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대한 생각

• 잘 먹는 교회, 되는 교회!

우리 교회는 주일 점심에 공동식사를 합니다. 2부예배가 마치면 교우들 대

부분 친교실로 내려가 옹기종기 밥을 먹는 것입니다. 그때가 배고픈 시간이

기도 하지만, 우리 여성도들 음식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늘 맛있게 먹습니다.

“영락식당 간판 올리면 떼돈 벌겠다?”

구역별로 한 주일씩 수고해 주시는데요, 주로 밥과 국, 계절별 나물이며 가

끔 카레류가 올라 오기도 합니다. 애경사가 있는 가정에서 대접하는 날도

있고, 떡이나 고기가 더해지는 때도 있습니다. 그런 땐 무슨 잔치하는 집 같

지요. 하긴 교회는 잔치집이니.

사실 예산은 적고 일손은 부족해서, 아이들까지 약 150명분의 밥을 짓는다는

게 녹록치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알뜰한지요, '오병이어 주방'이라 이름 붙

였습니다. 코딱지만한 돈으로 그 많은 인원이 먹는 것은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래요. “목사님, 주방에서 축사하시는 거 아녀요?”

예전에는 심방을 가면 그 집에서 손수 식사를 대접해 주었지요. 소박한 밥 

상일지라도 밥을 하고 축복해 주는 속에서 따스한 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교회에서 구역이나 모임을 한 후에 식사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큰 차 

이가 납니다. 아무래도 함께 밥을 먹으면 훨씬 그 모임이 부드러워집니다.  

문제는 그게 불편하다는 것이지요. 교회에서 밥을 하는 경우는 더욱 더합니 

다. 모두 여성도들 몫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밥상공동체입니다. 영의 양식인 ‘말씀’을 나눌 뿐 

만 아니라 육의 양식인 ‘밥’을 나누는 곳입니다. 성도는 식사를 같이 하는 한 

솥밥 식구이지요. 자주 모여서 잘 먹고 마음을 나누는 교회, 되는 교회입니 

다. 그래서 말합니다. 교회(敎會)는 교회(交會)라.  

오랜 교우들 말을 들어보면, 예전 목사님 가운데 집에 불쑥 찾아와 밥 내놓 

으라셨던 분이 계셨더군요. 김베드로 목사님!

70년대 배고픈 시절, 교우들 집에 스스럼없이 들러 밥 한술 달라 하셨다지

요. 반찬이 있으나따나 평소 먹던 그대로 내오는 가난한 밥상이어도 그렇게  

맛있게 드셨답니다. 그래서인지 어찌 보면 폐가 될 수 있으나, 대접하는 마 

음도 기쁘셨다고들 하지요. 왜 아니었겠어요. 모름지기 곳간에서 인심나는  

법이니까요.  

저도 그렇게 해 볼까요? 예? 앙-돼요?

• 예수님과 밥상공동체

성경에는 먹는 것과 관련된 말씀들이 많습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은

만나로 광야를 살았으며, 선지자들이 선포한 메시아 왕국은 풍성한 잔치가

있는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생명의 밥’이라 하셨지요(요6:35). 사람들과

함께 먹는 것을 기뻐하셔서, 쉬 ‘밥상공동체’를 이루셨습니다. 많은 예수님

의 가르침은 잔치 자리나 식탁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첫 이적은 가나의 혼인잔치였지요. 예수님은 누가 초대하시면 가리지 않고  

응하셨으니, 아마 가셔서 밥도 맛있게 드셨을 것입니다. 십자가 전날 밤에는  

두려워 하는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셨습니다. 부활하셔서 갈릴리 호숫 

가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에도, 하신 일이 생선을 구워 먹이신 일이었습 

니다(요21:13).  

가히 예수님 사역의 반은 먹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오죽하면 반대자들이

“세리와 죄인의 친구요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먹기를 탐하는 자라”(눅

7:34절)고 손가락질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먹는 얘기를 빼면 복음서가 얇아진다”

그런데 예수님에게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하늘

나라를 가르치는 자리요 은혜를 맛보는 자리이며 하늘 가족이 되었음을 선

포하는 자리였습니다. 밥상에서 함께 음식을 먹다 보면 조금씩 마음이 열리

고 마음의 경계가 무너지지요. 제자들은 예수님과 한솥밥을 먹음으로 스승

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 한 가족이 되어 갔습니다.

재미있지요. 하나님과 인간이 밥을 함께 먹음으로 한 식구가 된 것입니다.

함께 먹는 밥상의 힘이란!

“인자는 와서 먹고 마시니라”(눅7:34)

이렇듯 예수님 사역에 있어 식탁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 평화의 길, 밥을 나누는 일

문제는 밥상에 함께 앉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밥먹을 땐 개도 안

건든다 하지만, 사실은 밥먹는 것에서 계급, 성, 빈부의 차이가 분명합니다.

또한 자주 경험하는 바, 불편한 사람과 밥을 먹는 것은 고역입니다. 맛이 있

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빨리 먹고 그 자리를 뜨고 싶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밥을 꾸겨 넣을 뿐입니다. 여럿이 함께 밥을 먹는다면 누구와 같이 앉을지

밥상머리를 가리지요. 혹여 다투었다면 되도록 멀리 앉고 싶어 합니다.

못난 고백이지만, 집에서 아내와 다투면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것이 식탁입니

다. 아이들이 있으면 좀 유야무야 넘어가지만,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적당히 밖에서 약속을 만들기도 하고 혼자 사먹기 

도 하지만, 그때마다 마음 한 구석 허전합니다. 혼자만 먹는 식탁, 이거 참  

부끄럽습니다. 제 아무리 장엄한 예배를 드린다 할지라도 한 밥상에서 밥 먹 

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하나님은 그의 예배를 흔쾌히 받지 않으실 것입니 

다. 

그래서입니다. 우리 사는 세상이 평화로워지려면 다른 방법 없습니다. 함께  

식탁에 앉는 것입니다. 밥을 나누어 먹는 것입니다. 봄에 사랑의 저금통과  

필통 콘서트를 통해 북한 결식 어린이 돕기 운동을 했습니다. 갈라진 형제와

함께 밥을 먹고자 하는 것이지요. 굶주린 이웃에게 밥을 나누어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상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 만큼은 공평합니다. 많이 배운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같은 밥과 반찬을 먹을 뿐입니다. 모두가 똑같이 배고픈 인

생들입니다. 모두가 똑같이 밥이 필요한 인생들입니다.

<예수님이 차려주신 밥상>이라는 책에서 영국 복음주의 교회운동가인 팀  

체스터(Tim Chester)는, “친밀한 식사를 함께 나누는 밥상이 그리스도인들의  

활동 무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식사가 그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명과 베풂, 섬김과 감사의 의미를 나누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밥을 소중히 하십시다. 함께 먹는 식탁을 귀히 여기십시다.

• 그리운 밥상

추석입니다. 고향에는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는데, 그 냄새 맡고 계십니까?

근데 어쩌지요? 오늘 주일 점심은 없네요. 명절이어서 영락식당, 휴업입니

다. 없으니 좀 서운합니다. 이참에 주일마다 ‘예수님 차려 주신 밥상’에 감사

해 보십시다. 그간에 주방에서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떤지요.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그 옛날 어머니가 차려 주신 밥

상이 그립습니다.

정일근의 시로 고향을 그리는 마음 달래 봅니다.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섞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