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는 마음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찍 고향을 찾아 오신 분, 고향을 찾아 가

신 분들이 계십니다. 연휴 기간이 길어서 좀 여유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고

생길이라는 고향길, 4천만이 움직인다고 하니 가히 민족대이동입니다. 회귀

본능, 연어가 대표적이지요. 강원도 남대천에서 태어난 저 연어가 태평양에

서 수 년을 살다가 끝내 고향을 찾아와 산란을 하고 장엄하게 생을 마칩니

다. 하물며 사람이랴! 고향을 찾는 마음들로 가득합니다.

<고향에 가고 싶다>

-정진홍-

고향에 가고 싶다.

큰댁 뒷동산에 있던 용틀임하던 소나무는

죽은 지 오래다. 내가 자라던 집은 흔적조차 없다.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에서 스무 걸음 떨어진 개울에는

물도 말라버렸다. 거기서 빨래하던 아낙들은 어쩌면 이제는

모두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게 되었을 듯하다.

그런데 가고 싶다.

그래, 고향에 가면, 고향으로 돌아가면,

나는 비로소 나를 사랑하리라.

나는 나를 토닥거리고 싶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피곤한 마음도 상처난 몸도 쉬게 하고

아프지 않게 하리라.

<마당에는 때로 은빛 꽃이 핀다> 정진홍 시집 중에서

예, 고향을 찾는 것은 꼭 부모형제가 살아 계시기 때문이어서만은 아니지요.

이미 돌아가셨을 수도 있습니다. 저 싯구처럼, 뒷동산 소나무도 죽었고 논밭

지나 개울물도 마른 지 오래입니다.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지요.

그런데 고향을 왜 찾을까요? 거기에는 눈감으면 떠오르는 ‘기억’들이 남아 있

습니다.

제비 새끼들처럼 둘러 앉아 숟가락에 얹어 주시는 갯잎 받아 먹던 밥상.

봄의 아지랭이, 냄새나던 변소, 멱감던 무심천, 하얀 눈 위의 첫 발자국.

아랫목 이불싸움, 고쿠락 연탄가스, 축 늘어진 난닝구, 펌프와 마중물.

미루나무위 까치집, 빨아 먹던 콧물, 그 코만이 아는 흙냄새, 풀비린내.

그리고 “장아, 들어와 어여 밥먹어”, 해질 무렵 대문 밖으로 부르시는 엄마

목소리.

올해도 빈 손으로 추석 명절을 맞습니다.

나이 쉰을 넘었어도 쏟아지는 그리움에 잠 못 이뤄 뒤척이다,

“엄마, 지금 가유~” 그때 못했던 대답 뒤늦게 해 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