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으라

⦁ 가면을 쓰는 현대인

실로 가면(mask)의 시대입니다. <복면가왕> <복면검사> <반칙왕> <오페라

의 유령>. 가요로부터 드라마 영화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얼굴을 가리는 가

면이 유행입니다. 복면가왕에 참여했던 어느 가수는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니 마음이 참 편하고 자유로웠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본래 얼굴을 가릴

수 있어 좋았다는 것이지요. 가면을 쓰면 불편한 노릇인데 그게 더 편했다

니? 그렇다면 가면을 쓰기 전에 이미 ‘보이지 않는 가면’에 갇혀 있었던 것

은 아닐까? 얼굴 몸매 춤 등으로 평가되는 사회적 가면(social mask) 말입

니다. 그 가면을 가리기 위해 또 다른 가면을 쓴 것이지요. “가면을 써야 가

면을 벗을 수 있다?”

<반칙왕>이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소심한 주인공 임대호(송강호 역)는, 어릴

때 우상이었던 ‘반칙왕’ 울트라 타어거 마스크 가면만 쓰면 달라집니다. 그

는 말합니다.

“그 가면이 벗겨졌을 때의 수치란 말로 하기 어려울 거다. 직장에서의 스트

레스, 짝사랑 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것들을 다 숨길 수 있는 커다란

가면 하나를 만들자”

상황에 따라 여러 가면을 쓰고 사는 현대인들을 잘 묘사해 주고 있지요.

“인간은 천개의 페르조나(persona) 즉 가면을 지니고 있다”, 심리학자 구스

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말입니다. 실론 인간은 에덴에서 나무 잎사귀

로 몸을 가린 이래로, 자신을 감추는 가면을 쓰고 삽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가면도 더해 왔다”. 일터에서 쓰는 가면, 사람을 만날 때 쓰는 가면, 심지어

가정에서, 또는 교회 올 때 쓰는 가면이 다 다르게 있습니다. 짙은 화장으로

가리기도 하고, 비싼 옷, 좋은 차가 가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행

복한 척, 잘 사는 척, 착한 척, 잘 믿는 척, 나를 가리고 삽니다.

그러나 가면을 쓰고 남의 노릇을 하며 사는 삶은 피곤합니다. 자신을 감추

는 가면을 쓰면 쓸수록 자신을 잃어버리고 껍데기 가면의 삶을 사는 것이지

요. 한 시도 가면을 벗지 못하는 서글픈 배우. 가면을 오래 쓰다 보면 자신

이 가면의 주인공인 양, 속고 속이며 삽니다.

당신도 가면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는 순간에도

가면을 쓰고 앉아 있는 건 아닌가? 어떻게 하면 위장하는 가면을 벗고 나답

게 살 수 있을까?

⦁ 화있을진저

복음서를 읽다 보면 예수님이 가장 싫어하시던 부류의 사람들이 나옵니다.

놀랍게도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입니다. 죄질로 하자면 창녀 강도 세리 등은

도저히 용서받거나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주님은 이들을

매섭게 책망한 적도, 멀리하지도 않으시고 오히려 친구로 가까이 하시며 축

복하십니다.

그것에 비하면 바리새인들은 율법에 철저했습니다. 금식과 기도, 십일조와

구제 등 경건생활에 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저들을 칭찬하기는커녕

공생애 내내 각을 세우셨습니다. (마23장)에는 ‘화있을진저’를 일곱 번씩이

나 하시면서 저주하기까지 하셨습니다.

왜일까? 문제는 진실함입니다. 마음중심입니다.

신앙생활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중요하지요. 관계는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생깁니다. 그 신뢰가 무너지면 관계도 깨어지지요. 그러므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진실성입니다. 진실이 없으면 신뢰와 믿음은 사라집니다. 바리

새인들은 진실하지 못해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이었습니다. 가면을 쓴 것이

지요. 외식과 위선이라.

구제는 좋은 것이로되 자기 자랑을 위한 ‘나팔’(마6:2) 구제였습니다. 하나님

을 향한 ‘골방’ 기도가 아니라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광장’ 기도였습니다.

박하 근채 회향의 십일조는 철저했지만, 더 중요한 정의와 자비와 믿음은

버렸습니다. 율법 조문대로 철저히 안식일을 지켰지만, 마음 속으로는 미움

과 수군거림, 살인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자를 고

치자 분노하여 죽이고자 모의합니다.

⦁ 유행가 부르지 마!

돌이켜 보니, 어릴 때 교회 어른들은 학생들 청년들에게 금하는 것이 많았

습니다. “주일날 가게 가지 마라, 연애하지 마라, 술 담배 하지 마라, 유행

가 부르지 마라, 극장 가지 마라, 짧은 옷 입고 오지 마라.”

어린 마음에 이런 것들을 하면 죄짓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지금도 주일에

슈퍼에 가서 지갑을 열 때면, 유행가를 부를 때면 마음 한 구석에 살짝 걸

립니다. ‘마귀 응원가?’

그런데 그렇게 가르쳤던 어른들이 교회 뒤편에선 아름답지 못한 모습도 적

지 않았습니다. 모이기만 하면 수군수군, 서로 흉보고 편 가르기 했습니다.

심지어 쪼개져서 한 쪽이 교회를 나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뭐가 더 큰 죄일까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른들이 금하라고 한 것 중

에 천국 못갈 죄는 별로 없더이다. 그렇다고 다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적어도 예수께서 오신다면, 저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채찍을 드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예배를 비롯해 모든 신앙생활에서 외식과 위선을 버리라 하십니

다. 가면을 벗은 진실된 마음을 원하십니다. 민낯으로, 흉터를 숨기지 말고,

배우처럼 연기하지 말고, 투명하고 솔직하게. 남들 앞에 보이는 삶과 실제

삶이 일치하기를 바라십니다.

⦁ 가면을 벗으라

내게는 없었는가? 가면을 쓴 신앙, 사람을 더 의식하는 기도, 마음은 떠난

예배, 억지로 때우는 봉사, 얼굴에만 떠있는 웃음, 입술에만 있는 ‘사랑합니

다’. 주일에 자동차 안에서 서로 얼굴 붉히다가 교회 앞마당, 차문을 열고

나오면서 얼굴 바꾸던 순간은 없었는가?

모세가 수건을 벗었듯, 사도 바울의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듯, 외식과 위선의

옷을 벗으라 하십니다. 맨 처음 에덴의 아담과 하와처럼, 벌거벗은 모습으

로. 그것은 ‘진짜 예수’를 만나기 위한 벌거벗음입니다.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건 정말 단순하다. ‘있는 모습 그대로 와라. 제발 치

장하지 마라.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마라. 포장하지 마라. 그냥 편하게 얘

기해라. 네 진짜 모습을 보여라. 내 집이 곧 네 집이니 편하게 굴어라”

(<나의 끝 예수의 시작>, 카일 아이들먼, 113쪽)

<드러내놓아>

-안상순-

드러내놓아

전혀

거리낌 없는 삶을 살게 하소서

등 돌려

다른 혀 놀리지 않게 하시고

뒤에서

한 손가락 들어 가리키지 않게 하소서

나의 속을 꺼내놓아

이미 표현된 나와

꼭 같게 하시고

나의 주님께서

아픈 가슴을

아픈 마음으로 피 빛

땀을 쏟으신 것처럼

아프면 아픈 대로

무릎 꿇어 두 손 모으게 하시고

기쁘면 기쁜 대로

두 손 들어 찬양케 하소서

주님

드러내놓아

전혀 거리낌 없게 하소서

/사랑으로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