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 사람을 만난다는 일

방금 어느 집사님께서 제 방을 찾으셨습니다. 구역장이신데 구역의 한 가정

에 대해 상담하셨습니다. 그 가정의 어려운 점, 새롭게 시작하는 일, 부부의

신앙상태 등을 이야기 하며 기도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때 목회자로서 너무 기쁘고 감사입니다. 한 영혼을 향한 따스한 사랑 

과  열정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그 구역의 목회자인 셈입니다. 평신도

목회자! 어려운 그 가정을 주님께 연결해 주는 제사장이지요. 저는 상담 내 

용을 따라 그 가정을 위해 기도할 것이고, 더욱 관심을 갖고 돌볼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는 그렇게 열심으로 섬기시는 구역장들이 계십니다. 현대 교회 

에서 구역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 없지요. 교회에 여러 조직들이 있지만,  

구역에서는 좀 더 가까이서 세밀하게 돌보고 나누는 관계(relationship)가 형 

성됩니다. ‘서로 아픈 데는 없는지, 고민은 무엇인지,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구역 식구 간에 마음을 열고 삶을 나누는 자리가 된다면, 그 성도는 교회에  

깊은 뿌리를 내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성도들은 구역을 잘 만나고 싶어 합니다. 사랑이 많은 구역장, 잘 따 

라주는 구역원들, 화목하고 따스한 분위기. 신앙적인 면에서나 성격도 사는

것도 괜찮아서 편안한 구역생활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구역 모임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일단 다들 바쁩니다.

구역은 주로 여성분들인데 요즘 일을 잡으신 분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낮보 

다 밤에 모이는 구역을 원합니다. 젊을수록 작은 모임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도 모이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연령대가 달라서, 사는 형편 때문 

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말 모이기 힘든 구역들도 있습니다. 인원은 즐비해도 모일 식구가  

몇 되지 않습니다. 거리상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몸이 불편하다 든지 연

배가 많다든지, 또한 가정 형편상 모이기 어려운 집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겨우 모아서 모였는데 성격상 좀 섞이기 어려운 분이 있을  

때입니다. 분위기가 애매해 지기도 하지요. 흔치는 않지만 정신적으로 적응 

하기 힘든 분이 계시기도 합니다. 

이런 구역을 맡은 지도자는 참 난감하지요. 그런 불편한 분들을 구역에 배 

치할 때는 무슨 큰 짐을 맡기는 것 같습니다. 힘이 되는 식구가 와도 버거

운데, 오히려 돌봐 드려야 하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 사람을 만난다는 일, 그와 함께 어울린다는 일,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목회자는 그런 구역을 위해서 특별히 더 관심을 갖고 기도하 

고 있습니다.  

⦁ 그 사람을 얻을 수 있었을까?

 어느 목사님의 간증 글이 있습니다. 개척교회 시절 큰 문제가 생겼답니다.  

반주하시는 분 때문인데요, 그 분은 정신분열 증세가 약간 있었습니다. 개척 

교회라 손이 귀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질병의 터널로부터 빠져나올  

기회가 되리라는 믿음으로 반주를 맡겼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웬일이래요. 생각보다 정신질환이 심해진 것입니다. 조용히 묵상하는

시간에 신경질적으로 반주를 한다든지, 앞에서 아주 험한 표정으로 앉아 있

거나 예배 중에 벌떡 일어나 나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알 만한 분들은 이

해하고 넘어 갔지만, 처음 나오는 이들에게는 여간 당혹스러운 일들이 아니

었겠지요.

성도들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합니다. 예배와 교회 분위기를 위해 반주를 그

만 두게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에게 상처가 되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논쟁 끝에 저들은, “주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일까”를 묻게 되었답니다.

주님은 편안하게 예배드리는 것도 기뻐하시겠지만, 정신적 장애가 있는 그

분의 상처를 모두가 부둥켜안고 드리는 예배를 더 기뻐하시리라 는데 생각

이 모아졌습니다. 결국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었

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 반주자는 자기의 병을 인정하기에 이르렀고, 점

차 평안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간증을 읽고 ‘사람을 얻는다’는 사도바울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저들은 당분간은 편안한 예배 분위기를 잃었지만, 한 사람을 얻게 되었습니 

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자유로우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 (고전9:19절) 

만약 우리 원주영락교회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그 사람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천박한 자본주의를 사는 이 시대, 세상은 돈을 위 

해 사람을 잃어버립니다. 권력을 잡은 이들은 또 어떤지요. 대통령을 비롯해  

지도자들은 법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백성의 마음(民心)을 잃고 있습니다. 눈 

이 밝아 일은 잘 처리하는 듯싶은데, 웬일인지 사람은 얻지 못합니다. 청와 

대에, 여의도에, 남북 간에 마치 전투하는 사람들 뿐입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투쟁의 현장 같습니다.  

무엇보다 세월호 문제는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대통령은 코앞에서 울부짖 

는 유가족의 손을 끝내 잡아 주지 않았습니다. 매스컴은 연일 피곤하다, 경 

제를 생각해라, 중립에 서라, 하며 백성들과 유가족을 갈라 놓았니다.  

그러나 중립이란 거리의 중간이 아니라 무게중심 입니다. 힘이 없는 가난하 

고 연약한 자들에게 더 가까이 서 주는 것이 중립의 본질입니다. 그것이 성 

서에 나타난 하늘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참된 중립에 서지 않으니 저들이 지 

나간 자리에 시체가 즐비합니다. 사람을 잃은 것이지요.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는다”(잠11:30절) 했거늘.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그 모습이 바로 우리들 모습 아닌지요.

부흥을 얻었다 하지만 실은 사람을 잃어버린 교회, 돈과 권력을 얻고 신뢰 

를 잃어버린 교회. 너무 옳아서 사람을 놓치고 너무 율법적이어서 참 사랑

은 잃어 버렸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바,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 

휼과 믿음은 버릴”(마23:23절) 까 두렵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예, 구역을 섬기는 일로부터 가정일, 나랏일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얻는다는 것,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