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인생, 부름 받은 인생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을 읽고

⦁ 아내가 웅덩이에 빠지다

얼마 전 일이었어요.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마트에 갔습니다. 저는 다른 모

임이 있어서 아내를 내려 주고 갈 참이었는데, 이게 웬일이래요. 차에서 내

린 아내가 갑자기 비명을 지릅니다. 순간 차창을 보니 아내가 어디엔가 쑥

빠지는 느낌이에요. 가지나 흉흉한 소식들이 들리는 때인지라 정말이지 하

늘이 무너지는 듯 놀랐습니다.

얼른 가 보니, 다름 아닌 맨홀에 빠진 것입니다. 사방 한 1m, 사람 키만 한

깊이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맨홀이었어요. 감사하게도 아내가 순간  

팔을 뻗어 지지해서 크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둘러서는데요, 길가에서 장사하시는 분 말을 들어보니 며칠 전 누

가 맨홀 뚜껑을 훔쳐갔다는 것입니다. 위험하다고 시청에 몇 번이나 민원을

넣었는데 그대로라며, 제게 전화 좀 하라고 추궁합니다.

아내를 안정시키고는 금방 민원실에 전화를 했지요. 빨리 고쳐 줘야지 사람

이 다칠 뻔 했다고. 그래서인지 금방 사람이 와서 뚜껑을 채워 놓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하는 군요. 철제 뚜껑을 훔쳐 고물

상에 파는 도둑들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이 봉변을 당하는 것입니다.

아내가 얼마나 놀랐을까요. 나중에 가슴을 진정시킨 후 말합니다.

“순간, 땅이 꺼지는 줄 알았어요. 땅속 깊이 빠져 들어가는 줄 알고”

⦁ 싱크홀 현상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땅꺼짐 현상, 일명 싱크홀(sinkhole)이 이슈가 되었습

니다. 지난여름에도 제2롯데월드 건축 공사장 옆 석촌호수 근처에서 땅이

꺼졌지요. 그것도 다섯 번씩이나. 지하 웅덩이 깊이가 무려 80m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하지요. 지난 8월19일에는 울산의 한 도로에서 갑자기 발생한

싱크홀에 차량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이후 총 269

개의 싱크홀이 생겨났다고 하니, 얼마나 위험한 세상이 된 것이에요.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북한 땅굴이라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까지

있지만, 싱크홀은 주로 신축하는 큰 건물 주변과 지하철 공사 주변에서 일

어 납니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땅 속에 있는 지하수가 비면서, 지반의 무

게를 견디지 못해 땅이 주저앉은 것입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요?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서 땅이 가라앉으면서 큰

구덩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인간들로 인해 훼손되고 파괴된 땅이 다시 돌려

주는 대답이 아닐까요. 이런 현상들은 겉으로 발생하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

다가 갑자기 일어나기 때문에 큰 문제 입니다.

그래서 최근 우리 사회에 위협이 되는 재난으로, 홍수와 태풍(39.6%) 다음

에 싱크홀(29.9%)을 꼽았습니다. 폭염 및 가뭄(15.5%), 황사(12.8%), 산사

태(2.2%)는 싱크홀보다 위협적이지 않은 재난으로 조사됐습니다(한국일보

2014.8.20일자). 20여 년 전 성수대교 붕괴 사건에서부터 이번 판교 환기구

추락사건까지도 모두가, 믿었던 땅이 무너지는 싱크홀 사건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땅만 문제가 아니지요. 이 사회도 싱크홀 현상으로 그득합니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군대 학교 가정까지, 오랫동안 지켜 왔던 원칙과 질

서가 흔들리고 믿음과 신뢰가 무너집니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건은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이 사회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한 싱크

홀에 빠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상 탓할 거만은 못되지요. 교회를 돌아보면 더욱 더합니다. 돈, 권력, 성 

추문, 표절, 입에 담기도 불경한 소식들은 한국교회에 거대한 싱크홀 현상이  

발생해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내면세계의 질서

개인적인 차원으로 좁혀 볼까요? 우리 인생도 사실은 어느 날 싱크홀처럼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세상이 눈에 보이는 지상 세계만 있는 것이 아니

라 보이지 않는 지하세계가 있는 것처럼, 인생도 두 세계로 이루어져 있습

니다. 내면세계와 외부세계. 외부세계(outer world)는 눈에 보여 측정할 수

있는 세계이기에 대처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내면세계(inner world)는 정

신의 세계요 영적인 세계인데,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리하기

가 어렵습니다. 무너져 내리기 전에는 오랫동안 방치해 두고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고든 맥도날드(Gordon Macdonald) 목사는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성장

Ordering Your Private World>에서 ‘함몰 웅덩이 증상’을 말합니다.

지하수가 고갈되어 지표를 지탱할 힘이 없을 때 언젠가는 무너져 내리는 것

처럼, 인간의 내면에 질서가 없다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

지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 손대고 있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든다면 이미 내면세계의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자

의 표현대로 '벽에 부딪히는 순간' 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 자신도 성추문 사 

건으로 엄청난 웅덩이에 빠져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내면생활을 정돈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고 있습니까?”(31쪽)

그러나 우리의 대답은 늘 이렇습니다.

“지금 쌓여 있는 일만 해도 올해 말까지 쉴 새 없이 뛰어야 할 겁니다... 내

면세계를 정돈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 삶의 조종실로 가보라!

물론 외부의 공적인 세계도 삶의 중요한 영역입니다. spec, 학력, 소유, 모

임과 대인관계, 일과 사업. 우리는 내면에 할애해야 할 시간을 빼내어 이러

한 외적 세계에 더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는 유혹에 늘 직면합니다.

문제는 외면세계가 고층 건물을 짓고 육체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재물과

권력과 명예의 전당을 세우는 동안, 내면의 깊은 세계는 점점 공허해 집니

다. 질서 있게 정돈된 내면세계 없이 그런 것들이 우리 삶에 더해질 때, 어

느 순간 공허와 환멸, 실패와 외로움 등이 무섭게 엄습합니다. 내면세계의

질서가 견고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싱크홀에 빠

지는 것이지요. 고든의 표현대로 하자면 ‘황금새장에 갇힌 인생’입니다. (53

쪽)

이 책에서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를 소개합니다. 그도 다른 사람

들처럼 내면세계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나를 즐겁게 하는 곳이면 어디나 계속 쾌락을 추구했다. 나는 일상의 작은  

행위 하나하나가 우리 성품을 만들기도 하고 또는 파괴하기도 한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내 영혼의 선장이 아니었고 그 사실조 

차 모르고 있었다. 쾌락이 나를 지배하도록 허용했던 것이다. 끔찍한 수치  

속에서 내 인생은 끝나 버렸다.” (29쪽)  

그러므로 내면세계 곧 영적인 영역은 인생의 가치와 선택이 결정되는 핵심

조종실 입니다. 그곳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성찰하는 곳입니다. 깊은 묵상

과 사색, 결단과 가치판단을 하는 곳입니다. 진정한 예배와 신앙의 고백이

이루어집니다. 세상과 외부세계의 오염된 공해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보호해야 할 영역입니다. (막8:36절)“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

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생동적으로 살

아 있는 곳입니다. 거기로부터 격동을 극복하고 그에 위축되지 않는 힘이

우러나옵니다.

그대! 내면세계가 도외시 되지 않았는지, 오늘 삶의 조종실로 가보는 건 어

떠한지요?

⦁ 두 인생, 쫓기는 인생과 부름 받은 인생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축재하고 인정받고 성취하기 위해 쫓겨다니다가 황 

금 새장에 갇힌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교회마저 이처럼 쫓겨다니는 사 

람들로 가득한 것은 큰 불행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두 가지 삶을 말합니다. 하나는 쫓기는 삶(driven people)이

요, 또 다른 하나는 부름 받은 삶(called people)입니다. (54쪽)

쫓기는 삶의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사울 왕입니다. 그리고 부름 받은 자의

대표는 다윗 왕입니다. 그리고 신약에는 세례 요한을 언급합니다.

사울은 환경적으로 보면 다윗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는 왕입니다. 세상의 모

든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항상 쫓기는 인생을 삽니다. 결

국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마감합니다. 쫓기는

삶은 환경을 지배하기보다 환경의 지배를 받습니다. 끝내는 싱크홀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처럼 부름 받은 자로서의 삶이 있습니다. 다윗은 실제로는 쫓겨

다닙니다. 무려 10년이 넘도록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피해 다닙니다.

그런데도 다윗의 삶은 평화롭습니다. 기쁨이 있습니다. 감사와 찬양이 넘쳐

납니다. 사망의 골짜기에서도 그는 하늘의 위로를 받고, 하나님이 동행하심

을 믿고 감사합니다. 나는 부족함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고 환경을 지배하는 삶입니다. 자신을 부르신 하나님

의 목적을 깨달았기에 가능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분명한 소명을 발견했습

니다. 어떤 고난이 와도, 역경이 몰아쳐도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이 과정을

통해서 이루시기를 원하는 분명한 뜻이 있음을 아는 자입니다. 그래서 환경

에 지배를 받지 않고 뛰어 넘습니다.

요한은 부름받은 사람의 원형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메마른 광야에서 하나 

님께 의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너무 분주하고 시끄럽고 자기 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도시에서는 쉽게 포착할 수 없는 것들을 광야에서는 듣고 깊 

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야에서 요한은 종교와 선악, 역사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광야는 그의 내면 세계가 만들어지는 공사 현장 

이었습니다...우리가 고통 가운데 하나님의 부르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위대한 교훈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광야라는 사실 말이다..광야에서 우 

리는 하나님께 의지하는 법을 배운다. 광야는 개개인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장소이다. 광야에서 우리는 부름을 받을 수 있다.”  

(114-115쪽)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 살아 갈 때 가장 격렬한 전쟁터 중 하나는

바로 우리 내면세계입니다. 너무 바빠서 그곳이 황무지로 변하지 않도록 주

의하십시오. 영혼의 정원을 가꾸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쫓기는 인생입니까? 아니면 부름 받은 인생입니까?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