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된 나무

-교회창립기념주일에

• 처음 씨앗을 뿌리던 때

 이번 주일은 교회 창립 45주년 기념 주일입니다. 그때가 1970년 2월 1일

주일이었는데 이번에도 2월 1일 주일, 날짜와 요일까지 딱 그날이네요.

4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처음 교회를 시작하셨던 분들을 고개 숙여 기억 

해 봅니다. 저들이 정성스레 뿌린 씨앗이 이렇게 불혹을 훌쩍 넘긴 큰 나무 

로 자랐습니다.  

 이때마다 때 묻은 책 한 권을 들춰 보게 되지요. <영락교회 30년사>! 우리

에게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45년 전 오늘, 제일장로교회에 다니던 7명의 집사들이 최복환 집사님 댁에 

서 모인 것이 첫 예배가 되었다고 하지요. 최복환, 권순혁, 김인순, 강신선,  

문태곤, 김영래, 유복례. 황무지 같던 이곳에 복음의 첫 발을 떼신 참 귀한  

이름들입니다.  

처음 약 2개월 동안 천막교회를 세웠고 초대 목사로 당시 원주제일교회 부

목사이셨던 안창복 목사님(김태희 사모님)을 모셔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 후 4월 7일 원주 제2교회라는 명칭으로 창립예배를 드렸습니다. 저들

은 그 자리에서 성건 건축을 위한 헌금을 작정하였고, 모아진 60여만 원을

종자돈으로 현 위치(917-1번지)의 시유지 사용 허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시작된 성전건축. 어떤 분은 전 재산인 논을 팔아 헌금하셨습니다(김

상경 집사). 스레드 지붕을 헌납하신 분(배운흥 장로), 많은 헌금을 드리신

분(최복한, 김인순 집사)도 계셨다 하고, 대부분의 성도들이 재산의 10분지

1을 헌금하셨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건축, 저들은 개척한 지 1년여 만 

에 당시로 보면 작지 않은 예배당을 지어낸 것입니다.  

 “성도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간으로 몸으로...리어카로 강가에서 돌과

자갈, 모래를 실어 날랐다. 하루는 어느 도둑이 성전 지을 돌들을 몽땅 훔쳐

가 버린 게 아닌가?.. 공사를 위해 자갈과 모래를 채취하려 문막까지 다녀온

일도 있었다. 어떤 이는 머리카락을 잘라 팔고 어떤 이는 결혼 금반지, 팔찌,

목걸이를 팔고 여러 모양의 헌신 끝에 1년여 만에 헌당예배를 드리게 되었

다...”

-<영락교회30년사> 160쪽 중에서

 그 분들의 기도와 눈물, 수고와 땀을 기억해 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45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 세워진 이 예배당을 여전히 우리가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45년이 된 나무 

그렇게 교회를 개척하고 건축하신 1대 안창복 목사님, 기도운동 성령운동을  

일으키신 2대 이형우 목사님, 정이 많고 패기와 박력의 3대 김진옥 목사님.

특히 그때는 사택을 짓고 민주화운동을 했으며 원주영락교회로 이름을 개명

하였습니다(1981년). 그리고 4대 함상호 목사님 때에 와서는 모든 면에서

더욱 체계와 조직을 갖추었고, 97년에는 교육관을 봉헌하였습니다.

여기까지가 <영락교회 30년사>의 굵직한 뼈대입니다.

일일이 다 살펴 볼 수 없어 담임목회자를 중심으로 살펴 보았는데요, 굴곡진

시대의 한복판을 굽이굽이 흐르며 때론 순풍의 돛을 단 때도 있었습니다. 그

러나 급류처럼 일렁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한 줄 한 줄 기록된 역사 속에

스며 있는 이야기들은 얼마일까요? 이름도 빛도 없이 충성하신 교우들은 또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또 다시 15년이 흘렀고, 우리는 지금 수령(樹齡)이 45년 된 아름드

리나무를 보고 있습니다. 나무마다 나이테의 간격이 고르지 않다고 하지요.

겨울에나 가물 때는 촘촘하게, 풍성할 때는 성글게, 많이 자란 때도 있고 잘

자라지 못한 때도 있습니다. 견뎌온 세월을 보여 주듯 영락 나무에는 부러진

가지도 보이고 옹두리도 맺혀 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풍상(風霜)을 견뎌내면서 뿌리는 더욱 깊이 내렸고, 하늘을

향해 푸르른 이파리를 나부끼는 견고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주께서 그런 아

픔과 실패를 품어 안으셨기 때문이요, 그 주님을 닮아 충성되이 섬겼던 선

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지난 45년은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뿌려져 싹을 틔우고 줄기가 치솟 

고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어 가는 나무와 같았던 세월입니다.  

• 원주영락교회, 맘껏 푸르라

그러나 우리 교회가 반세기 가까운 연륜의 오래됨으로, 고목이 주는 옛이야

기에나 안주하는 교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목이 아니라 거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세월 더할수록 푸르름을 더해가서, 봄이면  어김없 

이 연둣빛 새 순을 틔우고, 여름이면 무성한 잎으로, 가을이면 꽃이 진 자리

마다 탐스런 열매를 맺는 나무.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눈비를  

가려주고, 날마다 새들을 불러 모아 주변에 예쁜 소리를 들려주는 나무. 주 

인이 ‘나무야’ 부르면 알아듣는 듯 잎들을 살랑대고, 시시때때로 많은 사람들 

이 달려와 등을 기대고 쉴 수 있는 나무. 그리고 끝내는 다른 나무들과 어울 

려 '더불어 숲'을 이루는 나무. 

우리 교회가 그런 든든하고 아름다운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5년 후면 창립 50주년이 됩니다. 그때가 되면 쓰여질 <영락교회 50년 

사>, 30년사 이후로 20년 동안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될까요? 그 이후 60년  

100년, 세월을 더해가는 영락교회 이야기는 또 어떻게 기록될까요?

 80년대 어두운 시절, 불의한 정권을 향해 외치고는 곧잘 신학교 잔디밭에  

둘러 앉아 어깨를 겯고 <상록수> 노래를 목 놓아 불렀습니다. 기억이 흐리

지 않는 한, 부를 때마다 눈물이었던 것은 최루탄 때문만은 아니었지요. 노 

랫말처럼 그렇게 푸르른 나무가 되기를,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오기를 벅찬  

가슴으로 읊조렸기 때문입니다.

<상록수>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은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른 나무’, 우리 영락 

교회가 그런 나무같은 교회가 되기를 온 맘으로 그려 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