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신교 5백년

오늘은 종교개혁 5백주년 기념 주일입니다. 1517년 10월 31일, 그러니까
우리 개신교(Protestantism)가 시작된 생일이 5백년이 되었네요. 5백여 년
전 저 멀리 중세에서 있었던 종교개혁이 오늘 강원도 원주 봉산동에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5백년이나 된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가?

우리 성도는 모든 것을 성경에서 배워야 하지만, 동시에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기독교 역사는 하나님의 역사이자 믿음의 선진들의 역사입니다. 히

브리서 기자는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히

​12:2)” 하면서도, 지나온 역사에 나타난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히

​12:1)”이 있으니 저들에게서 배우라고 권면합니다. 우리에게 성경과 함께 역

사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는 “강단에 설 때

한손엔 성경, 다른 손엔 신문을 들어야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 중세 교회의 타락상
종교개혁의 역사를 알기 위해, 먼저 위클리프(J. Wycliffe)와 얀 후스(J.
Hus) 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위클리프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로
서 당시 중세 가톨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많은 글들을 써서 무덤이 파헤쳐져
화형당합니다. 그의 영향을 받은 체코의 얀 후스는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개
혁과 변화를 촉구합니다. 교황제도를 비판하고 평신도에게도 떡과 잔을 주
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이단으로 몰려 1415년 화형에 처해지지요.
이들은 종교개혁 이전의 종교개혁자들이라 불리우는 종교개혁의 원조들입니
다.
그 이후로도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기까지 백 여년 동안, 가톨릭은 썩을 대
로 썩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면죄부(indulgences)입니다. 당시에
‘성 베드로 성당을 짓기 위해서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교황청에서는 재정
을 마련하기 위해 성직을 파는 등 온갖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는데, 특히 면
죄부는 돈 주고 사기만 하면 연옥에 가 있는 죽은 영혼이 천국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동전이 헌금함에 딸랑 떨어지는 순간, 연옥에 있는 영혼은 천국
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간다!". 당시 이것을 주도했던 요한 테젤(Johann
Tetzel) 신부의 말입니다. 성경 어디에도 없는 궤변이었지만 죽은 부모나 친
지들을 생각하며 많은 돈을 주고 사야 했습니다.
나아가 가톨릭의 부패상은 극에 달해 첩을 둔 교황이 많았고, 개인이 기도
하는 것은 소용없고,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해야만 죄 사함을 받는다고 했습
니다. 성자들의 ‘잉여공로’가 천국창고에 저장되어 있는데, 그것을 자유롭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교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축복을 하나님이 아
니라 교황이 주는 것으로 악용했습니다.

⦁ 마틴 루터의 깨달음
마틴 루터(M. Luther)도 그것을 믿고 하루에도 신부를 스무 번 이상씩 찾아
가서, “내가 나쁜 마음을 먹었습니다. 질투를 했습니다. 의심도 가졌습니
다...” 고해성사를 열심히 했습니다. 나중에는 신부가 귀찮아서 “루터야, 죄
를 모아서 한꺼번에 가져 오너라”고 부탁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루터는 이렇게 열심히 고해성사를 해도 죄 사함과 구원의 확신을 가
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성지순례를 하는 중에 진리를 깨닫습니다. 당시
수도사들은 ‘빌라도의 계단’이라 불리는 28개 돌계단을 유리조각을 깔아 놓
고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재판 당하실 때
빌라도가 앉았던 자리까지 올라가셨다는 계단에서 기원합니다(요19:13). 이
곳을 무릎으로 올라갔다 무릎으로 내려와야 죄 사함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루터도 이 교리에 충실하게 열심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돌계단을 기어
올랐습니다.
그러던 중에 (롬1:17절)을 깨달은 것입니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이 말씀에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져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어 올라갔
던 계단을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구원은 이렇게 행함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만 얻는다...!”.
이 평범하고도 숨겨져 있던 진리를 깨달은 것입니다.

⦁ 루터의 승리
결국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로마 가톨릭의 잘못을 지적하는 95개
조 항의문(95 Theses)을 게시함으로 종교개혁은 시작됩니다. 황제 찰스 5세
는 즉시 보름스 회의를 소집하고 루터를 소환하지요. 루터의 친구들은 가면
돌아오기 어렵다고 피신할 것을 권합니다.
이때 루터는 이렇게 외치며 재판정으로 갑니다. 
"원수들이 보름스 성당의 기왓장만큼 많을지라도 나는 가리라"
그리고 그곳에서 말합니다.
“하나님 내가 여기 서 있습니다. 나는 선택이 없습니다".
(Oh, God! Here I stand. I have no choice)

루터는 이후에 바르트부르크 성으로 피신하게 됩니다. 파문자 루터에 대한

교회의 박해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루터가 지은 찬송가가 585장

입니다.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되시니 큰 환난에서 우리를 구하여 내시
리로다...”
찬송처럼 결국은 로마 가톨릭에 믿음으로 승리하였습니다. 그 후로도 츠빙
글리와 칼빈 등이 그 개혁을 이어 갔습니다. 그래서 천주교와는 다른 개신
교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게 우리 개신교회의 시작이요 뿌리입니다.

⦁ 이 시대 교회 모습
물론 이것은 당시 로마 가톨릭에 대한 비판이지 지금의 가톨릭을 말하는 것
은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지요. 오히려 지금은 당시의 가톨릭에게
있던 모습이 우리 개신교에게서 스멀스멀 보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교권
과 세속주의, 비리와 부정, 근본주의 신학, 성장지상주의, ‘값싼 은혜’(cheap
Grace),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고, 정의 평화 생명의 하나님 나라
를 세워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하늘 높이 솟은 초대형 교회를 보
면 그 옛날 베드로 성당을 연상케 합니다. 혹 그 옛날 토마스 아퀴나스가
금과 은을 세고 있는 교황 이노센트 2세 앞에서 “이제 교회는 내게 있는 이
것을 네게 주노니 일어나 걸으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라고 질타한
말을 우리도 들을까 두렵습니다. 며칠 전에는 우리 교단 대표적인 교회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가 그 아들을 세습하는 법이 불법적으로 노회를 통과
했습니다. (2017년 10월 24일, 동남노회 73회 정기노회시). 실로 개혁의 주
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이지요. 칼빈(J. Calvin)의 말대로, 계속해
서 개혁되어 새로워지지 않는 교회는 고여 있는 물처럼 썩을 것입니다.
‘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

⦁ 오늘의 종교개혁
그러므로 종교개혁은 자랑이 아니라 거울입니다. 요란한 기념행사 보다 그
정신을 다시 새기며, 그때 가톨릭을 향했던 그 개혁의 칼끝을 오늘날 내 자
신에게 겨누는 것입니다. 말씀의 쟁깃날로 우리 마음 밭을 갈아엎고 진리의
씨앗을 다시 뿌려야 합니다. 개혁은 다름 아닌 나로부터, 내 안으로부터 시
작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내 모습을 보세요. 우리 마음의 지성소를 차지하고 앉은 것이 무엇
인가? 십자가 대신 세상 욕심과 욕망이 자리해 있습니다. 돈과 쾌락이 똬리
틀고 있습니다. 교만과 자존심이, 차갑게 식은 껍데기 신앙만 남았습니다.
세상일에 바빠 거룩한 일은 뒷전이 되었습니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는
말씀은 들어 잘 알지만, 내 옆에 성도 하나에게도 쉬 손 내밀지 않습니다.
신앙은 습관이 되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십자가는 어느새 다 말라 버린 것
은 아닌가? 개혁주일이기에 좀 어두운 평가를 내려 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한국교회 24교단과 5개 연합기관, 기독교 대학과 신

학교가 ‘나부터’ 캠페인을 결의한 것을 기억합니다. “종교개혁가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나부터 새로워지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
나부터 □□□ 하겠습니다.

어느 교회가 이 캠페인을 벌였는데 많은 성도들이 참여했습니다.
나부터, “정직하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바로 운전 하겠습니다. 항상 감
사하겠습니다. 열심히 예배드리겠습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믿겠습니다. 거룩
하겠습니다. 술 취하지 아니 하겠습니다. 감사 하겠습니다. 성경1독 하겠습
니다” 등등.

여러분은 □□□ 안에 무엇을 넣으시겠습니까? 개혁의 시작도, 개혁의 대상도

나로부터입니다. 나부터 시작되는 작은 개혁, 5백년을 지내 온 오늘의 종교개

혁입니다.

/사랑으로 샘물
​