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반쪽은 분노이다!

• 분노의 시대

‘세월호’ 사건 앞에서 많은 백성들이 공분(公憤)하고 있습니다. 대명천지에

있을 수 없는 원시적인 일을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 첨단과학 21세 

기에, 세계 최고 IT강국이라는 나라에서 어찌 수백 명의 아이들이 눈앞에서  

죽어 가게 할 수 있을까요?  

멈춰 버린 듯한 날, 4월16일 처음에는 분명 살아 있었는데, 살릴 기회도 충 

분히 있었는데,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하고 수장되었습니다. 더욱이 한 달

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아직도 시신조차 건져내지 못한 생명들이 23명이니  

그 부모들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실로 단장(斷腸)의 아픔입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을 비롯해 해군 해경, 청와대와 정부의 대처하는 모습은 유

가족을 비롯해 온 국민의 가슴을 더 쥐어뜯게 했습니다.

지금도 안산에서 서울에서, 전국 각처 분향소에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습

니다. 엊그제 15일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수많은 평교사들이 시국선언을 했

습니다. 연세대학교를 비롯해 대학 교수들도 “우리는 스승이 아니었다”며

이 분노의 대열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촛불문화제 등을 통해 “진

상을 규명하라”고 나선 아빠엄마들, 백성들의 외침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세상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지요.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가 ‘내 탓이요’ 하며 공범임을 자성하고 기도할 뿐 아니라, 이제는 목소

리를 높여 ‘바르게 하시오’ 외치고 있습니다. 어제는 한신대 신학생들이 삭

발을 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지금 곳곳에서 목회자와

신학생, 기독교 단체들이 시국성명서를 내고 있습니다.

참으로 스테펜 헤셀(S. Hessel)의 책 제목 그대로입니다. “분노하라!”

• 최목사도 데모했다더라!

돌이켜 보면 제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는 참으로 어두운 시대였습니다.

오랜 영락 교우들은 기억하시지요, 우리 교회도 70년대 말 김베드로 목사님

계실 때 사회정의와 인권을 위해 부르짖은 전통이 있습니다. 예배당에 사복

경찰들로 가득했었다고 합니다. 어두운 시대 정의가 살아 있었던 것이리라.

원주가 70년대 김지하 장일순 지학순 등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메카였다는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1979년 10월26일은 5,16군사쿠데타로 시작된 박정희 정권의 18년 독재가

끝이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등장한 80년 전두환 신군부세력

에 의해 민주화의 봄은 깡그리 짓밟히게 되었지요.

오늘이 마침 5,18광주민주항쟁 기념일인데요, 한국현대사의 가장 가슴아픈

사건입니다. 이미 <꽃잎>, <화려한 휴가>, <26년> 등을 통해 그 참혹한 실

상이 드러난 바, 저 멀리 빛고을 광주에서 사악한 정권을 반대하는 수천 명

의 양민들이 학살된 것입니다.

이러한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요.

사실 한국교회가 해방 직후 이승만 정부 때는 권력과 심히 유착했지만,

5·16군사쿠데타 이후 예언자적 사명을 회복했습니다. 70년대 유신헌법과 살

벌한 계엄 하에서 남산 부활절예배를 비롯해 EYC, KSCF, 민청학련 사건 등

에서 기독교는 끊임없이 정의를 외쳐 왔습니다. 수많은 기독교 인사들이 죽

고 감옥에 들어가고 고문 등의 어려움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교회 대표이던 한경직, 김준곤, 김장환, 조향록, 정진 

경, 조용기 등은  5,16과 5,18 등 하나님의 정의가 구부러진 순간에 불의한 권

력 편에서 축복해 준 불행한 역사가 있었음이, 숨길 수 없는 부끄러운 고백입 

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신학교 시절, 해마다 5월이 오면 전라도 광주에

내려가서 그날의 함성을 가슴에 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금남로, 도청, 망

월동을 행진하며 꽃잎처럼 쓰러져간 수많은 분들을 참배하고 결심했습니다.

“당신들의 고귀한 피가 헛되지 않도록 살겠다”고 말입니다.

이후 군사정권의 폭압적 정치에 국민의 분노가 점점 확산되어, 끝내 1987년

6월 항쟁으로 터지게 되지요. 그때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거리로 뛰

쳐나갔습니다. 1987년 그 여름, 원주는 어떠했을까요?

지난 주일오후예배 강사로 오신 김사무엘 목사님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최목사님도 데모했었어요”.

예, 저도 <신학춘추>라는 장신대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거리로 나갔었

습니다. 정말 순수한 그리스도의 정의와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뿐이었지요.  

그것때문에 학교 문제와 군대 문제 등에 적지않은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였습 

니다. 신대원 다닐 때는 정치경제사회문제들을 공부하다가 경찰서에 잡혀  

가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지금도 그것이 옳은 길이었다고 믿습니다. 다시 그날이

온다 할지라도 스크럼을 짜고 교문을 향해 시청을 향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대학을 앞두고 있는 큰 애 영운이에게, 이 암울한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도 감히 고합니다.  

“가만히 있지 마라. 불법을 용납하지 마라. 불의 앞에 분노하여 이 땅에 정

의를 외치거라.” 

• 매일 분노하시는 하나님

저는 예언자적 시대사명을 가지고 있는 사제(司祭)로서, 이번 기도주간에 자

꾸만 물어 보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예수님은 뭐라고 하실까?”

가만히 기도하던 중에 이러한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예수님도 분노하신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사악한 지도자들을 향해 “독사의 새끼들아” 하시면서

분노하셨습니다.(마3:7,12:34, 눅3:7)

“사실 이 말은 우리 말로 번역하면, ‘뱀새끼’란 말이 되고 한국식으로 번안하면  

‘개새끼’가 아니겠는가. 인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과 여자에 

게서 난 자 중에 가장 큰 자라 칭함을 받았던 요한이 “야, 이 개새끼들아!”라고  

하는 상황, 이게 접수가 되는가?”  

(박총. 욕쟁이 예수, 16쪽) 

예수님이 분노하셨다는 것이 굉장히 낯설지만, 그것도 욕을 하시면서 격한

분노를 표출하신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세례 요한을 죽인 헤롯왕을 향해서는, ‘여우’라고 잘못을 질

책하시면서 일국의 왕에게 맞짱(?)을 뜨시기도 하십니다(눅13:32).

요즘으로 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정도는 아니실까.

구약의 예언자들은 어떠합니까? 불의한 권력과 종교지도자들에게 강력한 경

고를 합니다. 회개하지 않고 하나님께 돌아오지 않으면 망할 것이고 제국에

노예로 끌려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불의에 대해 침묵하고 허용해 준 것을 분노합니다.

저들은 하나님보다 돈과 권력을 탐했고, 불법을 저지르는 자들의 권력을 하

나님보다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자식을 보고 부모가 분노하지 않으면 그 자식은  

망합니다. 부모의 분노를 알아차린 자식은 그 악을 함부로 저지르지 못하고  

그 악과 자신을 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분노는 그런 차원에 

서 선을 도모하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깃발이기도 합니다. 그 분노의 깃발 

이 없는 곳에서 악은 창궐합니다. 

그러기에 예수께서 내신 분노는 우리에게 축복입니다. 옳지 않은 길, 악의  

길을 가지 않게 만드시려는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이자 우리를 구하시려는 사 

랑의 손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편 시인은 하나님을 ‘매일 분노하시는 하나님이시라’ 말씀합니다.  

(시7:11)“하나님은 의로우신 재판장이심이여 매일 분노하시는 하나님이시로다”

이렇듯 구약과 신약에서 하나님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스라엘을 사 

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온 모습을 알 수 없습

니다.

• “예수의 반쪽은 분노다” 

개신교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R. Niebuhr)는 정의를 가리켜 ‘힘의 균형’이라

고 말했습니다. 예수님은 권력으로 백성들을 억압함으로 힘의 균형을 깨는

율법주의와 권세자들을 향해 분노하셨습니다.

그것은 가진 것 없는 자를 억압하는 부자들에 대한 분노입니다.

힘없는 자를 착취하는 사악한 권력에 대한 분노입니다.

백성을 어둠의 길로 인도하는 패역한 지도자들에 대한 분노입니다.

잘못된 기준을 만들어 사람들을 얽어매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입니다.

(삼하1장)이스라엘의 왕 다윗이 충신의 아내 밧세바를 범했습니다. 나단의

말은 단순히 간음을 지적하신 걸까요? 아니요. 가진 자가 못가진 자의 것을

빼앗을 때, 하나님께서 분노하심을 외친 것입니다.

(막12장)가난한 과부가 전 재산 두 렙돈을 성전에 바쳤습니다. 다 바쳤다고

칭찬하신 것일까요? 아니요. 예수님의 분노가 서려있으십니다. 서기관들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막12:40)는 자들이었습니다. 힘없고 순진한 과부는 ‘

그들'의 기준에 따라 기꺼이 바쳤습니다. 그 돈은 서기관들의 주머니로 들어

갔습니다. 그런 서기관들을 향하여, 성전을 향하여 분노하시는 예수님이 보

이십니까?

분노를 놓치는 순간, 2천 년 전 예수님의 온전하신 모습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입니다. 예수님의 반쪽은 분노입니다!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손가락질 받는 이 시대,

이미 수구화되어 사회의 불의와 부정의에 무감각해진 교회가

가난하고 억울하며 힘없는 백성들을 위해 채찍을 들 수 있다면

세월호, 저들과 함께 울어 주고 저들과 함께 분노할 수 있다면

그 거룩한 분노가 이 잠든 땅에 북소리처럼 울려 날 수 있다면

아~ 그럴 수 있다면...

(암5:24절)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