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간음한 여인의 눈으로 (요8장) 읽기 

⦁ 끌려온 여인

“예수는 감람 산으로 가시니라 아침에 다시 성전으로 들어오시니  

백성이 다 나아오는지라 앉으사 그들을 가르치시더니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음행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1-3절)  

독백1)

“일찌감치 남편에게 버려진 몸. 자식도 다 빼앗긴 나는 어차피 살아갈 힘도

소망도 없었다. 서러운 몸뚱이 의지할 곳 없어 수없이 홀로 새운 밤들. 그

배고픔과 외로움. 때론 살기 위해 남정네들과 몸을 섞고, 정이 그리워 헤매

기도 했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 그저 욕정의 노리갯감일 뿐. 참으로 여자

인생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누구를 사랑하며 마음을 준다는 것이 물거

품 같은 일 아니던가!

하긴 이건 궁색한 변명일 뿐, 누구 탓할 일도, 원망할 일도 아니다. 엄연히

법적으로 남편이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한다는 것이 떳떳치 못

한 일이다. 사실은 남정네의 무거운 알몸을 안고 있으면서도 나는 늘 불안

하고 공허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며 여기까지 온 인생, 차라리

마지막 이 자리 홀가분해졌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돌을 맞으리라. 그렇게

남편에게 복수하고 세상을 저주하며 가련다. 하루살이처럼 무상한 인생, 이

땅에 사람으로 태어나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해 보지도, 사랑을 받아 보지도

못하고 돌무더기 속에 묻혀 버릴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며 온다. 세상은

어찌하여 생겨났는가? 하나님은 어찌하여 나 같은 인생을 태어나게 하셨는

가? 성전에 끌려와 바닥에 내팽개쳐진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

리고 있었다.”

⦁ 음모

“예수께 말하되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4-5절) 

독백2)그러고 보니 내가 잡혔던 그 현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한 바리사이가 술렁거리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고는 말했지.

“이 더러운 년을 죽이기 전에 쓸모 있게 사용하는 게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 나사렛 사람 예수라는 자가 스스로 예언자임을 자처하면서

온갖 부정한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그는 모세의 법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가르친다는데, 이 여인을 그에게 데리고 가서 어떻게

판결을 내리는지 봅시다.”

그러자 다른 자가 맞장구를 치며 재미있어 했다.

“그것 참 신통한 생각이오. 어차피 죽을 년인데 그 예수라는 자를 골탕 먹

이는 데 사용한다고 문제 될 것 없지요”

그러자 먼저 말을 꺼냈던 자가 심각하게 말을 이었다.

“이건 그 자를 골탕 먹이는 정도가 아닙니다. 이번 일로 그를 꼼짝도 못하

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가 만일 이 여자를 죽이라 한다면, 죄인을 위해 왔

다는 지금까지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날 것이어. 반대로 살려 주라 한다면

모세의 법을 어기는 결과가 됩니다. 그러니 이제 그 자는 독 안에 든 쥐 아

니겠습니까?”

저들은 나를 예수라는 적대자를 사로잡기 위한 올가미로 이용할 참이었다.

얼마나 치사하고 하늘아래 부끄러운 노릇인가! 좋은 가문 덕에 공부를 하여

율법의 박사가 되고 바리사이의 옷을 걸치고 주야로 하느님 말씀을 암송한

들, 그 모든 것이 다 무엇인가? 우습게도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그런 자들

이 주인 노릇을 하며 설치는 세상이었다. 이른바 지도층이란 자들이 누구보

다도 먼저 부패하고 이기적이며 탐욕스럽다.

그리하여 나는 죽음의 골자기로 가는 대신 뜻밖의 미끼가 되어 성전 안으로

끌려 온 것이다.

더러운 놈들! 저런 자들이 뒤에 가서는 무슨 짓들을 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남몰래 변장을 하고는 우리 같은 년들을 찾아와 욕정을 풀고 가는 것

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 아닌가!

⦁ 땅에 쓰신 글씨

“그들이 이렇게 말함은 고발할 조건을 얻고자 하여 예수를 시험함 이러라  

예수께서 몸을 굽히사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6절) 

독백3)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분은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 

신다. 예수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무릎을 구부려 앉으셨다. 그리고는  

땅에다 무엇인가를 쓰셨다. 흙장난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덫에 걸린 먹잇감 

은 발버둥 쳐야 제 맛인데, 그 분은 느긋해 보였다. 뻘쭘해진 서기관들과 바 

리새인들은 안달이 나서 다그쳤다. 아랑곳 않으신 채 땅에 무언가를 쓰고 계 

시는 분. 흥분과 살기가 번득이고 있는 한복판에서 그것에 휘말리지 않는 고 

요함을 가지신다. 저들에게 잠시 한숨을 돌려 생각할 시간을 주신 것일까?  

무엇을 쓰셨을까. 저들 각자의 죄목을 쓰셨을까? 아님 내 집에 다녀간 남정 

네들 이름을 쓰고 계셨을까? 그렇다면 돌을 들고 있는 저 인간들 이름도 속 

속 쓰여졌을 것 아닌가?  

그때 그 분이 나를 바라보셨다. 그 분의 눈을 보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

았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온 나같은 여자라면 남자

눈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다. 나는 이제껏 그토록 맑은 눈을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나를 노려보던 자들의 그 숱한 능멸의 눈이 아니었다. 내 몸을 갖고

자 하던 탐욕의 눈은 더더욱 아니었다. 마치 어릴 적 엄마가 바라보시던 그

눈길, 아직도 잊지 못하는 첫사랑 그 사람이 나를 보던 그 눈빛, 내가 소중

한 존재라는 듯한, 내 이 더러운 몸뚱이가 아직 소망이 있다는 듯 한 눈빛!

“아, 예수님...”

그렇게 상처로 가득한 내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 몸을 굽히시다

"들이 묻기를 마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이르시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다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 

니”(7-8절) 

독백4)

그랬다. 그 분이 땅에 무엇을 쓰셨는지 나는 잘 모른다. 단지 그 분은 두 번 

씩이나 몸을 굽히셨다. 몸을 굽히시니 엎어져 있는 내 눈에 더 가까이 오셨 

다. 더 가까워진 눈빛, 그 눈빛에 나는 허물어졌다. 그 분은 마치 내게 날아 

드는 돌을 함께 맞으실 태세다. 나를 향해 던지는 돌을 함께 맞을 수 있는  

거리 안에 들어오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겠다는  

듯. 이 여인을 치려면 나도 함께 치라는 듯. 몸을 둥글게 굽혀 그 품 안에  

작은 생명 하나를 품으신 듯 한 그 분. 상처받은 그 생명이 더 다치지 않도 

록 방패막이가 되시는 분. 궁색히 쪼그리신 모습에서 엄위하신 하나님 모습 

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이 느꼈던 것일까?  

아니다. 사람들이 속속 말한다.

“저 사람, 진짜 자기 말대로 자기 목숨을 내놓으려는가? 누가 저럴 수 있단  

말인가?”  

자신에게 어떠한 피해가 온다 해도 한 생명을 구하시겠다는 그 분 모습을  

통해 성난 마음들이 멈추어 섰다. 실로 그 분은 율법보다 크신 분이셨다.  

⦁ 돌들을 내려놓다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 

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더라” 

(9절) 

독백5)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툭! 툭! 툭!”

어른들로부터 돌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한사람씩 한 

사람씩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때 사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슬그머니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치욕스러운 이 자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머리와 옷을

추스르고 도망치면 되는 일 아닌가?

그런데 웬일일까? 나는 꼼짝을 할 수 없었다. 끌고 온 자들이 하나둘씩 사

라지는데도, 석고대죄하듯 그대로 엎드려져 있었다. 도망칠 수 없었다. 아니

가서는 안되었다. 무언가 그 분이 하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았다. 무슨 말씀

이 없으셔도 그 앞에서 실컷 울기라고 해야 했다.

그 분의 눈빛, 그 분의 사랑은 단지 돌멩이를 들고 흥분해 있던 이들을 돌

려보내는데 그치지 않았다. 내 발목을 붙잡았다. 아니 내 마음을 붙잡았다.

그렇게 그 분께 붙잡혀 그 앞에서 홀로 있었다. 그 긴 침묵의 시간. 내 앞에

몸을 굽히고 계셨던 그 분과 함께. 나는 그 분을 통해 진정한 죄의 용서와

새로운 삶을 권면 받았다.

⦁ 나도 너를 정죄치 아니하노니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예수께서 이 

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 

시니라” (10-11절) 

독백6)

나는 울었다.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랴. 사지(死地)에서 살았다는 안도감때

문만이 아니다. 태어나 이런 마음을 받은 것이 얼마만인가. 사람대접을 받은

것이 얼마만인가. 당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나를 변호해 주고 지켜 주신 그

분에게 고마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목자가 양을 부르는 목소리로 그가 말씀하셨다.

“다들 어디 갔습니까? 당신을 정죄하던 자들이 아무도 없나요?”

"예 주님!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 그 분은 이제 나의 주(主)가 되셨다. 저들처럼 나의 죄를 정죄하지 않 

으시고 나를 용서하시며, 나를 지켜주셨던 분, 그 분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다. 나조차도 포기했던 목숨을 그가 살려주셨으니, 그는 나의 메시야, 나

의 구원자이시다. 나는 평생 그가 내게 베푼 그 은혜를 생각하며, 그분의 말

씀처럼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 분의 억센 손이 나를 잡아 일으켜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자 이제 가세요.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마세요. 삶을 포기하지 마세요. 다시

시작하세요. 하나님이 당신과 함께 하십니다”

/사랑으로 샘물

이 글은 이현주 목사의 <예수와 만난 사람들> <요한복음 묵상>을 참고로  

해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