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사순절

⦁ 평창 올림픽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막되었습니다. 우리 바로 옆 동네에서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이 새삼스러운데요,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곳

강원도 평창으로 향해 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요. 북한과 전쟁 분위기

가 계속 이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조차도 불참하겠다 했었는데, 이

렇게 사상 최대 규모인 92개국 3천명의 선수가 참가할 수 있었을까? 정말

하나님 은혜로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어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고

아이스하키 단일팀까지 구성되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문제들도 많지요. 서로 적대시하는 남북이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요. 국민감정이 좋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5천년을 함

께 한 민족입니다. 어떻게든 화합의 불씨를 살려 가야지요. 1991년 지바 세

계탁구대회에서는 남북단일팀이 우승까지 했잖아요? 이제 대화의 물꼬를 다

시 텄으니 자꾸 만나서 소통하고 신뢰가 쌓여서 핵도 전쟁도 줄여갈 수 있

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의 주제는 올림픽이 아닙니다. 신나는 올림픽과는 정반대

의 말씀입니다. 말씀 제목 그대로 <십자가>입니다. 왜 이런 제목일까? 이번

주 수요일이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부활주일인

4월 첫 주일까지, 약 8주 동안, 교회 절기 가운데 가장 긴 기간이지요.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를 묵상하는 절기입니다.

따지고 보면 올림픽과 사순절은 닮은 부분도 있습니다. ‘평화’가 슬로건이라

는 것입니다. 올림픽을 전 세계 평화의 제전이라 하지요. 오륜기는 세계 다

섯 대륙이 평화롭게 손잡은 것을 뜻하고,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Dove of

Peace)를 날려 보냅니다. 사순절도 이 땅에 참된 평화를 주시기 위해 십자

가를 지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올림픽을 통해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질까? 그렇지

못합니다. 외형상 평화일 뿐입니다. 이념으로 물들었지요. 돈과 정치가 개입

되고 금메달에만 환호합니다. 인류는 싸움 유전자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이

기에 올림픽 기간에도 미움과 갈등, 전쟁은 계속됩니다.

⦁ 십자가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가 귀합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참된 평화

를 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하나님과 인간의 화평을, 나라와 나라간의 평화

를, 인간과 인간간의 화해를 이루셨습니다. 어떻게요? 십자가에서 생명을 주

심으로. 평화는 그렇게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생명과 같은 비싼 값을 치러

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이 모양이 된 것은 십자가를 버렸기 때문은 아닌가? ‘멸시천

대 십자가’는 주님께 맡기고, ‘존귀 영광 모든 권세’는 내가 누리려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것은 아닌가. 예수의 십자가에 나의 십자가도 겹쳐 있는데 나

의 십자가는 빼버렸습니다. 예수의 십자가만 덜렁 들고 다닙니다. 예수의 피

가 나를 구원했다고 믿으면서 정작 그 피가 한 방울도 돌지 않는 사람처럼

삽니다. 가짜 복음입니다.

함석헌이 외치지요.

피는 들었다면서

네 손이 희구나.

네 입술이

그늘에 시드는 나뭇잎 같구나.

이놈들아 갈보리에 흘렸던 피

그 피 네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 위해 네 몸 위에, 네 혼 위에, 흘려

네 피 된 산 피말이지?

네 만일 그 피 마셨다면이야,

(왜, 내 살 먹어라 내 피 마셔라 않더냐?)

그러면야 지금 그 피 네 속에 있을 것 아니냐?

네 살에, 뼈에, 혼에, 얼에 뱄을 것 아니냐?

바늘구멍만한 상처 네 손에 나봐라,

댓 줄기처럼 그 피 아니 내 쏘랴?

네 온 몸 그 피 입어 그 피에 젖을 것 아니냐?

네 손이 왜 희냐?

생명은 생명에서만.

피는 피에만.

네 피 없는 예수의 피 어디 있느냐?

네 십자가 아닌 예수 십자가 어디 있느냐?

지지 않고 십자가 맛 네 무엇으로 하느냐?

맛 모르는 십자가 네 어이 믿느냐?

허공에 바라는 십자가의 예수 뜬 예수

가슴에 등에 안고 진 십자가의 예수 너와 하나로 산 예수.

믿어! 너희가 믿었느냐?

내 뜻대로 살았느냐?

나는 영원히 일하는 영, 사는 영,

흰 손 가진 너희를 나는 모른다."

(함석헌의 극시 <흰 손> 중에서)

⦁ 사순절 은총

그러므로 올림픽에 너무 정신이 팔려 사순절 기간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주간 재의 수요일 예배에 오신 분들에게는 목걸이 나무 십자가를 나눠

드립니다.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라도 주님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 주일 강단에서는 <십자가>를 주제로 말씀이 선포됩니다.

1. 십자가-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2. 바라보는 십자가

3. 고백하는 십자가

4. 따라가는 십자가

5. 붙여잡는 십자가

6. 의지하는 십자가

7. 지고가는 십자가

8. 승리하는 십자가

십자가와 함께 하는 사순절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사랑으로 샘물

(2018,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