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꼭질, 숨어 계시는 하나님을 찾으라

2002년 정도? 서울 도림교회 목양관에 살 때에요. 큰 애 영운이가 대여섯 살,  

예은이는 겨우 두어 살 되었는데, 그때 쓴 글입니다.  

(영락카페, 2006년 3월 4일, 목자의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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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꼭질

우리 집 온 식구가 함께 하는 놀이가 있습니다. 일명 ‘무궁화꼭질’입니다.

무궁화꼭질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와 ‘숨바꼭질’이 교묘히 결합된 놀이

입니다. 브리태니커 세계대백과 사전에도 없는 이 기괴한 놀이가 만들어진

건 순전히 악동(惡童) 최영운 때문입니다. 미리 말씀 드리지만, 애들이 좋아

해서 억지로 하지 재미는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시작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어릴 때 그 놀이 그대로 잘 시작됩니다. 아

빠가 억울하게 늘 술래인 것이 문제이지만, 그래도 세상 모르는 예은이가

덩달아 술래를 해 줘서 그나마 위안입니다. 화장실 벽에 얼굴을 박고 ‘무궁

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칠라치면, 싱크대에서부터 엄마와 영운이가 한걸음

씩 다가 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술래 옆에 가까이 왔으면 속히 아빠를 때 

리고  도망가야 하는데 영운이가 그걸 못합니다. 아빠가 ‘이노-옴’ 하며 달려

들 것이 무섭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술래에 가까이 왔다가는 다시 처음 출발선으로 한걸음씩 되돌아 갑니

다. 이때에도 술래인 아빠는 고개를 파묻었다 돌아봤다 하면서 ‘무궁화꽃이 피

었습니다’를 계속해야 합니다. 정말 왕짜증입니다.

그러고는 얼씨구나 웬일이래요? 이젠 식탁 밑으로 숨어 버립니다. 그때부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숨바꼭질’로 전환됩니다. 그래서 붙인 이름입니

다. ‘무궁화꼭질’

“아빠, 나 찾아봐-요”

“어어- 우리 영운이 어디 숨었지? 옷장 안에 있니?”

“아니요”

“ 영운이 그럼 식탁 밑에 있니?”

“예!, 아, 아/니/요?! 히힛”

아이들이 있는 모든 집에서 눈먼 부모들이 겪는 고통(?) 그대로이지요?

못 찾는 척하며 이 방 저 방, 심지어 냉장고 안까지 헤매고 다니노라면 식

탁 밑에서는 웃긴다고 자지러집니다. 참다못해 어린 예은이가 오빠 옆으로

가서 손가락으로 가르칩니다.

“오-오-” (통역 “오빠 요기 있어요”)

“예은아, 얼른 이리 와. 누가 거기 있는지 몰라서 이러고 있는 줄 아냐?”

엄마가 말은 못하고 눈짓손짓 합니다. 결국 발각된 오빠한데 예은이가 디지

게(?) 혼나는 것으로 이 빤한 놀이는 끝난답니다.

예? 재미있겠다고요? 이걸 한 시간 두 시간씩 해 보세요. 재미있는지...  

• 숨어서 일하시는 하나님 

수 없이 무궁화꼭질 놀이를 하다 장난스레 이런 생각을 가져 봅니다.

성도의 삶이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영적인 숨바꼭질’이 아닐까!

숨어 계시는 하나님, 나는 늘 그 분을 찾는 술래입니다.

하나님은 내 삶의 순간순간마다, 가는 곳곳마다 숨어 계십니다.

세상은 뭘 해도 자꾸 내보이려 하지만,

하나님은 이 땅에서 조용히 숨어서 일하시기를 기뻐하십니다.

그리하여 ‘숨어 있는 나를 찾으라’고 간절히 요청하십니다.

“보이지 않지만 네 삶 속에 함께 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마라, 찾아내라.”

구원자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진실로 주는 스스로 숨어 계시는 하나님 

이시니이다” (사45:15)“

혹, 나는 아직 한 번도 하나님을 찾아보지 못한 눈먼 술래가 아닐까!

이만큼 영적인 숨바꼭질을 했으면 어디에 있든지 그 분을 찾아내야 하지 않

을까!

언제까지 그 분을 찾지 못하고 평생 술래만 하다 마치려는가!

그대, 영혼의 깊-은 술래자 되어

숨 쉬는 공간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숨어 계시는 하나님, 숨어서 일하시는 그 분을 발견하소서.  

<숨어 계시는 하나님>

-김영봉- 

숨어 계시는 하나님,

저희에게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 마음과 눈길을 주소서.

그리하여 어느 때 어느 곳에 있든지

곁에 숨어 계시는 하나님을 보게 하여 주소서.

숨어 계시는 하나님,

드러내고 싶어 안달하는 저희의 마음을 고쳐 주소서.

저희도 묵묵히 숨어 살아갈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숨어 일하시는 하나님,

저희가 하나님처럼 쉬지 않고 일하되

저희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버리게 해 주소서.

아무리 큰일을 이루었어도

그것을 공으로 주장하지 말고

깨끗이 잊어버리게 하여 주소서.

모든 좋은 일은 숨어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공이므로

저희는 다만 물러서서

또 다른 일을 위해서 힘쓰게 하여 주소서.  

-아멘-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