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통(哀痛)의 계보 위에

⦁ 남자는 세 번 운다?

이 말처럼 별로인 말이 없을 거예요. “남자는 태어나 세 번 운다!”.

저는 벌써부터 사내 되긴 다 틀렸던 것입니다. 엊그제도 <공범자들> 영화를

보면서 연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예전 어머님들은 시집살이 혹독할 때면,

몰래 부엌 고쿠락 앞에서 친정 엄마 그리며 울었습니다.

어릴 때 자주 하던 말, “엄마 또 울어?” “아니 엄마가 울긴 왜 울어 하나님

이 계신데...” 아니요, 어머니는 우셨습니다. 울어야 할 때 울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위로받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는 젖을 얻지 못합니다.

우리 현실, 정치나 교육 가정도 점점 눈물이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이산가

족이 만날 때 TV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삼천만이 울었잖아요. 우리 민족

은 눈물의 백성입니다.

<별들의 고향> 작가인 최인호는 또 다른 책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서문

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통곡하며 살고 싶다. 나는 생활도 대충대충, 만남도 대충대충, 일도

대충대충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모든 일에 통곡하는 그런 열정을지

니고 살고 싶다. 어찌 사랑뿐이겠는가... 나는 친구도 통곡하고 사귀고 싶다.

꽃 한 송이를 보아도 통곡하며 보고 싶다. 내 아들딸들의 통곡하는 아버지

이고 싶다. 아내와도 늙어 죽을 때까지 통곡하며 살고 싶다. 하나님도 통곡

하며 믿고 싶다."

그 통곡, 그런 애통하는 마음이 될 때, 거기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은혜를

경험합니다. 예수님께 몸이 아파 우는 자들이 찾아 왔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우는 자들이 소리쳤습니다. 누구는 뽕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누구는 지붕

을 뜯고 내려오기도 하며, 누구는 성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도 한

것입니다. 저들이 위로를 받았습니다. 고침을 받았습니다. 거듭나 인생이 변

화되었습니다.

⦁ 애통하는 자들의 계보

그런 마음으로 성경을 보니, 성경은 애통하는 자들의 계보입니다.

형에게 죽은 동생 아벨의 핏소리,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창4:10)

하나님은 이미 의로운 아벨의 제사를 받으셨습니다.

브엘세바 광야로 쫓겨난 하갈과 이스마엘의 울음소리,

“아이가 죽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 하고... 소리 내어 우니”(창21:16)

이스마엘도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시는 복을 받습니다.

자신을 판 형들을 만나자 정을 억제하지 못한 요셉의 방성대곡,

“요셉이 방성대곡하니 애굽 사람에게 들리며 바로의 궁중에 들리더라”(창

45:2)

야곱의 온 식구가 마음이 열려 애굽의 궁에서 얼싸안고 하나가 됩니다.

하루아침에 재산과 자식, 건강을 잃은 욥의 탄식소리,

“어찌하여 내가 태에서 죽어 나오지 아니하였던가... ”(욥3:11)

끝내는 귀로만 듣던 신앙이 눈으로 보는 생생한 신앙이 되었습니다.

자식이 없어 인생에 희망이 없었던 한나의 통곡의 기도소리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삼상1:10)

그녀를 통해 이스라엘 최고의 선지자 사무엘이 나옵니다.

불륜에 살인에 거짓말에, 사악한 다윗이 인생의 끝에서 통회하는 소리,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시51:17)

끝내는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성군 다윗으로 회복됩니다.

죽음을 선고 받고는 벽을 향해 기도하던 히스기야의 통곡소리,

“여호와여 구하오니 내가 주 앞에서 진실과 전심으로 행하며 주의 목전에서

선하게 행한 것을 기억하옵소서 하고 히스기야가 심히 통곡하니”(사38:3)

하나님은 그에게 죽을 수한에 십 오년을 더하게 하셨습니다.

성전을 수리하다 발견한 율법 책을 보고는 요시야 왕의 옷을 찢는 소리,

“...여호와 앞 곧 내 앞에서 겸비하여 옷을 찢고 통곡하였으므로 나도 네 말

을 들었노라 여호와가 말하였느니라”(왕하22:19)

그는 이스라엘 전무후무한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위대한 왕이 됩니다.

예루살렘이 불탔다는 소식을 들은 수산궁 느헤미야의 울피 우는 소리,

“내가 이 말을 듣고 앉아서 울고 수 일 동안 슬퍼하며 하늘의 하나님 앞에

금식하며 기도하여”(느 1:4)

마침내 140여 년 동안 무너져 있던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게 됩니다.

인생의 유일한 희망이던 외아들의 관을 멘 나인성 과부의 애곡소리,

“주께서 과부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울지 말라 하시고”(눅7:13)

죽었던 청년이 일어나 말도 하며 어미에게 안기는 축복을 얻습니다.

주님을 부인하고는 닭이 세 번 울던 그 밤에 베드로의 통곡소리,

“베드로가 주의 말씀 곧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 심히 통곡 하니라”(눅 22:60-62)

이 통곡이 하늘에 울려 훗날 베드로는 초대 교회 최고 지도자가 됩니다.

죄의 법과 하나님의 법을 함께 섬기는 사도 바울의 가슴 치는 소리,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24)

거룩하고자 몸부림 쳤던 그는, 세계 선교의 위대한 사명을 감당합니다.

⦁ 눈물 그렁한 주님

무엇보다 우리 주님도 애통하며 눈물 흘리셨습니다. 흔히 주님이 세 번 우

셨다고 하지요. 그러나 예수님이 정말 세 번만 우셨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

습니다. “주님은 눈물로 사신 분이시라...” 날마다 우셨습니다. 새벽마다 울

며 기도하시고, 하루 종일 힘들고 고단한 인생들을 바라보시며 그렁한 눈물

로 사역하셨습니다. 그 주님은 오늘도 우리가 애통하며 기도할 때 연약함을

도우십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엎드려 애통하기만 하면, 성령님이 우리를

위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위로하시며 새 힘을 주십니다.

성도는, 실로 애통하는 자의 계보 위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5:4, 개역개정)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느끼는 너희는 복이 있다. 그때에야 너희는 가장

소중한 분의 품에 안길 수 있다”(같은 구절, 메시지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