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벽에 기대서서>

• 누구 목소리일까?

얼마 전 토요일이었어요. 토요일 오전에 교회는 늘 시끌벅적합니다. 주일준

비를 위해 대청소를 하기 때문입니다. 여전도회 식구들이 본당으로부터 교육

관, 화장실까지 구석구석 깨끗이 소제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가지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손을 보태시느라 다들 고생이시지요.  

그때 자모실 저쪽 어디선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어요. 목양실에서 듣기

에 너무나 또렷한 찬양소리였습니다.

♫ “왜 나만 겪는 고통이냐고 불평하지 마세요...”  

근간에 우리 교우들이 많이 부르는 찬양이지요.

누구 목소리일까? 작고 가녀린, 어떻게 들으면 좀 구슬퍼 한스럽고, 그러면

서도 힘이 느껴지는 음성, 그렇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 한 목소리였습니 

다. 그 찬양소리가 얼마나 마음에 와 닿는지, 저는 그쪽으로 무심코 갔습니 

다.  

찬양의 진원지는 여자 화장실이었어요. 일군들 발걸음이 좀 뜸한 틈을 타서,

그 성도는 걸레를 빨며 열심히 찬양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손잡고 계시잖아요...”  

누구신가 넌지시 봤어요. 예. 그 분은 정말 어려운 형편의 성도입니다.

가정적으로 봐도 참 기댈 곳이 없습니다. 남편도 자식도 시댁도 모두 당신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뿐입니다. 물질적으로 너무너무 힘듭니다. 무엇보다

몸이 약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도 일을 해야만 온 식구들 먹고 살기에 궂은일을 해요. 그것도 몸을

사리지 않고 밤낮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 온 인생이 한 두 해가

아닙니다.

한 마디로 그 성도는 누가 봐도 고단하고 힘겨운 인생입니다.

• 또 하나의 낭만

그런데 그 입술로 찬양하고 있었습니다.

♫ “왜 나만 겪는 고통이냐고 불평하지 마세요...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손잡고 계시잖아요”

가만 들어 보니 이 부분만 자꾸 반복하십니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아서일까 

요? 아니면 다른 부분은 박자나 가사가 좀 어려워서 쉬운 이 부분만 입에 배 

인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단순하게 반복해서 부르는 그 노래가 목사인 제게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목소리가 고와서가 아니지요. 제가 그 찬양을 평소에 유난히 좋아 한 것도

아닙니다. 인고(忍苦)의 세월을 등에 업고서도, 믿음으로 이겨내고 있는 굳센

신앙인의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국화 옆에서>에 나오는 그 누님같다는

생각은 지나친 상상일까요? 오랜 세월 내게 태인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도,  

다시 거울 앞으로 아니 주님 앞으로 찾아든 성도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그 찬양을 좀 더 들으려고 옆에 남자 화장실로 살며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화장실 벽에 기대어서 그 찬양에 푹 빠졌습니다. 찬양은

걸레를 빨면서 중간 중간 끊어졌다가 또 한동안 이어지다가 하곤 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화장실 벽에 기대서서 찬양 듣는 것도 낭만이더군요. 이

런 은혜가 또 어디 있을까요. 화장실이 뭐 불편해요. 요즈음은 냄새도 안나

요. 왜요? 이렇게 찬양들으라고?!

그렇게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녀 화장실에서 찬양의 은혜가 이어졌습니 

다.

내 지금 현실은 어렵지만, “주님이 손잡고 계시니 힘을 내세요” 하며 스스

로에게 격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평으로 하자면 다 걷어 치고 싶지만, 어

린아이 같은 얼굴로 늘 웃으며 찬양하는 것입니다. 가지지 못할 것에 마음

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신 것에 감사하며 사는 것입니다. “저보다 더한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 집사님 말 그대로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것입니다.

• 화장실에서 배운 진리

그 분의 아이처럼 순수한 말이 여전히 귓가에 생생합니다.

“목사님! 하나님께 맡기면 하나님이 알아서 다 해 주시잖아요”

화장실 벽에 기대서서 그 찬양을 듣고 있는 목사에게

그 하찮은 일도 맡기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목사에게 

입으로는 맡겼다 맡겼다 하면서도 여전히 내 뜻을 움켜 쥐고 사는 믿음없는  

목사에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사는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그 성도는 가르쳐 주고 계셨습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겨 버리라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영히

허락지 아니하시리로다”(시55:22)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불평하지 마세요

고난의 뒤편에 있는 주님이 주신 축복 미리 보면서 감사하세요

너무 견디기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은 일하고 계시잖아요

남들은 지쳐 앉아 있을지라도 당신만은 일어서세요

왜 이런 슬픔 찾아왔는지 원망 하지 마세요

당신이 잃은것 보다 주님께 받은 은혜 더욱 많음에 감사하세요

더욱 견디기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은 일하고 계시잖아요

남들은 지쳐 앉이 있을지라도 당신만은 일어서세요

후렴)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손잡고 계시잖아요

주님이 나와 함께함을 믿는다면 어떤 역경도 이길수 있잖아요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