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가 돌아올때

⦁ 붕어의 회귀(回歸)

단풍이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거리는 새로운 풍경이 자리하지요. 김

이 모락모락 나고 뜨끈뜨끈한 국물을 파는 포장마차들입니다. 그 가운데 오

랜 추억이 서린 붕어빵 노점은 푸근함과 친밀함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영민이가 삼광택지 대로변에 붕어빵이 생겼다고 보채서 갔습니

다.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지 몇몇 사람들로 붐빕니다.

사실은 아빠도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데서 뭘 사먹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겨울이 되면 국물 후후 불면서 먹는 어묵이나 붕어빵은 그 냄새부터 잊을

수 없습니다. 붕어빵도 요즘은 진화해서 잉어빵, 미니 붕어빵, 앙꼬가 팥이

아닌 슈크림, 야채, 치즈까지, 속이 다양한 붕어들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음식 솜씨가 좋아 모든 음식을 다 집에서 만들어 내는 엄마라 할지라도, 이

붕어빵만큼은 벤치마킹할 수 없으리라.

물론 요즘 붕어빵 장사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지요. 직장에서 쫓겨난

30, 40대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차린다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삼

익아파트 앞길에도 겨울이 되면 붕어빵 포차가 몇 대가 생기는지 모릅니다.

당연히 수입이 예전만 못해서 금방 사라지곤 하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도 붕어빵 장사로 성공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다들 힘을 내시길 비는  

마음으로 영민이와 노점에 들어섰습니다. 시커먼 무쇠판, 노오란 양은 주전

자, 희뿌연 밀가루 반죽, 철커덕 소리, 낚시바늘같은 쇠꼬챙이, 그리고 똑같

은 모양의 붕어들, 한 마리 더 얹어 주는 인심... 모두 낯설지 않은 풍경들

입니다. 바다로 간 연어만 돌아오는 계절이 아니라, 지난 겨울이후 사라진

붕어들도 동네 뒷골목에 회귀한 것입니다.

⦁ 붕어빵이 주는 교훈

그런데 붕어빵을 보면 늘 기억나는 신앙적인 교훈이 있습니다. 붕어빵 틀에

서는 정확하게 붕어만 나온다는 것입니다. 때론 메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밀

가루 반죽을 부어도, 단호박 반죽을 부어도 나오는 것은 붕어입니다. 신기하

지요. 들어가는 것은 팥이며 달라요. 그런데 나오는 것은 똑같습니다. 금물

을 갖다 부으면 금붕어가 나오고 은물을 부으면 은붕어가 나올 뿐입니다.

왜요? 거푸집 틀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근본 틀이 무엇이냐에 따라 아무리

다른 재료가 들어가도 똑같은 붕어가 나옵니다.

그래서 생김새가 비슷할 때 삼천만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지요.

“붕어빵이네!”

이것을 마음에도 적용한다면 어떨까요? 마음에도 틀이 있다면. 붕어빵 틀이

아니라 ‘감사’ 틀 말입니다. ‘감사’라는 틀에서는 어떤 일에도 감사가 나올

것이고, ‘불평’이라는 틀에서는 불평만 만들어져 나올 것 아니겠나요?

같은 일을 가지고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짜증과 불평으로 받

아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는 어떤 일이든지 하나님께 감사하셨습니다. 똑같은 어려움 

을 당해도 어린 우리들은 원망하고 불평했지만 어머니는 감사하기에 바쁘셨 

습니다. 깨져 버린 꿈이 들어가도 나오는 것은 감사요, 배신당한 노여움이  

들어가도 역시 감사만이 나옵니다. 구겨진 자존심이 들어가도, 심지어 죽을 

병의 고통이 들어가도 나오는 것은 감사입니다. 감사틀! 그런 마음의 틀이  

있으시니 어떤 형편이 닥쳐도 감사할 수밖에 없으신 것이지요.  

결국은 그렇게 감사로 사신 어머니가 이기셨습니다. 어려움을 이겨 내셨습 

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니 끝내는 감사한 대로 되었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 

이니라”(살전5:18절) 

⦁ 감사의 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마음의 틀은 ‘감사’이라. 내 마음의 틀이 감사의 틀이

냐 불평의 틀이냐에 따라 맺혀지는 열매가 다릅니다. 똑같은 장미를 받고도

예쁜 꽃에 기뻐하기보다 가시가 많음에 불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 마음속에 들어오는 인생의 재료들은 다양합니다. 사랑이 들어 올

때가 있는 가하면, 때론 미움이 들어옵니다. 불평도 들어옵니다. 살다보면

고민이나 아픔, 슬픔과 절망이 마음속에 들어 올 때도 있지요.

그러나 마음의 틀이 감사로 만들어진 사람은 무엇이 들어와도 감사를 만들

어 냅니다. 미움이 들어가더니 감사가 되어 나옵니다. 원망과 불평이 물밀 듯  

밀려들어 왔는데 밖으로 나올 때는 감사가 되어서 나오더란 말이지요.  

어떻게요? 그 속에 감사의 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일의 본회퍼는 말합니다.  

“감사를 통해 인간은 부자가 된다”  

어제도 입원하신 어느 권사님 병원에 심방을 갔습니다. 지병이 재발하여 항

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수술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날 밤 의사에게 그 선고를 받고는 너무나 마음이 어두웠다고 합니다. 왜

아니겠어요? 그 힘든 치료를 다시 시작해야 하니 오죽하시겠어요. 벌써 입

술이 쩍쩍 갈라져 있으시던데요.

그러나 오늘 아침 침상에서 기도했더니 마음이 밝아 지셨답니다. 늘 새벽에

기도하시던 그대로, 새벽의 그 자리를 침상으로 바꾸었을 뿐, 간절히 하나님

께 기도하니 이길 수 있는 믿음과 힘을 주신 것입니다.

“목사님, 얼마나 더 좋은 걸 주시려고 이렇게 하실까요? 감사하지요”  

담담히 웃으시며 하시던 말씀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예, 권사님. 그렇지요. 그렇게 또 이겨 내셔야지요”

그러고 보니 언제나 문제는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믿음이었습니다. 감사의

틀을 만들어 가는 믿음. 사자 굴에서도 감사하던 다니엘처럼, 빌립보 감옥에

서도 감사하던 바울처럼, 그렇게 이겨 내세요 권사님!

현대인들에게 잃어버린 단어가 있다고 하지요. 감사입니다. 가정에서, 학교

에서, 일터에서 감사를 잃어 버렸습니다. 감사는커녕 터져 나오는 것이 원망,  

불평뿐입니다. 그러나 감사가 없다면 천금을 가진들 행복하겠나요? 백 평 아 

파트에 산들 감사가 없다면 행복하겠나요? 실로 감사가 행복의 문을 여는 열 

쇠입니다.  

당신은 어떤 마음의 틀을 가지고 계십니까? 감사입니까? 불평입니까?  

붕어빵 감사, 참 귀한 감사틀 입니다. 그 틀을 통해 감사의 붕어들이 다시  

돌아와야 할 때입니다.  

⦁ 2014 도전 감사 100선(選)

기억하시나요? 몇 년 전, 감사 100선을 쓴 적이 있어요. 그때 그 가을, 허

리 수술을 하고 참 곤고했던 때였지요. 100가지 감사꺼리를 찾아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며칠을 쥐어짜고 해서 일 년의 감사 백 개를  

적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빼곡히 쓴 감사 내용을 예물과 함께  

드릴 때 하나님께서 더욱 기뻐하시리라.

그때 누가 우스갯소리로 제게 물었지요.

“하나님이 헌금 봉투 안에 예물을 먼저 보실까요, 감사 100선을 먼저 보실

까요?”

별 상상 다 하신다 했지만, 아마도 예물보다 감사 100선에 더 관심하지 않

으실까요. 빈 부대처럼 마음 없는 예물을 드릴 때가 많았던 우리들, 그런 감

사의 마음이 소복이 담긴 예물을 주님은 과부의 두 렙돈처럼 받지 않으실까

요.

하여, 추수감사주일을 앞두고 감사 백선을 다시 적어 보고자 합니다. 너무

힘든 일이라, ‘도전!’이라는 말을 붙여야 합니다. “도전! 감사 백선”

그리고 영락의 모든 성도에게도 권면합니다. 감사의 계절, 한 해의 감사 백

선을 적어 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시인 김현승은 감사하는 마음이란 ‘아는 마음이라’ 하지요. 내가 누구인가를

그리고 주인이 누구인가를 깊이 아는 마음이라고. 감사 백선을 적으며 내

삶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 하나님이 인도해 주셨음

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다음 주일, 온 성도들이 감사 100선을 손에 들고 추수감사주일을 드리는 모 

습을 그려 봅니다.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약한 마음 낙심하게 될 때에

내려주신 주의 복을 세어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찬429장)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