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들'의' 교회

⦁ 연예인 떴는 줄?

지난 주 토요일에는 <사랑의 연탄> 나눔을 했습니다. 벌써 몇 해 되었지요.

이렇게 겨울 초입이 되면 교회 주변 힘든 가정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것입니 

다. 안수집사회가 주관해서 삼사십 명의 성도들이 모였는데요, 개중에는 중고 

등부 학생들도 보였습니다. 봉투로 전달하면 쉽게 끝날 일이지만, 차나 리어카 

가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의 가정들을 직접 섬기는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작은  

나눔이었지만 요 며칠 매서워진 찬바람에 좀 더 훈훈하게 보내실 것 같아 마음

이 기쁩니다.  

교회 길 건너 골목 끝의 어느 집, 연탄을 배달해 드리니 참 좋아 하십니다.  

제가 가니까 동네 아줌마들 중에 어떤 분이 수군수군 합니다.

“영락교회 목사님이셔~”

사랑의 국수에 오시는 분이라 저를 금방 알아 본 것입니다. 그랬더니 함께

계시던 분들이 반갑다고 제 손을 잡기도 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처음 봤는

데도 오랫동안 면식이 있는 분들처럼 반갑게 대해 주셨습니다. 무슨 연예인

떴는(?) 줄 알았다는.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저를 알아 봐 주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동네에 오

가면 눈인사 하시는 분들, 원주초등학교 운동회 같은 데 가면 인사를 곧잘

받기도 합니다. <사랑의 국수>, <사랑의 연탄>, <사랑의 저금통> 때문 아

닌가 싶어서요. 부족하지만 사랑으로 섬기려 애쓰는 우리 교회가 참 자랑스

럽습니다.

그 열화와 같은 환영분위기에 힘입어, 목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뭔가

답사를 해야 할 순간, 요때다 싶어 ‘기도해 드리겠다’ 했습니다. 반응이 시

원찮을까 걱정한 건 기우였어요, 교회 안다니시는 분들도 계신데 흔쾌히 목사

에게 한걸음 다가서십니다.

사실 좀 의외였어요. 좀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마음 문이 활짝 열

려 있으셨던 것입니다. 더욱이 어느 가정에 들어가서까지 기도했습니다. 제

가 연탄 나르시는 교우들이 보시도록 골목 한가운데서 기도하려 하자, 웬걸

요 아니래요. 이왕이면 집에 들어와서 기도해 달라며 어느 아주머니 집 대문

안으로 저를 끌고 들어갑니다. 이렇게 갑자기 심방하는 것도 또 처음이었네

요. 그것도 성도가 아닌 동네 사람 집에 얼떨결에 떠 밀려와서.

아무려면 어때요. 요즘 교회 목사하면 민심이 바닥인데, 박대하지 않고 문을

열어 주시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이지요.

⦁ 개척교회 나 세울까요? 영락제이교회

처음 들어 와 보는 집, 허름한 방 앞에서 우리 다섯은 손을 잡았습니다. 제

가 양쪽 분들 손을 자연스레 잡아서인가요, 모두가 손을 잡으신 것입니다.

둥글게 서서 고개를 숙이니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마치 제자반 결단의 시간

같았다고나 할까요. 동네 교회 목사와 그 동네 사람들이 두 손을 잡고 고개

숙여 기도하는 시간, 거룩한 곳이 따로 없지요. 축복의 자리가 따로 없겠지

요.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기형도의 ‘우리 동네 목사님’이 된 느낌이었습니

다. 하나님 기뻐하셨으리.

저는 그 가난한 손들을 잡고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드렸습니

다. 개별적인 형편은 알지 못하지만 전심을 다해 축복했습니다. 마음이 전해

진 걸까요, 기도하는 마디마다 아멘 소리가 어찌나 큰 지 모두 권사님들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분위기파잖아요. 아멘 아멘 해 주시니 힘이 더 나서 기

도 소리도 커지고 덩달아 아멘 소리도 점점 커져서 집마당이 들썩들썩했습

니다. 정말이지 봉산동 동네 부흥회 했습니다.

초대교회는 모두 이렇게 가정집에서 시작했다는데, 여기 십자가 꽂을까봐요.

개척교회 하나 세우게요. 교회이름요? 영락제이교회 어때요?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음 깊이 스며드는 감사. 하늘에서 눈꽃송이,

아니 축복송이가 내리는 듯 싶었습니다. <사랑의 국수> 미안해서 어떻게 가

느냐 하시더니, 웬걸요 모두들 바로 교회에 오셔서 국수를 맛있게 드셨습니

다.  

⦁ 가난한 자들의 교회

언젠가 글에 “연탄은 검은 십자가”라 했습니다. 검고 더러워서 다들 싫어하

지만, 하얀 재가 될 때까지 기꺼이 태워져 추운 이들을 따스히 해 줍니다.

끝내는 빙판길에 내동댕이쳐 부서지고 발길에 밟혀 미끄러지지 않게까지 하

지요. 참사랑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실로

예수님은 연탄 같으신 분이라, 연탄은 십자가를 닮았어라!

(2011년 12월 <목자의 글>, 검은 십자가 중에서)

요즘 살기 좋아졌다고 수영장까지 갖춘 명품 아파트가 생겨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힘들게 삽니다. 비싼 기름보일러 대신 연탄을 때는 집들

이 우후죽순 생기게 되었지요. 특히 우리 사는 봉산동 산동네를 비롯해서는

아직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들이 많습니다. 연탄 몇 백 장에 마음의 배가 불

러오는 땅의 사람들이지요.

지난 추수감사주일 헌금 중 일부를 어려운 곳 돕는다 했지요. 중국 창핑한

인교회와 포항 <연탄은행>(대표:유호범 목사)에 도움을 드렸습니다. 원주에

서 시작된 밥상공동체가 포항에 서른 한 번째 지소를 낸 것입니다.

경북대 법대 김두식 교수가 쓴 <세상속의 교회, 교회속의 세상>에 이런 제

목의 글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교회,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없는 교회”

마음에 와 닿지요. 교회 안에 점점 가난한 사람이 없어집니다. 크고 세련된

교회, 깨끗한 교회입니다. 저들은 가난한 자들을 도우러 가기는 하지만, 그

분들이 우리 교회 안에 들어오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 가난하고 늙고 병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들어 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교회입니다. 그래서 사랑의 국수, 사랑의 연탄을 할 때

참 기쁩니다. 늙고 병들고 소망 없는 분들이 교회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한'(for) 교회

가난한 자들'의'(of) 교회

이곳 원주영락교회여요.

“나에게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그분이 숨어 계신 연약한 자와 가난한 자

사이로 그분을 따라가는 것이다."

(장 바니에, <희망의 사람들 라르슈> 30쪽)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