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과 정치
19대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따라 좀 이르게 치러지는 조기대선이지요. 사전투표율이 25%를 넘
었더군요. 저도 했는데요, 긴 연휴 기간임에도 정치적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성도들은 화요일에 꼭 투표하셔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
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권리를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는 말이 맞지요. 나쁜 정치인은 투표하지 않은 착한
시민들에 의해 뽑히고, 생각 없는 투표는 나라를 산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
다. 언젠가 KNS 뉴스통신 칼럼은 말합니다. “현재의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국민 스스로 먼저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들을 선출한 당
사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성도가 정치(politics)라 하면 왠지 꺼림칙하고, 되도록 피해야 할 것으로 생
각되지요. ‘정치’ 라는 말 자체도 부정적입니다. ‘저 사람 정치적(political)이
야’ 하면 뭔가 좋지 않은 인상을 줍니다. 교회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실제로 교인 간에 정치적 입장 차이가 언쟁으로 번지
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말은 조심해야 하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은 가져야 합
니다. 성도라 할지라도 사회로부터 떨어져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리하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것”(고전5:10)입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다
원화 사회에서는 더더욱, 성도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주도적으
로 활동하여 거룩한 영향력을 나타낼 때 하나님 나라가 확장됩니다.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는 2차 대전 때 히틀러 암살에 참여했다가 39세에 순
교했습니다. 당시 독일교회는 히틀러의 만행을 묵인하고 지지했는데, 본회퍼
는 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투쟁했습니다. 한국교회 성도들 역시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정의의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요즘 화두가 되는 공적신학(Public theology)이 있어요. 우리 신앙이 개인적
이고 사적인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상을 향한 공적인 영역에서 선한 영
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신대 이형기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 어떤 이념이나 우리 사회 안에 활
동하는 각종 엔지오들까지도 하나님나라를 향하는 표지판이다”
⦁ 태극기 장로와 촛불 집사?
그러나 이 말이 교회가 매 사건마다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말과
는 거리가 있습니다. 자칫 교회의 정치화가 우려됩니다. 역사를 보더라도 교
회가 권력자들에 편승해서 기득권을 누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중세시대가
그러하고, 2차 대전 때 나치에 부역한 독일교회들이 그러했습니다. 우리 근
현대사에도 마찬가지이지요. 일제 강점기에, 기독교 정권 때, 군사 정권 때
권력자 편에 선 목회자들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범기독교계 지지선언>이라
는 이름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
습니다.
실제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 탄핵 앞에서, 한국교회는 서로 다른 모습을 동
시에 보여 줬지요. 거리에서 탄핵을 외친 교회가 있는가 하면, 태극기 집회
에 참여한 교회, 이도 저도 아닌 무관심한 교회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보
수와 진보, 지역과 세대 간의 갈등이 노출되었지요. 오죽하면 기독교윤리실
천위원회에서 주최한 세미나 제목은 이러했습니다. “태극기 장로와 촛불 집
사의 갈등 풀려면?”. 우리 교회와는 너무 거리가 먼 제목이지요.
아무튼 어느 후보를 좋아하고 어느 진영에 서는 것은 개인적인 자유이니,
서로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줘야 할 것입니다.
⦁ 누굴 뽑아야 할까요?
문제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으
로서 어떻게 선별해야 하는가? 기독교인 후보라고 무조건 찍어서는 안 되지
요. 언젠가 목자의 글에서도 쓴 바 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이 대
통령 되는 것을 불편해 합니다. 물론 기독교인으로서 잘 한다면 무슨 문제
가 있겠어요? 그러나 지나 온 역사를 보면 대부분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
다.
성도는 성경에 기초해서 하나님 마음에 합당한 지도자를 선별해야 합니다.
그는 정의와 평화,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국민
들의 마음을 읽어 바르게 정치하는 지도자입니다. 이것이 하나님 마음이요
기독교적 가치관에 부합한 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굴 뽑을지 정하셨나요?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선별하시나
요? 13명, 너무 많아서 헛갈리십니까?
저는 나라의 지도자를 뽑을 때면 이런 원칙이 있습니다. 성경 전체에 흐르
는 가치관을 기초로, 이 시대를 바라보며 이런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세운 기준입니다. 아무쪼록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이 땅을
올곧은 길로 인도할 선량(選良)이 뽑혀지길 기도합니다.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암5:24)
예배와 말씀 > 목자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