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Original sin)에 대하여

• 왜 원죄라는 천형(天刑)을?

“아담과 이브가 범죄한 것이 왜 내게 이어집니까?”

“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원죄라는 천형을 지고 나와야 합니까?”

어릴 때부터 물어 왔던 질문이지요? 어거스틴(Augustine) 이후로 교회는 원

죄(peccatum originale) 교리를 믿어 왔습니다. 원죄론은 인간에 대한 이해

에 있어서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인간 존재의 규정이지요.

어거스틴과 대립한 펠라기우스(Pelagianism)는 “아담과 후손의 죄는 직접

연관이 없다. 후손들은 자신의 죄로 죽는다”고 주장하였는데, 끝내 이단으로

정죄되고 맙니다.

원죄에 대한 대답이 ‘대표성의 원리(Typology)’입니다. 우리가 싫어하든 좋

아하든 아담은 우리 사람의 대표입니다. 아담이라는 이름의 뜻 자체가 "사

람, 인류"입니다.

“성서가 말하는 아담은, 개인인 동시에 ‘모든 인간의 근원적 통일성에 대한

표현’이다” (P. Althaus)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인류와 계약을 맺으십니다. 아담을 인류의 대표로 세

우시고 그와 더불어 약속을 맺었습니다.

(창1:27∼28절)“...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

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이것은 아담 혼자만이 독차지하는 축복이 아니지요. 아담과 함께 모든 인류

가 누릴 축복입니다. 이것을 지금 우리도 누리고 있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아담의 범죄로 인함도 그와 함께 모든 후손이 함께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 선악과는 왜 만드셨을까?

하나님은 에덴에서 아담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셨지만, 선악과는 따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담이 억울해 보이지만 사실은 먹으라고 한 게 비교할

수 없이 많지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어요. 먹을 수 있고 가질 수 있고...

그 순간에는 내가 하나님입니다.

그런데 완전히 다 할 수 있으면 안 되지요. 그건 하나님 자리이니. 그러면

하나님이 필요 없게 되겠지요.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는데 하나님이 무슨 필

요가 있겠어요?

그래서 딱 한 가지를 금한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알라는 것입니다.

“아참. 내가 피조물이지. 하나님이 계시잖아...”

그래서 선악과는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동산 중앙에 놓았습니다. 선악과가

있어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유지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오해하듯, 하나님이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리시면서, "빠지나

안 빠지나 보자" 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대로 하나님의 세계를 즐

기면서 살 수 있지만, 하나님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것

을 망각하지 말라고 단 하나만 금하신 것이 선악과이지요.

그러므로 선악과는 귀한 것이요 꼭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도 매일 밤 선악

과를 따먹고 싶어 생명나무로 향하는 존재입니다. 그 시초가 아담입니다.

물론 실제 죄를 지은 것은 우리 이전에 아담입니다. 그러나 아담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 모습입니다. 나 또한 그러한 죄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아담이

라. 아담 혼자 지은 죄이지만, 모든 인간이 그 죄의 경향성(傾向性)을 가지

고 있다는 것, 이것이 원죄입니다. 죄의 가능성, 죄의 뿌리가 내 안에 있습

니다.

(롬5:12절)“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

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

그런 의미에서 아담은 죄악된 인간의 대표자입니다. 아담이 유혹받은 것처

럼 우리도 유혹을 받습니다. 아담이 죄를 지은 것처럼 우리도 죄를 짓습니

다. 아비의 피가 자식에게 그대로 이어지듯, 아담의 죄악된 피가 우리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죄의 전가’(transmission)라 합니다. 대

표성의 원리입니다. 원죄가 유전죄(遺傳罪)로 발전된 것입니다.

일본 천황이 1945년에 항복했지요. 미국 함정에서 항복 문서에 조인을 했

습니다. 누가 조인을 했습니까? 천황이 조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일본 전체가 항복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날

부로 일본놈들이 이 땅에서 물러갑니다. 항복은 천황이 했는데 모든 일본

군들이 꼼짝 못하고 물러가야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대표가 되는 왕이

항복했기 때문입니다.

똑같지는 않지만 비유하자면 그렇습니다. 에덴동산에 아담의 행위가 죄악된

인간의 축소판입니다.

• 자범죄를 통해 원죄를 확인한다

원죄에 대한 교리는 설명보다는 내 자신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내

가 끊임없이 죄를 짓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원죄를 가지고 있구나 인정하

게 됩니다. 죄는 안 가르쳐 주어도 잘 짓습니다. 자녀들을 키워 보면 알지만

죄는 안 가르쳐 주어도 너무나 잘 배운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어린아이들이 방긋방긋 웃을 때는 너무나 순진하고 귀엽지요. 이런 아이가

무슨 죄가 있나 싶어요. 그러나 점점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쓴 글인데요, 우리 집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보세요. 영민이는 아직 순진한 듯 보입니다. 엄마 아빠 말을 잘 듣습

니다. 때묻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 안에도 욕심이 있습니다. 입

을 내 밀고는 “내꺼야...” 합니다. 누가 가르쳐 줬나요?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 안에 이미 존재해 있는 욕심의 뿌리이지요. 그게 장성합니다.

예은이는 조금 더 합니다. 이제는 오빠와 동생과 다투기 일쑤입니다. 아직은

어린아이 이지만 세상을 조금씩 닮아 갑니다. 샘이 많고요, 지기 싫어하고요,

화도 많이 내고요, 죄가 장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운이로 가면 통제불능(?)입니다. 키가 장성했다는 말은 죄도 그만큼 장성

했다는 말과 똑같습니다. 공개를 안 해서 그렇지 우리 애들이 지은 죄를 다

공개하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것입니다.

그런데 애들만 그렇습니까? 부모에 비하면 저들 죄는 새발에 피입니다. 하 

나님 앞에서 부모는 죄인 중에 괴수입니다. 좀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우리는  

그 누군가에게 손해나 상처를 입히며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삶은 미안함, 그 자체입니다. 이것이 성서가 말하는 원죄 아닐까! 

우리 모두가 다 이러한 죄성의 근본 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담에게 있 

던 죄의 본성이 내게도 있습니다. 그러한 죄악된 인생의 대표자가 아담이라 

는 것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우리 모두가 다 똑같지요. 내 근본 뿌리가 죄성을 가지고 있 

습니다. 아담에게 있던 죄의 본성이 내게도 있습니다. 그러한 죄악된 인생의  

대표자가 아담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인류 모두가 다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죄의 최종적인 결과가 사망입니다.

(롬5:14절)“그러나 아담으로부터 모세까지 아담이 범죄와 같은 죄를 짓지

아니한 자들까지도 사망이 왕노릇 하였나니 아담은 오실 자의 모형이라”

사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인생의 삶을 짓밟고 있습니다. 재앙이 언제나 떠나

지 않습니다. 슬픔과 고통이 따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웃음 뒤에 근심이 있고 즐거움 뒤에 염려가 찾아옵니다.

김균진 교수는 원죄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원죄는... 죄에 있어서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하나이며, 그러므로 어떠한 인간

도 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을 반역한, 할 수 없는

죄인들인데, 원죄의 개념은 이 사실을 말한 것이다”

(기독교조직신학♊, 김균진, 118-119쪽)

이렇듯 인간은 원죄와 자범죄를 지닌 죄인이라는 것, 여기에서 기독교는 시

작되고 이것을 인정할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필요해 집니다.

사순절, 죄인된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주의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