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눈물

 
• 한반도에 잠 못 이루는 밤

요즘 잠이 부족해서 피곤한 분들 많으십니다. 새벽예배 오시느라요? 하하. 먼

저는 찜통더위가 열대야로까지 이어져 잠을 이루기 힘듭니다. 여기에 더해 런

던올림픽이 밤잠을 설치게 합니다. 주요 경기를 보다 보면 밤이 깊어 새벽이

훤하게 동터 온다지요. 소위 ‘올빼미족’이 됩니다.

일부 열라팬(?)들은 휴가를 아예 피서 대신 올림픽 응원으로 합니다. 시원한

집에서 TV를 시청하면 일석삼조래요. 더위도 쫓고 돈도 절약되고 애국도 하

고.

저도 식구들과 함께 TV앞에서 응원을 합니다. 우리 선수들 잘 싸우지요. 세계

에서 중국 미국 다음으로 3등인가 하고 있습니다. 아쉽기도 하지요. 수영에서,

펜싱, 유도에서...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남과 북이 함께 입장하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아테

네 올림픽 때도, 2000년 시드니,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 때도, 남북은 한반

도기를 앞세워 함께 입장했었습니다. 그때 얼마나 감동이 되었는지요. 개최국

영국도 축구에서 영국단일팀(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을 이루어 나왔는데,

지금까지 남과 북의 메달을 합치면 2등 미국과도 비듬비듬하던데, 지금은 전

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지요. 언젠가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열방가운데 높

임 받는 나라가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 영웅들의 눈물

어제 양궁 기보배 선수 결승 때는 정말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사격

결승 때는 어떻고요. 앞으로 또 어떤 드라마가 연출될까 기대됩니다. 물론 가

장 큰 기쁨은 이겨서 메달을 따는 때이지요. 그것도 금메달? 예. 시상식에 태

극기가 제일 높이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선수는 물론이요 국민들

모두 눈시울을 적십니다.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 영웅들의 눈물! 올림픽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감동입니다.

유도 김재범, 부상을 딛고 승리해서 눈물 흘리며 하나님을 높이는 두 손. 여자

양궁 단체전 7연패, 당당한 세 여궁사들의 눈시울 적시는 시상식. 북한 선수

들은 전통적으로 감정 표현이 별로 없는데, 이번엔 감독 품에 안겨 우는 여자

유도 선수가 눈에 띕니다. 한 골 차로 덴마아크를 꺾은 여자 핸드볼은, 우승이

나 한 듯 얼싸안고 눈물짓습니다. 아마 <우생순>의 주인공들이어서인가 봅니

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미란이 금메달을 딴 후 다소곳이 앉아 기도

하며 흘리던 눈물도 생생하고, 국민 여동생 김연아의 눈물에 모든 국민들은

감격해서 따라 울기도 했습니다. 이 모두 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눈물겨운 투

혼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렇듯 기쁨의 눈물이 있는 반면, 슬픔의 눈물도 있습니다. 여자 펜싱 에페 신

아람, ‘흐르지 않는 1초사건’, 이건 정말 너무했지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

물짓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잘못된 판정에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망연자실

해 있는 유도 조준호, 그래도 동메달을 획득해 감독을 얼싸 안고 울 때는, 실

로 ‘남자들의 뜨거운 눈물’이었습니다. 실격판정을 받았다가 끝내 은메달을 목

에 걸고 눈물로 인터뷰하던 박태환. 그리고 팔꿈치 부상으로 기권한 지난 올

림픽 금메달리스트 역도에 사재혁 선수의 눈물.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당당히 겨루는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폴란드

의 '외팔' 탁구선수인 나탈리아 파르티카 선수, 첫 승을 올렸지요. 금메달을

딴 유도 김재범은 장애 6등급은 나올 정도의 부상을 갖고 있다네요. 시력이

시각장애인(legally blind) 수준인 양궁 임재범 선수, 참 장합니다. 수영에 펠

프스 선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놀림 받고 고생하던 그가, 지

난 대회에 이어 메달을 따서 올림픽에서만 총 2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

다. 선수는 아니지만,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무하마드 알리는 개막식 올림픽기

게양대 옆에서 손을 올려 세계인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후회의 눈물도 있습니다. 져주기 논란으로 올림픽 정신을

훼손해 실격당한 배드민턴 선수들의 눈물. 시합에서 진후에 매트에 엎드려, 좀

더 열심히 훈련할 걸 하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선수들만이 아니에요. 영광의 순간, 달려오는 선수를 가장 먼저 안아주는 사

람, 좌절의 아픔을 누구보다 따뜻하게 위로하는 사람, 바로 감독이 있습니다.

선수와 함께 땀 흘려 달려온 긴 시간들. 환희도 아픔도 함께 해 온 선생이기

에 선수들이 바치는 영광의 헌사를 받을 만합니다.

• 사연이 있는 눈물

이 모두가 지난 4년 동안 최선을 다해 피땀을 흘린 선수들의 값진 눈물입니

다. 저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비단 금메달을 딴 선수들만이 아닙니다. 동메

달이면 어떻고 메달을 못 따면 또 어떻습니까? “뭐 저렇게 눈물까지 흘리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냐, 어휴 한국 사람은...!”.

아닌 게 아니라 유독 우리 선수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는 듯싶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의 혹독한 훈련을 생각하면 저들의 눈물 앞에서 숙연해 집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지요. 외국 선수들이 어느

대학 법대를 다닌다고 소개될 때, 우리는 이해가 되지 않지요. 우리 선수들은

사실 제대로 공부하지 못합니다. 오로지 운동만 합니다. 소위 ‘운동부’는 수업

에도 가끔 들어옵니다. 초등 학교 때부터 일반 아이들과 다른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 서 있습니다. 땀 냄새로 범벅이 된 체육관이나 땡볕 운동장에서.

모두 국가대표를 꿈꾸며 시작하지만 그건 하늘에 별 따기지요. 천운으로 그

별을 땄다 하더라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려면 뼈를 깎는 훈련을 거쳐야

합니다. 저들은 체중 유지를 위해 마음껏 먹을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유도 조

준호 선수는 모든 경기 끝나자, “빨리 선수촌 가서 라면을 먹고 싶다. 감량 때

문에 한 달을 못 먹었다”는 말을 할까요. 체조선수들 소원이 ‘삽겹살 한번 실

컷 먹어 보는 거’라고 하지요. 고된 훈련에 발톱이 빠지고 레슬링 선수들 귀는

다 뭉개져 있습니다. 해병대 훈련, 실미도 지옥 훈련. 옷에 뱀 집어넣는 담력

훈련. 황영조 선수는 달리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마주 오는 차에 뛰어 들어

죽고 싶었다고 말하지요.

“매트가 수영장이 될 정도로 땀을 흘려야 메달을 따는 거야.”

그래서 올림픽 금메달은 선수들의 땀방울에 쇳덩이가 녹이 슬어서 금메달이라

고 합니다. 한마디로 지옥훈련을 거칩니다. 선수들의 그 눈물은 그러한 노력으

로 버틴 땀방울의 결정체인 셈입니다. 그러므로 울만 합니다. 실컷 울어도 될

일입니다.

•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물론 올림픽은 국제 평화와 참가에 의의가 있다 하지만, 메달을 염두에 두지

않는 선수는 없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하여, 태극기와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를 원하면서, 많은 선수들이 4년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안타까

운 것은 그것도 금메달이어야 합니다. 금메달 1개가 은메달 100개를 이기지

못하는 현실, 1등에만 열광하는 올림픽입니다. 금메달만 따면 다음날 신문에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와, 어릴 때부터 착실하게 커 온 ‘영웅’이 됩니다. 그

러나 세계 2등 은메달을 따도 관심 밖이 되고, 동메달에게는 인터뷰도 하지

않는 현실입니다.

“에이, 겨우 동메달이야. 금메달 아니면 소용없어!”

그것도 양궁, 핸드볼, 펜싱, 레슬링, 유도 등 수많은 비인기 종목들은 4년마다

한 번씩 하는 이벤트(event)에 불과하지요. 생전 처음 보는 대표선수들, 그것

도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곧 잊혀지고 맙니다. 어느 개그맨의 외침이었지요.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그러니 저들의 눈물에는 아픔이 있습니다. 기쁨의 눈물에도, 슬픔의 눈물, 후

회의 눈물에도...그래서 우리는 함께 울어 줍니다. 은메달에도 동메달에도, 져

서 주저앉아 있는 실패자에게도. 이날을 위해 수 년 아니 수십 년을 절제와

인내로 달려 온 저들이기 때문입니다.

• 절제, ejgkravteia 엥크라테이아

올림픽을 보면서 우리 신앙을 돌아봅니다. 썩을 면류관을 위해서도 그렇게 피

땀을 흘리며 자기를 복종하는데, 나는 영원한 면류관을 얻고자 무엇을 하고

있는가? 특히 얼마나 절제(節制)하며 인생을 달려가고 있는가?

그렇습니다. 신앙의 경주를 하는 사람에게는 수많은 절제가 필요합니다. 승리

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닙지요. 절제가 없이는 승리할 수가 없습니다. 절제

는 차의 브레이크와 같습니다. 과속일 때는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입니다.

최상의 차라도 브레이크가 문제가 있으면 위험합니다. 절제는 인생의 브레이

크와 같습니다. 과욕일 때는 절제를 통해 욕심을 줄여야 합니다. 성령의 모든

열매가 넘친다 해도 절제하지 않으면 유익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브레이크는 괜찮으십니까? 작동이 잘 되십니까? 혹 고장 났는데 그

것도 모르고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성도는 생각을 절제하고 보는 것을

절제하며 말하는 것을 절제합니다. 먹는 것을 절제하고 육신의 정욕을 절제하

며, 사치와 욕망, 무엇보다 감정을 절제해야 합니다.

(고전9:25절)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 저희는 썩을 면

류관을 얻고자 하되 우리는 썩지 아니할 것을 얻고자 하노라"

• 상 받으려고 교회 다니냐?

신앙의 길에도 상이 있다 하십니다.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입니다

(빌3:14). 그러므로 상을 받기 위한 달음질을 해야 합니다. “상 받으려고 교회

다니나?” 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상이 뭐 대단해~” 하면서 부박(浮薄)

하게 살지 마십시오. 세상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아무리 내가 트랙을 벗어나고

싶어도 생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이상 우리는 경주자입니다. 사도 바울은 인생

을 ‘운동장에서 달음질 하는 자들’이라 하여 열심히 달음질하라’(고전9:24)고

권면합니다. 이왕 경주자로 사는 인생, 상 받기를 소망하십시오. 하나님이 우

리에게 주신 인생은 결코 관람객이 아닙니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R.Tagor)는 말합니다. “죽음의 신이 당신의 문을 두드릴

때 당신의 생명의 광주리 속에 무엇을 담아서 하나님 앞에 내놓을 것인가? 생

각하며 살아야 한다”. 종말론적으로 본다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

대답할 말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잘라낼 것을 잘라내고, 편안함과 욕망에 쉽게

흔들리는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 절제라.

손톱이 길면 때가 끼듯이, 욕심이 자라나 때가 끼네

손톱을 깎고 나면 개운하듯이, 욕심을 잘라내니 개운하네

한동안 잊고 지내다 보면 어느새 자라있는 손톱

한동안 잊고 지내다 보면 어느새 또 자라있는 욕심

수시로 들여다보고 잘라야겠네...

누구의 시(詩)인지 모르나, 제 눈길이 손톱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잘라

낼 것을 잘라내는 것, 그래서 자기를 다스리는 것, 절제입니다.

/사랑으로 샘물

(201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