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식에 대하여

 

⦁ 밥 같이 먹자!

“목사님! 하다하다 이젠 먹는 거 가지고 치사하시게...”

예, <죽음에 이르는 죄악>, 여섯 번째는 탐식입니다.

먹는 것이 죄일까요? 아니지요. 먹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즐거운 복입니다.

하나님은 기쁠 때 감사할 때, 무엇보다 하나님을 높일 때 먹고 마시라 하십

니다. 십계명을 받은 후 모세와 아론, 그리고 70명의 장로들은 산에 올라

하나님 앞에서 즐겁게 먹고 마십니다(출24장). 예수님이 이 땅에서 처음으로

기적을 행하신 곳은 혼인잔치였지요(요2장). 오병이어 사건, 제자들과 성만

찬, 부활후 갈릴리 물고기를 구워 주신 일, 모두가 먹는 것과 연관됩니다.

천국을 혼인잔치로 비유하시고(마22장), 돌아온 탕자를 위해 아비는 송아지

를 잡으며 잔치를 벌입니다(눅15장). 오죽하면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에 대해,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자”(눅7:34)라고 질책했습니다. 하늘나라는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자 함께 기뻐하자”는 잔치가 벌어지는 현장입니다.

하나님은 그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우리들을 초대하십니다(계19:9). 그 주님

을 채 받은 초대교회 또한, 모일 때마다 떡을 떼며 애찬을 나누었습니다(행

2장).

여러분 아십니까? 주님이 오늘 우리 마음에 들어오기 원하시는 이유, ‘밥같

이 먹자’는 뜻임을.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3:20).

맞습니다. 우리 삶에서 먹고 마시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사람이 식욕이 있

어야 하지요. 병든 사람은 입에 떠먹여 줘도 밀어내고 토합니다. 식욕이 왕

성한 것이 젊고 건강한 징조입니다. 잘 먹어야 힘이 나서 열심히 일합니다.

⦁ 탐식의 문제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요?

Gluttony, 먹는 것에 욕심을 크게 발하는 탐식(貪食)이 문제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에 얼마나 지배 받으며 사느냐!”

인간이 제일 먼저 타락했던 것이 먹는 문제였지요. 먹음직하고 보암직한 선

악과, 인간의 원죄는 먹는 욕망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둘째 아담으로 오

신 예수님도 먹는 일로 사탄의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돌더러 떡이 되게 하

라”. 실로 먹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가장 쉽고 강력한 유혹입니다.

노아가 술에 취해서 벌거벗고 자다가 자녀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지요

(창9장). 에서는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의 명분을 팔아 넘겼습니다(창25장).

광야 이스라엘이 늘 빠졌던 죄가 먹고 마시는 문제였지요. 먹는 문제가 해

결된다면 애굽 노예로 돌아가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기브롯 핫다아와

(Kibroth-hattaavah)는 고기 먹고 싶다고 불평하다 죽은 탐욕의 무덤입니다

(민11:35). 제사장 엘리의 두 아들은 날고기를 먹다가 하나님께 화를 얻었습

니다. 사막 수도사의 스승, 에바그리우스(Evagrius Ponticus, 345-399)는

“수도사에게 가장 일차적으로 찾아오는 유혹이 탐식이라” 했습니다.

그러므로 탐식의 근본 문제는 먹는 것에 대한 욕망이 삶을 이끌어 가는 것

입니다. 하나님을 가까이 하고 신앙적으로 살려는 의지를 무너뜨립니다. 삶

의 우선순위를 ‘하나님 나라와 그 의’에 두기 보다는 먹는 것에 끌려 다니게

됩니다. “그들의 신은 배라”(빌3:19).

⦁ 먹방의 시대

근간에 먹는 것이 상품화 되어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방송국마다 먹는 프로

가 대세이지요. 소위 ‘먹방’입니다. 근데 곧바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방영

하는 건 뭔가요? 실로 탐식과 절제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사는 인생입니다.

21세기 미국의 가장 경계해야 할 병은 비만입니다. 비만으로 각종 성인병에

시달립니다. 우리나라도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끼니를 걱정해야 했는데, 이

젠 뚱뚱해진 배와 허리를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한반도 남과 북이 대조되지

요. 남쪽은 너무 먹어 살을 빼느라 전쟁이고, 북쪽은 너무 못 먹어 먹고 사

는 일이 전쟁입니다. 눈을 들어 지구촌을 바라보니, 먹을 것이 없어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가 10억 명, 8명당 1명꼴입니다. 하나님은 모두가 공평히 먹

으면 넉넉한 식량으로 주셨거늘.

그러므로 먹는 문제는 신앙의 문제, 영적인 문제입니다. 사도 바울은 탐식하

는 자는 자기들의 배만 섬긴다고 말합니다(롬16:18). 술을 즐겨하는 자와 고

기를 탐하는 자로 더불어 사귀지 말라 합니다(잠23;20). 나아가 탐식은 또

다른 죄를 낳으니, 배부르고 술 취한 자들의 무례함과 방탕함, 거들먹거리고

말이 많아지고, 배고픈 이웃에는 무관심합니다. 자칫 성적인 방탕함으로까지

이어지는 길이 됩니다. 이 모두가 ‘탐식의 딸들’이라.

얼마 전 어울림에서 김숙희 집사님, 하집사님이 예수 믿자마자 담배 먹는

것 딱 끊었다 하셨지요. 그것도 하루에 네 갑씩 피던 담배이니 얼마나 큰

기적이에요, 간증할 만하십니다. 저의 권면은 이것이었지요. “술은요? 이제

술 드시는 것만 끊으면 되네요?” 고개 끄덕끄덕 하셨는데 안 지키시면 5월

에 임직, 보류할까봐요.

예. 아무렇게나 먹고 마실 일이 아닙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다”라 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무엇을 먹는 지를

보면 그 사람을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채식을 하는

사람은 체질이나 성격, 삶의 모습이 다르다지요. 역사이래. 빵을 먹는 문화

는 개인주의적이고 밥을 먹는 문화는 가족적입니다. 밥을 먹으려면 집에 들

어가 한솥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먹는 것 하나에 그 사람의 인격과

신앙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잘 먹고 건강해서 열심히 일하다 천국에 이

르러야 하겠습니다.

⦁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오늘 내 앞의 밥상을 감사로 받을 일입니다. 세상 어딘가에는 이 밥상이 없

어서 5초에 3명꼴로 어린 생명이 죽어 갑니다. 아무리 가난한 밥상이라도 하

나님께, 또한 수고하신 손길에 감사하며 먹고 마실 일입니다. 그러면 불평이

없어집니다. 맛있게 밥을 먹습니다.

무엇보다 절제하며 먹을 일입니다. 식욕은 채울 수 없으니(전6:7), 욕심 따

라 너무 많이 먹지 말 일입니다. 로마 귀족들은 잔뜩 먹고 손가락을 입에

넣어 토한 후에 다시 먹었다고 하지요. 죄악입니다. 일하지 싫어하는 자 먹

지도 말라 하셨습니다(살후3:10). 빈둥대지 말고 열심히 수고한 후에 필요한

만큼만 먹을 일입니다. 소식(小食)이 장수의 비결임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이지요. 먹는 일에 절제함으로 하나님 주신 수(壽)를 다 누리다 가야겠지요.

때론 금식을 하며 먹는 즐거움을 끊어 보는 것은 어떠십니까? 우리는 고난

주간 예수님이 돌아가신 성금요일에는 하루 금식을 하려 합니다.

나아가 배고픈 자를 돌아보고 나누어 먹는 것입니다. 사랑의 국수는 그런

사역입니다. 외로운 자를 나의 식탁에 초대하는 것은 식탐을 줄이는 귀한

방법입니다. 주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나의 기뻐하는 금식은... 주린

자에게 네 식물을 나눠주며”(사58:7) 라고 하셨습니다.

궁극적으로, 먹는 일에 시험에 들지 않기 위해서는 인생의 참 양식이 무엇

인지 알아야 합니다. 배는 불러도 인생이 피곤하고 지칠 때가 있습니다. 내

가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 인생인지 모르는 영적인 허기가 엄습합니다. 인생

은 아무리 먹어도 채울 수 없는 영혼의 빈자리가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영혼의 양식입니다. 곤고한 영혼을 채우는 것이 신령한 양식입니다. 이 영적

인 양식에 주린 영혼이 되어야 합니다. 갓난아이처럼 신령한 젖을 사모할

일입니다(벧전2:2). 주께서 말씀하신 바,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삽니다(마4:4). 매일 말씀을 먹고 배

부를 때, 탐식과 욕망으로 어지러운 영혼이 만족함을 얻게 됩니다.

잘 먹고 잘 사는 일,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