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분간 기도만 해요”

• 바보는 항상 결심만 한다?

새해를 맞고 세 번째 주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 해 365일을 시간으로 계

산해 보니 8760 시간이더군요. 오늘로 보름이 지나갔으니 벌써 360 시간이

흐른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새해 새롭게 결심한 것들을 잘 실천하고 계신

지요.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 의하면, 새해 계획 가운데 1위는 역시 건강관리였

습니다. 금주, 금연, 다이어트 등이지요. 2위는 자격증이나 자기개발, 3위는

부자가 되길 바라는 재테크, 4위는 취미활동입니다.

우리 성도들은 좀 다르지요? 많은 분들이 신년기도제목을 제게 주셨습니다.

건강하길, 화목한 가정과 일이 번창하기를 소망하십니다. 교회 위한 기도제

목도 가득해서, 화평하고 부흥하기를, 어떤 기도제목은 교회학교/온전한 십

일조/새신자 각각 100명씩 달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써 주셨습니다. 제가

‘아멘’했어요. 신앙적인 기도제목도 많아서 굳센 믿음 주소서, 주일성수를

비롯해 사명감당 하기를 소망하셨습니다.

그러나 새해 거창한 계획들을 하지만 작심삼일, 용두사미가 되는 것이 지나

온 경험입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성공하는 것은 20-30% 정도밖에 되

지 않는다 해요. 평균 65% 정도는 지키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람의 가능성은 믿되 그의 의지는 믿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보는 항상 결심만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결심대로 행하는 것이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실패하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요. 게으르거나 결심이 약해서, 혹은 계

획이 너무 거창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습관의 문제

그런데 좀 더 근본적으로는, 습관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길은

상당부분 습관에서 결정됩니다. 결심한 것에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을 부르

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실패하는 사람은 실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자석이 철을 끌어당기듯, 어떤 사람은 나쁜 습관에, 어떤 이

는 좋은 습관에 이리저리 끌려 다닙니다. 새해 아무리 큰 결심을 한다 해도

철저한 습관을 통해 실천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일 좋은 교육은 좋은 것을 습관화시키는 것입니다. 습관을 통해

하면 좀 더 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좋은 습관을 다스리지 못하면 악한 습

관이 나를 좌우합니다.

이런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대요. 어느 교회 성찬식을 거행하는데 분잔 시

간입니다. 술을 좋아 하시는 집사님, 저 끝에서 갑자기 잔이 눈앞에 다가오

자 얼떨결에 받아 쭉 들이키고는(?) 그 잔을 머리 위로 올려 뒤집더랍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사람의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

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이 말이 옳습니

다.

• 거룩한 습관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에 밴 만큼 신앙입니다. 말씀과 기도생활, 누

구나 한 두 번은 쉽습니다. 가끔 하는 것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길이 들

정도로 꾸준히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뻐하되 ‘항상’ 기뻐하는 것

입니다. ‘쉬지 말고’ 기도하는 것, ‘범사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인생이 습관

이듯 신앙도 습관을 통해 성장합니다.

물론 습관적(habitual)이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지요. “너 왜 신앙생

활을 습관적으로 하니?” 습관적으로 기도하고 습관적으로 예배드리는 것,

별 생각 없이 타성(automatic)에 젖었다는 말이지요. 우리는 습관의 노예가

되는 것을 싫어하지요. 그런 습관적인 예배를 하나님께서 받으시겠는가!

그러나 거룩한 습관(Holy habit)이라면 다릅니다. 분명한 믿음과 성경의 규

칙을 따라 몸에 배게 하는 것입니다. 습관을 통해 영적인 근육을 만드는 일

입니다.

예수님도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오르시고 말씀을 보셨습니다(눅4:16절). 습

관을 좇아 기도하셨습니다(눅22:39절). 전례대로(에도스) 말씀을 가르치셨습

니다(막10:1절). 그 주님을 닮은 사도들도 습관을 따라 성전에 올라가 기도

했다고 전합니다(행3:1절). 철저한 기도 습관으로 사자 굴에서 승리한 다니

엘은 신앙의 영웅입니다.

• 거룩한 습관을 들이라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은,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제일 편안하고 제일 자연

스럽답니다. 도리어 습관적으로 하던 것을 의식하며 하다 보면 사고가 납니

다.

보세요. 계단을 내려가다가 갑자기 내가 지금 제대로 내려가고 있는 건가

요? 혹시 무릎에 무리가 가게 내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이런 식으로

걸음걸이를 의식하게 되면 갑자기 균형을 잃게 되어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어떨 때는 발을 헛딛는 경험 말입니다.

주일예배때 사도신경을 외우는데 하나하나 생각하며 신경쓰다 보면 쉬 틀리

게 됩니다.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제일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므로 습관적으로 기도한다고요? 그 습관적인 기도가 예수님을 더욱 닮

게 한다면 하십시오. 습관적으로 찬송한다구요? 그 습관적인 찬송이 하나님

을 영화롭게 하는 그 찬양의 반열에 자신을 서게 한다면 계속 하십시오. 습

관적인 예배, 습관적인 구제, 습관적인... 그 모든 것이 자기를 더욱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 간다면 그리 하십시오. 그것은 거룩한 습관으로 바

람직합니다. 습관은 길입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어떤 목적에 이르듯이 습관

도 따라가면 원하는 목적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흔히 100일은 반복해야 완

전히 내 것이 되는 습관이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습관은 평소의 훈련이 차

곡차곡 쌓인 탑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중에 하나가 습관을 바꾸

는 일이라. 그러나 한번 쌓인 습관의 탑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 담임목사의 고백(Confession)

그 거룩한 습관들 가운데, 원주영락교회 담임목사인 저는 이 연초에 가장

힘쓰는 것이 있습니다. 기도입니다.

연말을 지나 연초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교회 모습을 봅니다. ‘세상의 희망

이 되는 교회’라는 표어를 가지고 힘차게 시작했지요. 일군들을 임명하고 사

경회도 가졌습니다. 새가족들도 주시고 다시 돌아오신 분들도 계셔 빈자리

도 많이 채워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마음이 어두운 성도들도 계십니다. 담임목사로서 귀를 열

어 이런저런 마음의 소리들을 듣습니다. 힘들다고 아프다고 눈물지며 아우

성치는 성도들.

이래서 어떻게 세상의 희망이 되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요? 내 옆에 있는

성도에게도 희망이 되지 못하는데, 아니 내가 내 스스로에게도 희망이 되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지난 주간에도 저는 저 자신에게 실망할 때가 참 많았

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우리 모두 다시 기도의 자리로 나가십시다. 기도는 나의 연약

함을 깨닫고 강퍅한 마음을 내려놓는 자리입니다. 신앙은 내가 강해지는 것

이 아닙니다. 나의 약함을 통해 하나님의 강하심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내가

강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약해져서 이기는 싸움입니다. 내가 연약

할수록 강하신 하나님이 역사하시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나와진 것 같지 않으십니까? 불평과 원망이 앞서 있지 않으십니까?

언제부터인지 내가 양인지 이리인지 구분이 안가게 행동한 듯 싶습니다. 선

한 목자 주님 앞에서 양인척하며 이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한없이 굳어

있고 한없이 강해지려 하고.

기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새벽마다 기도한다고 했지만 몸에 배도록, 굳

은살이 박인 습관이 되도록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온유와 겸손으로 절제

된 그리스도의 형상이 아니라 불쑥불쑥 옛 모습이 튀어 나왔습니다.

• “당분간 기도만 해요”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희망의 줄이 있습니다. 기도의 줄입니다.

기도는 마중물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지혜를 끌어내는 도구입니다. 내 안

에 잠자는 영성을 깨우고, 잠잠히 계시는 성령님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기도

할 때 성령님께서 역사하시고 힘을 주십니다. 내가 넘을 수 없는 장애물도

넘을 수 있게 됩니다. 조개가 아픔 가운데 진주를 만들 듯, 기도하며 아픔을

품을 때 하나님이 감춰 놓으신 보화가 있습니다. 기도할 때 우리 앞에 문제

는 역사를 일으키는 축복의 창고입니다. 기도할 수 있다면 시련이라는 폭풍

우가 오히려 우리를 비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제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당분간 기도만 해요”.

연초이어서 사역에 불을 붙여야 하는 때이지만, 마부작침(摩斧作針)입니다.

잠시 일을 내려놓고 기도를 붙잡는 것입니다. 말씀을 펴놓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습관을 다시 들입시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처음 자리로 돌아

가라는 말처럼, 문제가 있을 때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성도의 원칙은

말씀과 기도의 자리입니다. 다니엘은 일보다 기도를 우선순위에 두었습니다.

그는 일을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기도는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는 새벽예배 그리고 오전 안방이 그 시간, 그 자리였습니다.

그때는 아무리 급해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때론 눈물을 흘리시는

소리, 때론 기뻐 찬송소리, 부르짖는 소리... 하나님과 만나는 거룩한 시간,

거룩한 자리였습니다.

부족하지만 제게도 그 자리가 있습니다. 새벽강단이 바로 그 자리입니다. 조

용하게 들려오는 찬양은 어지러운 영혼을 씻어 주는 물두멍이 됩니다. 강단

뒤에 꿇어 엎드리는 자리는 그 옛날 주님을 만나던 지성소 입니다. 그 때마

다 어둠속에서 바라보던 십자가가 감싸 주십니다. 교회를 위해, 성도들을 위

해 간절히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시는 체험을 합니다. 우

리가 이불 속에서도 기도할 수 있지만, 새벽에 성전에 나와 기도하는 이유

는, 기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까도 부교역자들을 긴급히 불러 모았습니다. 겨울성경학교와 수련회 일정

표를 보니 기도와 결단 시간이 부족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들이지

만 거룩한 기도시간을 통해 주님을 만나는 신령한 자리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모든 부서에 엄히 명했습니다. “교역자와 교사가, 교사와 아이들이

뜨겁게 기도하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더하라!”

• 직분별 기도회 시간

여러분께도 권면합니다. 당분간 기도만 합시다. 사람은 다 실수하고 실패합

니다. 누가 잘했나 잘못했나 따지기 시작하면 다툼만 깊어집니다. 무엇보다

교회에서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잘했으면 얼마나 잘했고, 잘못했으면 또 얼

마나 죽을 죄를 지었겠어요? 모두 주의 일을 하다가 된 일입니다. 서로 감

싸 보십시다. 감싸면 감싸집니다. 덮으면 덮어 집니다. 그냥은 안되고요, 기

도할 때 됩니다. 문제만 보면 문제가 높아 보이지만 십자가 아래 엎드리면

높은 산이 평지가 됩니다. 그 문제는 축복의 통로요 변장된 축복입니다.

먼저는 항존직 여러분들이 기도의 모범이 되어 주십시오.

직분별 기도회 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목회자 기도회. 주일아침 8시 목양실

장로 기도회. 수요예배후 8시 반 목양실

집사 기도회. 주일오후예배후 3시 엘림

권사 기도회. 금요일밤 8시 본당.

권사 기도회는 중보기도회를 겸합니다. 어떤 성도도 참여할 수 있으며 중보 

기도함에 기도제목을 넣어 주시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당분간 기도만 합시다. 하나님은 우리를 벼랑 끝에서 웃게 하실 것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