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인 수련회(2)

• 말씀의 향연

그리고 맞은 저녁 집회. 수련회의 하이라이트이다.

♫ “독수리 같이 날개를 치며...” “해뜨는 데부터~” “할렐루야”

학생부 때부터 수도 없이 부른 <할렐루야>, 그 찬양의 뽀인뜨는 여기다.

‘한! 번! 더!’

우리는 동남아 공연을 마치고 막 돌아온 찬양팀과 함께 율동을 하며 목이

터져라 부르고 또 불렀다. 근데 담임목사도 모른다. 동남아를 언제 어디로

다녀왔는지. 아무려면 어떠랴. 우리의 노래는 거대한 함성이 되어 그 밤에

울려 퍼졌다.

오죽하면 강사 목사님이 내게 와서 물으신다.

“어이 최목사. 찬양 시간이 몇 분 까지여?”

“몰라요 저도. 인도자 맘이어요”.

그리고 맞이한 말씀의 시간. 우리는 찬양으로 열려진 마음속에 영혼의 양식

을 담았다.

“삶이 따라가는 아멘이어야 한다. 힘차게 날아 오르되, 어디로 날아 오르나

방향이 중요하다. 하나님 뜻을 알고 주님 심정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하나

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사단의 일을 할 수 있다. 이미 하나님께서 설계하

신 모습대로 살아가니 아무 걱정 말고 주님만 의지하고 항상 감사함으로 살

자.”

지난 날, 너무 많이 들어 걷돌기만 했었음을 돌아보며

회개와 용서와 사랑함을 늘 미루어 왔음을 아파하며

욕심만 무겁게 짊어지고 온 인생

그래,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지.

때론 자지러지게 웃고, 때론 심각히 마음 깊은 곳에 새기며

그 밤, 말씀의 향연은 깊어만 갔다.

• 수련회의 꽃, 촛불 기도회

이어진 기도회. 말씀을 들은 후에 합심 기도회는 끝없이 이어졌다. 인도자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음악을 주면 주는 대로. 손을 올리고 가슴을 치던

모습들. 눈물로 부르짖던 음성들. 그렇게 우리는 마음에 맺힌 것도, 아픈 곳

도, 상처 난 곳도 많은 인생인 것을.

그리고는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가장 기다려 왔던

순간, 수련회의 꽃과 같은 시간이다.

우리는 먼저 한 사람씩 촛불을 밝혔다. 작은 촛불이 하나씩 켜지니 그 곳이  

어느새 근사한 천국이 되었다. 우리는 촛불을 가지고 서로에게 다가갔다.

주일에 얼굴만 스치우던 우리들 아니었던가, 옆에 앉고도 살가운 인사 한번

못 나누고, 입술로만 우물대던 ‘사랑합니다’ 아니었던가!

그래서이다. 촛불은 서로의 마음이었다. 우리는 촛불을 사이에 두고 기도해

줌으로 그 따스한 마음을 나누었다.

나는 먼저 어르신들을 찾아 갔다. 얼마나 외로우신 분들인가. 얼마나 고단한

인생들인가.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디 한 곳 반겨 주는 곳 없으니!

그래서 어르신들은 손만 잡아도 우신다. 주께서 안아 주시듯 곱게 안아 드 

리면 통곡을 하기도 하신다. 나도 따라 한올한올 눈물로 기도해 드렸다. 주

님도 눈물을 흘리실 것만 같은 밤, 복이 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중년이나 젊은 식구들을 만나도 마음은 마찬가지이다. 얼마나 힘겨운 때인

가. 기도제목이 없는 가정이 어디 있는가. 말못할 그리움이, 썼다 지운 열망

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깨진 그릇이 칼날이 된 숱한 날들. 젊다고 왜 인생

의 무게를 모르겠는가. 왜 그늘이 없겠는가!

아내와 함께 저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니 마음이 열리고 위로의 성령께서

임하셨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손을 잡고, 서로 안아 주고, 서로를 위해 축

복해 주었다. 이곳저곳에서 눈물이 흐르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음성들

이 들렸다.

저들의 눈물이 내 눈물인 것을, 저들의 아픔이 내 아픔인 것을.

지금 이 순간이, 내 앞에 이 사람이 소중한 꽃봉오리인 것을.

꽃 하나 피면 온 세상에 봄이 오듯, 나 하나 바뀌니 온통 천국인 것을.

무엇보다 세대별로 축복하며 기도해 주는 시간은 너무 너무 귀했다.

중고등부, 청년들을 가운데 앉혀 놓고 안수하며 기도해 주었다. 부모들도 나

와서 함께 손을 얹었다. 3040대를, 5060대를 가운데 놓고 기도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을 빙 둘러 싸고 기도해 드렸다.

여기에 어디 세대 간의 갈등이 있으랴. 여기에 어디 불화와 다툼이 끼어들

수 있으랴.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에 하나님 기뻐하셨으리라.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음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

우리가 이렇게 손을 잡아 줌이 얼마나 힘이 되는 일인가.

이어진 천국행 촛불역정. 한 명은 촛불을 들고 한 명은 안대로 가리고, 말씀

을 암송하며 순례하는 길이다. 끝내 영광의 문을 통과하면 천국에 이른다.

그리고 천국에서 열리는 캠프 화이어. 내가 점화를 하니 어두운 그 곳이 환

히 밝아 졌다. 찬양을 하고 폭죽을 터트리고, 춤추고 기차놀이에. 어느 한

순간도 허튼 낭비가 아닌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 모두들 망가진 발표회

그리고 부서별 발표 시간. 한마디로 우리는 모두 망가졌다!

머리수건 흰장갑 <어르신들>. 마지막 사물놀이까지, 온동네 큰 잔치 벌렸네.

<중고등부> 찬양과 춤, 새침데기 아이들아 고맙다. 어른들과 이리 놀아줘서!

어리바리 한복입고 허리춤 들어올린 <마르다>, 흥을 돋우는 ‘얼씨구 좋다’♫

‘가라가라 세상을 향해!’ 온 땅을 향해 복음 들고 가는 <마리아>. 복있으라!

<바울회>. 하모니카 삼천리반도금수강산. 빨간목장갑은 평생 일하신 손이다.

<루디아> 날렵한 율동. “내 나이가 어때서? 찬양하기 딱딱딱 좋은 나이쥐!”  

달인들 <야곱회>. 똥침피박개박사국간장. 뭐라더라? 딸딸이딸! 뒤집어졌다. 

<청년들>, 우리 수준 높였다. 그게 어느 목사 패러디라며? 나도 음반내봐?

여자 변신은 무죄. 동네 아줌마들이 섹쉬한 <리브가>로. 강남여자덜 나와봐

닭치高 <요한회>. 대박! 우린 계속 웃었다. 그런 분장에 그런 표정으로, 거기  

그렇게 있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었다. 웃음의 마침표를 찍다! 

그 밤에 우린 행복했다. 정말이지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체면이고  

의식이고 다 내던졌다. 서로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기꺼이 망가져 주신 분들.  

선악과 따먹기 이전 벗은 모습에 부끄러워하지 않은 것처럼, 서로의 실수와  

망가짐이 아무런 흠이 되지 않고 오히려 서로에게 기쁨을 주었다.  

천국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 이곳이 주께서 말씀하신 우리 안에 이미 

(already) 이루어진 천국은 아닐까? 내 단언컨대, 구름사이로 별들은 반짝 

이고 그 옆에 달님이 환히 미소짓고 계셨으리라.  

그렇게, 2014년 전교인 수련회 마지막 날 밤은 깊어 가고 있었다.

• 주께서 하셨습니다.

다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보니 피곤이 몰려 왔다. 잠자리에 누우니 오늘 있

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때 그 일이 생각나서 웃고, 그 망

가진 얼굴이 생각나서 또 웃고. 자야지 자야지 하다가 또 입 꼬리가 올라가

고...

그러다 슬며시 눈물이 맺혔다.

날씨도, 물놀이도, 집회도, 기도회도, 발표회도,

어르신들 어린아이들 조금도 다치지 않은 것도,

하나님 은혜가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주님. 주께서 하셨습니다”

2박3일 동안 우리,  

주께서 차려 놓으신 밥상에서 잘 먹었습니다.  

주께서 깔아 놓으신 멍석에서 잘 놀았습니다.

주께서 하시는 일을 가만히 지켜 볼 뿐이었습니다.

눈물겹도록 고마운 이들에게 이 마음 전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모두들.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 함께 했던 이 날들을 오랫동안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