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망 앞에서>

-휴가 중에 부른 노래

지난 휴가 중에 아이들과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찾았습니다.

빚진 마음으로 지낸 백 여 일, 그래서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지요. 죽은 아

이들과 같은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그 분들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아픔의 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내려가고자 했지만, 아이

들도 있고 지금은 오히려 이게 더 힘이 되겠다 싶어 발걸음을 돌렸지요.

가는 길 내내 “천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는 차 안에 울리고.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 유민이 아빠

가랑비 오는 궂은 날씨에 광화문 한복판, 저 멀리로 먹장구름 사이에 청와 

대가 보이고 농성장 옆으로는 이순신 장군상이 의연합니다.  

문득 영화 <명량>에서 장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무릇 장수된 자는 충을 따르고, 충은 백성을 향하고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임금이 있다”

농성장에 들어서니 미안한 마음이 밀려와 사무칩니다. 너무 늦게 와서, 함께

하지 못해서, 말로만 했던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다 하면서도 어느새 내 마 

음 속에서도 잊혀져 간 건 아니었던가!  

제일 중앙에는 자식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유가족들 텐트가 있었습니다.  그

날에 아이들이 끝까지 애타게 불렀을 그 엄마아빠. 그 음성이 메아리쳐 가슴  

을 후벼 팠을 시간들. 저들 마음이 오죽했을까?

더우기 이제는 정치권의 흥정이 되어 버린 특별법 제정, 노숙자들이라고, 왜  

수학여행을 보냈냐고? 본질을 흐리는 언론들, 보상 때문 아니냐는 국민들 따 

가운 시선까지. 갈기갈기 찢겨졌을 가슴들.  

그 사이로 벌써 한 달 가까이 단식하는 유민이 아빠가 보였습니다. 길게 자 

란 수염과 깊게 패인 눈이 그 동안의 고충을 말해 주는 듯 했지요. 그래도

흐트러지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골고다 십자가를 진 듯 비장해  

보였습니다.  

폐가 될까 주저하다 손을 내미니 힘겨운 몸이지만 반가이 맞아 줍니다. 나

는 야윈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마주한 채 한참을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 필

요할까요. 그저 ‘힘내세요’ 기도할 뿐, 사진기를 들었다가는 슬그머니 감추 

었습니다.  

• 모두의 아이들을 위한 농성 

옆 텐트를 둘러보니 유가족들 곁을 꿋꿋이 지키며 단식하는 분들이 적지 않

았습니다. 얼굴이 익숙한 의원들도 보이고, 가수 김장훈 씨도 한 켠에서 동

참하고 있었습니다. 가톨릭 사제들과 수녀들 텐트도 몇 개나 이어져 있었습

니다. 평생을 민주화와 통일에 헌신해 오신 문규현 신부님 모습도 보이고.

쌍둥이 딸 중 하나를 떠나보낸 유가족 대변인 유경근 씨는 연세대 신학과

88학번으로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분이더군요. 그 분을 유난히 기억하게

된 것은 먼저 보낸 딸 아이 이름 때문입니다. 예은이.

어느새 개신교 텐트를 찾는 내게 자그마하게 둥지를 튼 교회 모습이 들어

왔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요. 그런데 놀란 것은 교회협의회(NCC)나 정치적

성향을 가진 진보기독교단체들이 아니었습니다. <교회 2.0>이라는 곳이었는

데요, 바른 교회를 지향하는 개혁적 성향을 가진 목회자 모임에서 금식을

하며 차 대접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곳 뿐만 아니 

라 다른 곳에서도 개신교 텐트가 있었더군요. 가톨릭이나 스님들처럼 옷이  

구분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었는데, 피켓 

을 들고 서명을 호소하고 1일 단식을 이어가면서 기억에 남을 휴가를 보내 

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와 아내, 아이들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하고  

모금에 참여했습니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은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 

고. 우리 교단에서도 8월7일(목)에 이곳 농성장에서 목회자 시국기도회를 합 

니다.  교단 총회장 김동엽 목사(목민교회)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에 관

한 입장을 통해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 농성과 특별위에 수사권 기소권 부 

여는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14년 7월 24일, 세월호 특별법 촉구 서명에 관한 예장통합 입장 전문 중 

에서)

귀한 일이지요. 고통 받는 이들의 이웃이 되는 일입니다. 이 일에 이것저것  

따질 것은 무엇이고 걸리는 것은 무엇입니까? 문제는 마음이지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백성을 위하는 마음,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자 하는 마음.

유가족들이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까지 하게 만든 건, 정치권을 비롯해 우

리 모두의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자화상이리라.  

사실 따지고 보면 유가족들의 이 싸움은 내남의 모든 자식을 위한 것 아닐 

까요. 특별법이 제정된다 한 듯 저들 죽은 자식이 살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 분명한 진상파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특별법 제정의 목적이라면, 그 법은 살아 있는 내 자식을 죽지 않게 하는 법 

일터, 지금의 이 단식은 종북세력의 일도 보상을 바래서도 아닌, 이 땅 자손 

들의 생명을 위한 거룩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성장 뒤 현수막에 쓰여진 성경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절망에 빠진 이의 이야기는 바람에 날려도 좋단 말인가”(욥6:26절) 

• 철망 앞에서 부른 노래 

돌아오는 길, 얼마나 큰 장대비가 내리는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마치 이 땅의 모습처럼. 세월호 사건이 그렇고, 썩어 들어가는 4대강, 무엇

보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군 폭력 사건은 언제라도 터질 뇌관이었습니다.

MBC ‘진짜사나이’로 가린다고 가려질 일이 아니지요.

그러고 보니 정치 경제 문화 입시 군대 취직 환경, 그리고 교회... 어느 한

곳 제대로 된 곳이 없어 보이는 시대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 자손들이 고스

란히 지고 가야 할 무거운 십자가이리라.

그래서입니다. 바뀌어야 합니다. 더 이상 이런 체제로는 안됩니다. 우리 아 

이들에게 이런 망가진 나라를 물러 줘서는 안됩니다. 안전한 사회를, 희망찬  

교실을, 맑은 강물을, 바른 교회를, 자랑스런 군대를, 철조망을 거둔 평화의  

나라를 살게 해야 합니다.

어느새 차 안에 희망찬 노래가 흐릅니다. 며칠 전 20년 전 섬기던 성문교회  

나정희 강승미 부부가 선물로 주고 간 시디에 <철망 앞에서>라는 노래였습 

니다.  

그래! 이 시대는 철망 앞에 선 시대가 아닌가? 철망 앞에 주저 앉아 있는

인생들 아닌가? 먼저 목 놓아 희망의 노래라도 불러야지. 나는 가슴 아팠던  

군 시절 GOP 전선이 생각나기도 해서, 온 몸을 다해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퍼붓는 빗속으로 희망의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철망 앞에서>

​내 마음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떼 물위로 차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구비쳐 가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음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 해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빗방울이 떨어지려나 들어봐 저 소리

아이들이 울고 서 있어 먹구름도 몰려와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저 위를 좀 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

꽁지 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 길

새들은 나르게 냇물도 흐르게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마음도 흐르게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녹슬은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녹슬은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