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어린이날엔

예은 영민 앞세우고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 다녀 왔다

여기저기 그득한 애도의 물결  

노랑이 그리 따스한 색일 줄이야

노랑이 그리 마음을 이어주는 색일 줄이야

울고 또 울고

그래, 이제 그만 해야지

조문도 웬만큼 했고

성도들 성금도 모아 보냈으니

<목자의 글>에도 몇 번을 썼잖아 

이제 그만 울고 그만 써야지

너무 이러면 안 되지

눈물 젖은 유가족 편지 같은 거 그만 봐야지 

자식이 묻혀 있는 바다를 망연자실 그저 바라보는 사진들

살려달라는 마지막 동영상을 보고 절규하는 어미들 

카네이션을 들고 내 새끼 찾아 정신줄 놓은 아비도

곱디 곱게 키운 자식 영정사진 품에 안은 부모도

단원고 운동장 장례식 나가는 것도, 이젠 수없이 봤으니...

그래 이제 그만 해야지

매일 울고만 있을 순 없잖아

이만큼 함께 울었으면 됐잖아

그러다가도, 그만해야지 하다가도

바람결로 들리는 소식에  

가슴이 미어져 

마음은 썩어 문드러져

쌓아 두었던 눈물 다 토해 낸다

10시 14분 다급했던 순간, 아빠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던 수현이

죽음의 공포 속에서 서로를 부여잡고 기도하던 고사리같은 손들

“엄마가 보고 싶어”, “살 건데 왜 그래”, 떨리는 목소리들

4장의 카톡 사진에 담긴, 수몰 직전 발버둥 치던 아이들

차마 그 영상을 볼 수 없어

차마 그 음성을 들을 수 없어

그 아이가 내 딸 예은이 인 것을  

그 아이가 내 아들 영민이 인 것을

요망한 것들!

1년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들 보다 적다고?

꽃을 든 청소년들이 일당을 받았다고?

땡볕아래 유가족들 등지고, 소비심리가 침체된다고?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한다고?

'가.만.히.있.으.라?'

“정의를 역겨워하고

곧은 것을 구부러뜨리는 것들아”

(미3:9)

아~ 세월호는 계속되고 있구나 

우리는 모두 세월호에 타고 있구나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무엇인가 해야지

'소름끼치는 침묵'을 깨워

무엇인가 해 봐야지  

 침몰하는 이 세월호 안에서 

(미3:9)“야곱 가문의 어른들이라는 것들아 이스라엘 가문의 지도자라는 것들아 정의 

를 역겨워하고 곧은 것을 구부러뜨리는 것들아 이 말을 들어라 

(10)너희는 백성의 피를 빨아 시온을 세웠고, 백성의 진액을 짜서 예루살렘을 세웠다

(11)예루살렘의 어른이라는 것들은 돈에 팔려 재판을 하고 사제라는 것들은 삯을 받 

고 판결을 내리며 예언자라는 것들은 돈을 보고야 점을 친다 그러면서도 야훼께 의지 

하여 야훼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데 재앙은 무슨 재앙이냐 하는구나 

(12)시온이 갈아엎은 밭이 되고 예루살렘이 돌무더기가 되며 성전 언덕이 잡초로 뒤 

덮이게 되거든 그것이 바로 너희 탓인 줄 알아라”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