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 교수들? 백지일걸!

한 주 전에 대학 수능시험이 끝났습니다. 고3인 저희 아이도 시험을 보았지

만, 마음 한 구석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뿐이었지요. 중고교 6년, 아니 그 이

상의 기간을 평가하는 것이 단 하루 만에 끝나는 현실, 그것도 평생 꼬리표

처럼 따라 붙을 대학 간판이 하루의 재수(?)에 좌우되는 현실이 참 가슴 아

팠습니다.

실력을 검증하기 보다는 누가 누가 실수 안하나? 실수 안하기 시합입니다.

수능대박이라는 말이 있듯이 엄청난 도박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내 수학

능력 수준을 평가하고 대학(大學)이라는 큰 학문을 시작하는 관문이 아니라,

서열화한 대학들 앞에 줄을 세우고 경쟁을 통해 순위 매기는 시험에 다름 아 

닙니다. 

실제로 원주고 이과에서 3년 내내 전체수석을 하던 아이가, 수학에서 실수

해 한 개를 틀렸습니다. 의대를 목표하던 아이인데 수학을 한 개 틀리면 갈  

곳이 없습니다. 워낙 변별력이 없는 물수능이어서, 전 과목에서 한 개를 틀 

렸음에도 불구하고 재수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런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지요. 역대 수능에서 가장 쉬웠다는 이번 영어

시험, 미국 유명 공과대학을 졸업한 미국인에게 풀어 보게 했는데 너무 어

려워서 쩔쩔맸다고 합니다. 우리 수준이 높다는 뜻일까요? 수능의 실용성을

되묻게 하는 씁쓸한 소식이었습니다.

논술시험은 기가 막혀 분노가 일어날 정도입니다. 제가 아이와 함께 대학별  

기출문제를 공부했는데요, 예를 들면 철학문제 가운데는 후설(E. Husserl)의  

현상학(Phenomenology), 하이데거(M. Heidegger)의 해석학(Hermeneutics)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그걸 비교 분석해서 자기 생각까지 쓸 수 있는 건, 그  

분야 석박사 과정을 마친 사람조차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 

를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그런 수학능력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시골 조그마한 교회 목사가 감히 서울에 있는 그 대학 교수들에게 제안합니 

다. 본 대학 논술 문제를 풀어보시라. 저는 확신합니다. 절반은 백지이리라!

결국 이 시스템은 65만 명에 가까운 수험생들 중에 이름 있는 대학에 들어

갈 10만여 명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학생들을 들러리로 만듭니다.

수십 년 동안이나 지속돼 온 이 불합리한 서열화와 학벌 제도, 그러는 동안

우리는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

이 성적을 비관해서 난간 끝에 서야 이 죽음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요?

그런 세상을 물려 준 우리는 얼마나 부끄러운 어른들인가요?

• 놀 권리

혹 ‘놀 권리’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UN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모든 어

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논다는 의미

는 TV나 미디어, 핸드폰 등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구조화된 활동이 아닙

니다. 주로 놀이터나 공원 등 바깥에서 노는 것을 말하며, 실내에서 장난감

을 가지고 논다고 하더라도 어떤 몰입을 경험해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낀다

면 그것도 놀이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놀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못하지요. 초등학 

교 때부터 방과후 공부방 태권도 음악 미술 영수 학원으로 돌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왠만한 어른이라면, 물로 산으로 논으로 쏘다니며 놀아 지치던 유년 

시절이 그립기만 하지요.  

그래서 UN아동권리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아동들이 여가와 놀이, 그리고  

문화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장치를 해주어야 한다’ 고 권고했습 

니다. 참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하는데요, 이 또한 부끄러운 사회를 물려준 어른

들의 책임이리라.  

• 부러운 나라, 핀란드

얼마 전에 방영된 EBS 세계의 교육현장-핀란드 편은 이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그 내용을 요약해 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라지요. 핀란드가 1위인데, OECD주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PISA에서도 연

속 1위를 했습니다. 한국고등학교 일주일 평균 공부시간은 학교수업을 제외

하고 20시간입니다. 핀란드는 7시간입니다. 한국 학생들에 비하면 저들은

공부시간이 반도 안 됩니다. 참 편하게 공부한다 싶지요.  

무슨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요? 경쟁이 아니라 ‘함께 가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데  

있습니다.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가 그들의 목표이자 슬로건입니다. 우열반은  

폐지된 지 오래이고，성적표에는 등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뒤쳐지는 학생들은 철 

저하게 도움을 받으며,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1.5배의 예산이 책정된다고  

합니다.  

핀란드가 학력평가 1등을 이룩한 원인이 역설적이게도, 1등을 목표로 하지  

않는 교육정책에 있었습니다. ‘함께 가기 때문에’ 그들은 웃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경쟁과 낙오자가 없는 교육 방식이 성공을 거두었습니 

다. 경쟁이 꼭 ‘실용적’이지는 않다는 살아있는 증거인 셈입니다. 지극히 성서 

적인 가치관과 방식입니다.  

초등학교에까지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특목고에 자사고에 학교간 서열을 매겨  

경쟁을 부추기려는 우리나라 교육방향을 재고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신영복, <더

불어 숲>중에서)  

확신에 찬 저들의 말이 마음에 깊이 와 닿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 

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 아니에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아이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한국 학생들은 핀란드에 비해 공부에 대한 의 

욕이 낮아요. 그래도 성적은 좋죠. 왜일까요? 바로 경쟁 때문이죠.”   

-베르나르 위니에 (OECD 교육국, 2006 PISA 책임 관리자)  

 “경쟁은 경쟁을 낳아 결국 유치원생까지 경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될 것이 

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설득시켰다. 학교는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을 쌓 

는 과정이다. 그리고 경쟁은, 좋은 시민이 된 다음의 일이다”   

-에르끼 아호 (핀란드 전 국교육청장)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요?

오늘 오후예배때,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꿈을 꾸어 보는 시간이 되길 빕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 

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뿐더러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 

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하라” (빌2:3~4절)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