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확신한 믿음에 거하고 싶어요”

언젠가 한 청년이 제게 메일로 이렇게 질문을 했었습니다.

Q. “예전에는 그냥 하나님이 계시겠지 하고 살았는데, 요즘은 자꾸 의심이 들

거든요. 그 분에 대해 잘 알아야 더 사랑할 수 있잖아요. 일부 사람들은 하나

님을 만나서 확신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단순히 그냥 계시겠지 하

고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게시판에서도 하나님의 존재로 고민

하는 사람들의 글을 몇 번 봤었는데. 정말 기독교인이라면 이 문제가 제일 시

급하지 않을까요? 하나님을 만나는 것..

목사님! 그 분을 확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나름대로 너무 힘들었던

부분이라서요. "계시겠지?"와 "계신 것을 확신해" 는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로서

많은 차이가 있을 거 같은데..”

예.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아니 우리 모두의 질문 아닌가 싶기도 하

지요. 이렇게 대답해 보면서 함께 생각해 봅니다.

A. ○○님. 하나님을 분명히 확신하기 원하는 갈급한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

다. 사실은 저를 포함해 모든 성도들의 마음을 대변한 듯싶습니다. 우리는 자

주 내 안에 하나님의 부재(不在)를 느낍니다. 기도가 황량한 사막에 버려지고,

말씀이 거대한 침묵 속에 것만 같은 느낌. 습관적 신앙고백의 가벼움, 예배 후

에 찾아오는 공허함, 때 없는 고난.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고 기도응답은 더

뎌지고. 하나님이 안 계신 것 같은 불합리한 세상을 볼 때, 우리는 의심의 늪

으로 빠집니다.

여기에 자신 있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성도는 많지 않겠지요. 그러니 바

울 같은 위대한 사도도, “나는 이 희망을 이미 이루었다는 것도 아니고 또 이

미 완전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나는 그것을 붙들려고 달음

질칠 뿐입니다”(빌3:12) 라고 고백하는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이 절망과 의심은 하나님을 찾으러 떠나는 길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

니다. 의심은 하나님을 향한 뼈저린 갈망에서 시작되기에, 성도의 순례길에서

때론 맞이할 수 있는 과정이기에, 오히려 진지하게 자신을 발견해서 더 깊은

신앙으로 들어가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필립 얀시의 책 <아,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 Reaching for the invisible

God. 에서 말하듯, 오히려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고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

이 참 믿음을 가지는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믿음의 순례 길은 하나님과 천국을 향한 길고 긴 과정입니다. 때론 의심이라

는 협곡을 거쳐 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평생 동안 기초부터 지붕까지 부단히

채워나가야 하는 집과도 같지요. 신비한 방법이나 갑작스런 경험은 오래가지

못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한걸음씩, 믿음의 집을 세워나가서 온전하

고 성숙한 곳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심을 비롯한 영적침체가 찾아 올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는, 멈춰 서서 돌아보십시오.

하나님을 확신하기 원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마

음과 시간을 내었는가, 생각만 하지 않고 실제 몸부림 쳐 보았는가...

우리는 시간을 내어 의식적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성취와 경쟁, 눈에 보이는 것만 우

선시 하는 세상에 정신없이 이끌려 다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정기적으로 하나님과 둘만의 구별된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 시간은 먼저 말씀을 대면하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만

나기 위해서는 성서를 펴야 합니다. 하나님은 성서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십니

다. 그 말씀을 부여잡고 기도하는 시간을 내야 합니다. 단순히 잠깐잠깐이 아

니라, 하루에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는 신비롭고 영적인 시간입니다.

셋째, 그 시간에 솔직하게 고백하십시오.

다른 사람과 견줄 것도 없이 내 마음 그대로를 영혼의 주인 앞에 내놓는 것입

니다. “하나님, 당신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믿고 싶습니다. 하나님, 당

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하고 싶습니다. 나의 믿음 없음을 도와주

십시오”. 그리고 가만히 성령의 도우심을 기다려 보십시다.

넷째, 함께 나눌 신앙모임 안에 거하십시오.

예배와 봉사, 작은 모임을 통한 섬김과 나눔 가운데 그 안에 살아계신 그리스

도를 발견합니다.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 라는 고백의

찬양을 저는 분명히 확신합니다.

우리 주님 한순간도 당신에게 눈을 떼지 않으시기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오

길 안타까이 기다리시기에, 거기에 소망이 있는 줄 압니다.

○○님! 힘내세요. 지금까지 이렇게 해 오셨다면 더욱 그리하십시오. 혹 그렇

지 못했다면 그렇게 한번 해 보십시오. 그리스도를 향한 내 마음을 기울여 보

십시오. 끝내는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으로 샘물

(201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