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sloth)을 경계하라!

⦁ 아~ 분대장 교육

누구나 그렇듯 군대에서 병장이 되면 대충 뭉개고 때웁니다. “이리 굴러도

저리 굴러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를 위대한 슬로건으로 삼고. 저 또한

철책후 FEBA에서 병장을 달고 늘어 졌지요. 당시에는 대학생 복무단축 혜

택, 일명 ‘복단’도 3개월 있어서, 저기 제대 날짜가 보이던 때였습니다. 그것

도 내무반 서열 3위. 거칠 게 없었지요.

그런데 느닷없이 분대장 교육을 가라는 거예요. 예전에 군대 갔다 오신 분

들은 다 아시지만, 하사와 병장간 갈등이 엄청났잖아요. 상병이 갑자기 하사

가 되니 오죽해요. 그래서 대안으로 병장을 단 후에 하교대를 보냈습니다.

아무래도 완충이 되었지요. 그런데 누가 병장을 달고 하교대에 가고자 하겠

어요. 대장 위에 병장인데. 그것도 하교대 군기가 얼마나 센데, 2개월씩이

나. 그런데 저 보고 가라니. 그것도 복무단축이 있어 제대도 남들보다 빠른

데.

그래도 어째요, 까라면 까야(?) 하는 곳이 군대인데. 할 수 없이 하교대에

갔지요. 졸지에 이등병 생활보다 못한 훈련병이 되었습니다. 그 뜨거웠던

7,8월 한 여름, 바깥은 민주화 바람이 한참일 때 2개월간 정말이지 죽을 고

생을 했습니다. 아~ 어떻게 그때를 보냈는지.

그런데 돌아보니 그게 인생의 큰 힘이 되었습니다. 육군 병장, 늘어져서 대

충 군생활 때울 때인데, 엄청난 자극이 되었지요. 사실 군대는 유익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단체생활, 인간관계, 적응력, 건강, 남자다움...

그런데 이 모든 장점을 다 없애는 기간이 있으니 병장입니다. 대부분 나무

늘보처럼 축 처져서 제대 날짜만 세게 되지요. 그렇게 맛있던 밥도 먹기 싫

어지고, 눕기만 하면 꿀잠을 잤는데 밤늦도록 말동말동. 경례 하는 손도 올

리기 싫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어떻게든 열외 병력이 되려고 이리 핑

계 저리 요령만 느는 시절. 빠릿빠릿하던 이등병 시절은 어디 가고 군대 가

기 전 보다 더 늘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하교대를 다녀 온 제게는 그런 시절이 없었습니다. 나태나 게으름은

상상할 수 없었지요. 분대장이 되어서도 연대훈련때인가, 대대에 대표로 뽑

히기도 했습니다. 다른 대대 대표들과 경쟁을 하는데, 지도를 주고 한 지점

을 찾아 가라는 것입니다. 소위 독도법을 알아야 하는데, 사실 사병으로서

독도법을 알만큼의 수준은 무리였지요. 지도를 보면 지렁이 기어가는 것밖

에 안보이는 걸요. 그래도 밤새 공부했지요.

⦁ 사명, 내 안의 불꽃

사명! 그 사명을 받고 준비하던 며칠 동안은 참 숨가쁜 시간이었습니다. 대

대 대표로 대회에 나간다는 기쁨, 새로운 것을 안다는 기쁨, 많은 분들의 관

심과 격려. 정말이지 밤을 새는 줄도 모르고 공부를 했습니다. 훗날까지도

기억에 남는 참 유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마침내 D-Day, 지도 한 장을 받고는 분대원 열 명을 데리고 떠났어요. 하

루 종일 강원도 화천 백암산 주변 산들을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목표지점을 찾아 갔을가요? 그랬어야 멋진 이야기

가 될 텐데, 못 찾았어요. 다행히 찾은 분대는 한 곳도 없었지요. 그래도 잘

했다고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그때 중대장이셨던 김종섭 대위. 10여년후 백

마부대 연대장 취임때 저를 초청해서 기도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사명입니다. 신학자 매튜 폭스가 말했다지요. “게으름을 치유하는 처방은 부

지런함이 아니다. 게으름에 유일한 처방은 당신 안에 있는 불꽃을 발견하는

것이다”. Finding the fire with in. 우리 안에 있는 불꽃을 발견하는 것입니

다. 사명에서 뒤쳐질 때 게을러집니다.

성경은 게으름을 단순한 습관이나 성격 차원이 아니라 죄라고 말씀합니다.

게으른 자의 머릿속은 악마가 살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초대교회 때로부터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악이 있었으니, 그 가운데 네 번째가 나태, 게으름의

죄입니다. 게으름은 ‘정오의 마귀’(noonday demon)라, 수도사들에게 가장

위험한 죄 목록이었지요. 또한 게으름을 ‘영혼의 원수’라, 영적인 삶에 치명

적인 독으로 보았고 궁극적으로 하나님 은혜에서 단절되는 상태로 이끈다고

보았습니다.

“나태, acedia는 헬라어 akedia에서 왔는데, 이는 관심(kedos) 없음(a-) 이

라는 의미다... 이처럼 나태는 의욕이 없어서 무기력해지고 어떤 일에도 감

정이 동하지 않아 마침내 손을 놓고 아무 것도 행하려 하지 않는 마음의 상

태를 가리킨다. 세이어즈는 이렇게 정의했다. “아무것도 믿지 않고, 신경쓰

지 않고, 알려고 추구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고, 즐기지 않고, 사랑하지도 않

고, 미워하지도 않고, 위해서 살아야 할 그 무엇도 없고, 또 죽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기 때문에 그저 살아 있는 죄다.” 

신원하,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 112쪽.

⦁ 게으름을 점검하라

게으름을 막기 위한 스무 가지 점검 목록이 있어요. 김남준의 <거룩한 삶의

은밀한 대적, 게으름> 중에 나오는데요, 자신에게 적용하며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세워 놓은 계획에 따라 규모 있게 시간을 사용하는가?

2. 정해 놓은 기도의 시간을 지켰는가?

3. 기도 시간에 열렬하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도를 하였는가?

4. 성경 읽는 시간을 정해 두고 지키고 있는가?

5.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일에 부지런하였는가?

6. 공예배에 참석하였는가?

7. 준비된 마음으로 공예배에 나아가, 선포되는 말씀에 집중하였는가?

8. 직장 생활(학교 생활)을 근면하게 하였는가?

9. 부주의하게 일처리하지는 않았는가?

10. 필요 이상의 수면을 취하지는 않았는가?

11. 소중한 아침시간을 침상에서 낭비하고, 허둥지둥 하루를 시작하지는 않

았는가?

12. TV를 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는가?

13. 불필요한 정보나 오락을 위한 인터넷 사용에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았는가?

14. 취미 활동(스포츠, 영화, 책, 낚시 등)에 과도한 열정을 허비하지는 않았

는가?

15. 불필요한 만남을 유지하느라 시간과 물질을 허비하지는 않았는가?

16. 잡담이나 농담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는가?

17. 헛된 공상과 불필요한 생각들에 마음을 빼앗기지는 않았는가?

18. 과식하지 않았는가? ➛ 과식도 게으름이랍니다.

19. 먹고 마시는 일에 과도한 욕망을 가지고, 많은 시간과 돈과 생각을 낭

비하지는 않았는가?

20. 잠들기 전 하루를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졌

는가?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