은 말씀을 들어도 감동이 없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잘 느

끼지 못합니다. 사람을 만나도 마음의 문을 꼭 닫고 삽니다. 누가 죽는다 해

도 무감각해 집니다. 주께서 말씀하신 바,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슬피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는” 것입니다(마11:17절).

그래서 웃음이 없습니다. 기쁨이 없고 평안이 없습니다. 소망과 행복을 잃게

합니다. 끝내는 존귀한 생명을 잃게 합니다.

(마13장)예수님의 씨뿌리는 비유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길가와 같은

마음 밭입니다. 사람들이 오가며 밟고 또 밟기 때문에 단단해 진 땅이지요.

그 위에는 아무리 좋은 씨가 뿌려져도 싹을 틔울 수 없습니다. 새들이 와서

먹어 버립니다.

이것이 다른 밭보다 무서운 마음이라. 그러므로 굳은 마음은 부드러워져야

합니다. 차가운 마음은 따뜻해져야 합니다.

깊이 속을 들여다 보면, 우리 성도들 마음속에 돌덩어리들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돌덩이가 되어 있습니다. 열등의식의 돌덩어리

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움과 증오의 돌덩이들.

은혜 받는다는 것은 그 돌덩이가 부서지는 것이리라.

선지자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위를 쳐서 부스러 뜨리는 방망이”라

고 말합니다(렘23:29절). 우리는 날마다 말씀의 방망이로 깨부숴야 합니다.

회개로 갈아엎고 말씀의 방망이로 때려 부숴서 이 마음의 돌덩어리들을 가루

로 만들어야 됩니다. 이것을 부드럽게 하지 않으면 평생 걸림돌이 됩니다.

“유순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물려 받을 것이다”

(마5:5, 현대인의 성경)

• 마음을 기경하는 사순절

어느 청년이 쓴 댓글인데요, 마음을 울리는 고백입니다.

어제 목사님의 설교, 참 마음에 와닿았다.

마음이 굳어지는 것을 피하라고.

평생 그것만은 피하겠다고 다짐하고 기도하라고.

마음이 굳어가고 있다는 걸 조금 공감했어.

찬양에 감동받고 말씀에 주님 느끼던

예민하던 순간

그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아.

이제 사순절(四旬節)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은 주의 십자가와 고난을 묵

상하는 절기입니다. 우리는 참회와 회개, 경건과 절제의 삶을 통해 주의 고

난에 더 깊이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새벽기도회를 중심으로 더욱 말씀과 기도의 삶을 실천할 것입니

다. 사순절의 마지막, 고난주간에는 금식하며 기도하는 시간들을 많이 갖도

록 하겠습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중보기도팀은 새벽기도를 중심으로

평일 낮에는 수요일 1시에 모이겠습니다. 중보기도요청카드를 품에 안고 교

회와 성도들, 이 지역과 민족을 위해 축복하며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또한 <사랑의 저금통>을 나누겠습니다. 사순절 동안에 예쁜 저금통에 동전

을 모아 주십시오. 부활주일에 봉헌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것으로 가난

하고 어려운 분들, 특히 이번에는 북한 어린이 돕기에 함께 하겠습니다.

그 저금통에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 옵니다.

“500원짜리 동전 하나, 적어 보이신 다구요? 500원이면 북한 어린이들이 하

루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따뜻한 밥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참회, 경건, 절제, 금식, 기도, 중보기도, 사랑의 저금통...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우리 완악하고 굳은 마음을 하나님 앞에서 부드럽게 기경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2014년 사순절, 주의 영이 함께 하시는 깊은 절기가 되기를 빕니다.

(겔36:26절)“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